▲간신히 받은 택배, 내용물이 분명 '책'임에도 DHL은 20%의 부가가치세를 요구했다.
목수정
YES24, DHL의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 DHL 소비자 센터에 메일을 보냈다. "40유로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더니 새로 내역을 보내줬다. 보내온 내역을 보니 한 가지 잘못이 더 추가됐다. 그들은, 전체 비용 89유로(책값+배송비)를 배송비로 둔갑 시킨 후, 거기에 책값 51유로를 한 번 더 계산했다. 그렇게 부풀린 비용 140유로에 부가세율 20%를 적용하고 수수료를 더했다. 세관이 5유로만 납부하면 된다고 한 내역이 40유로가 됐다. 비용이 8배나 부풀려졌다.
DHL에 다시 전화해 청구서 재작성을 요구하니, 전화 안내원은 비용에 문제가 있으면 일단 다 지불한 후, 나중에 보상받는 절차를 밟으라고 답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먼저 시정하라고 항의하니, 또 다시 전화가 툭 끊긴다. 그 사이 지인이 책을 사서 보낸 한국 인터넷 서점 YES24로부터는, "각국의 세금 정책에 따라 관세가 적용될 수 있으며 그 돈은 세금이니 지급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DHL이 보내온 내역과 프랑스 세관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 모두는 세금"이라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거자료와 함께 전달했다. YES24는 알아보겠다고 한 뒤 1주일이 지난 후 답을 보냈다. 도착한 답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DHL이 YES24 고객에게 적용한 배송료는 할인된 특별요금이며, 프랑스에 책이 도착했을 때에는 할인되지 않은 배송요금에 20%라는 부가가치세를 적용. 2) 처음에는 세금이라고 주장하던 12유로는 DHL이 소비자에게 부가하는 추가요금이며, 이 모두를 납부해야 한다.전화로 설명한다던 YES24는 전화도 주지 않았고, 웹상에서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DHL에도 전화와 메일로 항의해 보았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2013년부터 DHL로 배송업체 바꾼 온라인 서점들 10년 넘게 파리에 살면서 한국으로부터 소포를 받을 일도,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한 일도 여러 번 있었다. DHL이 한국 온라인 서점의 해외배송업체로 등장한 것은 2013년이었다. 2013년 초 또 다른 온라인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책을 사면서 배달직원이 요구하는 세금을 납부했다. 아마도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우체국 배송을 이용할 때는 내지 않던 돈이어서, "당신들이 업체를 우체국이 아닌 DHL로 바꾸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시정해 달라"고 했다. 그 업체에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관세법에 의해서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대답은 이번 YES24 배송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한 한국의 배송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DHL은 대형 온라인 판매업체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해외배송 물량을 많이 확보했다고 한다. 결국 업체들에게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나중에 다시 한 번 수신자에게 배송료를 물게 하는 수법으로 자신들의 수입을 채운 것 아닌가.
YES24는 해외배송을 신청할 때, 우체국과 DHL 가운데 고를 수 있도록 해놓았지만, DHL이 훨씬 싼 것처럼 적어놓았다. 당연히 고객 입장에서는 DHL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물건을 받을 때, 처음에 냈던 배송비만큼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DHL, ARNAQUE(사기)" 구글에서 DHL, ARNAQUE(사기) 이 두 단어를 쳐보았다. DHL이 저지른 수많은 부당행위의 사례들이 검색됐다. 읽어 보니, 내가 당한 사례와 유사했다. 처음 돈을 지불할 때 비교적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며 고객을 유혹한다. 그리고 나중에 물건을 받을 때 처음에 낸 돈과 비슷한 금액을 다시 청구하거나, 터무니없는 부가가치세율을 부과하는 식이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이 사건을 알렸다. 파리에 사는 몇몇 지인들이 같은 일을 당했음을 알려왔고, 독일에 있는 한 페이스북 친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특히 이 친구는 DHL 독일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일반 통관'에 걸려서 내야 한다는 12유로의 수수료가 사실은 지난 6개월 전부터 모든 DHL의 배송물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온 요금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DHL은 세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이용했고, YES24는 DHL이 제공하는 계약조건에 혹해서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다.
그 후 지인이 보낸 책은 얼렁뚱땅 내 손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 거대한 기업의 파렴치한 태도를 보며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해외 책인 경우에 예외조항은 없는 건지 세관에 다시 확인해 봤지만, 결국 답은 같았다. 한 세관은 "DHL에서 돈을 더 챙기기 위해서 만들어낸 용어의 남용"이라고 했고, 다른 세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추가 요금을 내지 말고 버텨라"라고까지 조언했다.
프랑스 세관의 조언대로, 프랑스 재경부 산하 소비자사기근절국에 전화를 걸었다. 전문상담직원과 길게 상의한 후, 우편으로 사건을 접수 시켰다. 소비자사기근절국은 '검찰 수사 의뢰'를 권유했다. 소비자협회에도 찾아갔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집단소송을 제안했다. 일단 그 협회의 네트워크와 내 주변의 피해자들을 수소문해, 10명의 피해자를 찾아낸 후 변호사와 바로 일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이들의 수법에 당했을까를 생각하며 이 거대한 공룡을 향한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독일계 글로벌 기업 DHL의 추한 민낯을 보게 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소위 마음의 양식이라 불리는 책을 팔아 장사를 하는 자들마저 이토록 몰염치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지난 29일, YES24에서 전화가 왔다. YES24는 지난 2013년부터 DHL을 통해 해외배송한 모든 책의 인보이스(세관서류)에 ISBN 번호와 배송비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DHL 프랑스지사 "실수... 관세대납수수료는 정당" YES24 "정당하지 않은 비용 청구, 개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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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L "20% 세율 적용은 우리의 실수"
목수정 시민기자가 지적한 배송료 부당 징수에 대해 배송사 DHL과 온라인 서점 YES24는 어떤 입장일까.
우선 DHL은 부가가치세 비율을 잘못 적용한 것은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관세대납 수수료와 통관 수수료는 정당한 요금"이라고 주장했다. YES24는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추후 고객 불편이 없도록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DHL 프랑스지사는 지난 10월 22일, 목수정 시민기자에게 보낸 이메일과 전화통화에서 "YES24 측에서 ISBN 넘버를 기재하지 않아서 이 책이 5.5%를 적용받는 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없었다"며 20% 부가가치세를 적용한 것에 대해 "실수"라고 해명했다. 배송비에 대해서는 "YES24의 소포에는 배송비가 적혀 있지 않아, 매번 임의로 무게를 달아 DHL의 통상요금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DHL 한국지사와 YES24는 '세관'에 의해 부과된 운송료라고 답했다. DHL 한국지사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해외 배송은 현지국마다 배송 규정과 운송 규정이 다르며, 세관 규정은 DHL이 고객 편의에 맞게 변경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해외 배송시 필요한 관부가세 및 관련 요금 정보를 보다 상세히 전달하도록 지속적으로 적극 개선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 배송료가 과도하게 책정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의 물품이 세관(일반 통관-기자주)을 거칠 경우 할인된 특별계약요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세관에서는 세관 별도로 통상적인 배송료 자료를 갖고 있다. 프랑스 세관은 한국에서 5kg(책의 무게) 정도의 물품을 받을 때 드는 운임을 통상적으로 89유로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세관은 목수정 시민기자에게 "이 물건은 세관을 거치지 않았다, DHL에서 직접 부과하는 것"이라며 "세관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 금액에 문제가 있다면 전적으로 DHL에 항의해야 한다"고 수차례 확인해 준 바 있다.
YES24 "정당하지 않은 비용 청구 몰랐다, 개선하겠다"
YES24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객에게 정당하지 않은 추가 비용을 지우는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사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일로 처음 인지하게 되었으며,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외배송주문에 대한 설명과 알림을 더욱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 부가가치세가 20% 적용된 것에 대해서 DHL 프랑스 지사는 ISBN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YES24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해외배송 업체를 선택해 주문하면 상품은 인보이스(물품 발송시 세관검사 등에 필요한 서류)와 함께 DHL에 전달된다. 책은 보통 별도의 통관을 거치지 않는 '목록 통관'을 거치게 되는데 이번 경우에 예외적으로 '일반 통관'을 거치게 됐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추후 더 상세히 ISBN을 인보이스에 표시하겠다."
- 배송료가 더 부과된 점에 대해서도, DHL 프랑스 지사는 YES24의 소포에 배송비가 적혀 있지 않아서 DHL이 임의로 무게를 달아 통상요금을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고객이 주문단계에서 보낸 배송비는 DHL과의 특별계약요금이다. 일반적인 비용보다 약 50% 할인된 금액으로 도서상품정보에 있는 무게 정보를 기준으로 매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반 통관' 절차를 밟아 특별계약요금이 미적용됐다. 책의 무게 또한 택배정보에 표기한다. 다만 배송비 정보는 배송을 대행하는 DHL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라 표시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추후 표시하도록 하겠다."
- YES24는 DHL에 납부해야 할 추가 수수료나 관세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했는가? "모든 국가의 정책을 기입할 수는 없지만 해외배송 선택 옆에 물음표 버튼 클릭 시 주의사항을 볼 수 있게 해두었다. 당사도 이 부분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앞으로는 해외배송 선택 시 반드시 보이도록 수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YES24 관계자는 왜 이번 배송이 목록 통관이 아니라 일반 통관으로 처리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전부터 항상 동일한 방법으로 배송을 맡겼는데 왜 이번 배송 건에만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또한 <오마이뉴스>에는 "첨부한 인보이스에 ISBN 넘버가 적혀 있다"고 밝혔으나, 목수정 시민기자에게는 "인보이스에 관련 정보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목수정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이번에만 발생한 예외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DHL 프랑스 지사는 책의 ISBN 넘버와 표지를 촬영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YES24의 인보이스 첨부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정보는 업체들 간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증명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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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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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료 8배 뻥튀기... DHL '사기', 이렇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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