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는 백기완 후보 선거 포스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었다.
고상만
당시 출마했던 후보는 모두 8명. 그 중 새한국당 이종찬 후보가 중도 사퇴했고 끝까지 완주한 후보는 모두 7명이었다. 이 가운데 신한국당 김영삼 후보가 41.96%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중도 사퇴한 이종찬 후보를 비롯해 백기완 후보보다 훨씬 득표수가 낮은 다른 두 후보의 포스터 사진도 다 있는데 유일하게 백기완 후보만 음흉한 그림자 이미지로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청남대 전시 담당자 "실수... 빠른 시일 내에 수정"정말 이상했다. 왜 노무현 대통령과 백기완 후보의 전시물 기록만 그럴까. 나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10월 31일 청남대 대통령 관련 자료 수집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 관련 전시물에 대해 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약간 당황해 하더니 "사실을 확인해 보겠다"며 답했다. 잠시 후 사실을 확인한 담당자는 당황해하며 "실수다. 제대로 내용을 보지 못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자료 수집 담당 직원에 따르면 해당 전시물들은 지난 9월 27일부터 특별 전시 형태로 방문객에게 공개된 것이라고 했다. 청남대 측에서 전시물의 내용을 작성한 후, 이를 외주업체에 의뢰해 납품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납품된 전시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수라고 인정했다. 나는 "그렇다면 1992년 백기완 후보 포스터는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의 답은 의외였다. 백기완 후보의 포스터 자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백기완 후보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끝까지 완주해 23만8648표를 얻었다. 따라서 당시 백기완 후보의 선거 포스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만 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다. 그런데 이 선거 포스터를 구할 수 없어 그림자 이미지로 전시했다는 것은 백기완 후보 입장에서는 대단히 모욕적인 느낌이 들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에게 "정말 사정이 그렇다면 당사자인 백기완 후보에게 연락해 포스터를 구하거나 또는 이처럼 전시한다는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나는 이러한 사실을 노무현재단 주영훈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주 실장은 "사실을 알려주어 고맙다"며 "청남대에 사실을 확인한 후 바로 잡도록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시 담당자가 그런 행위를 고의적으로 한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는 의문은 많다. 정말 실수였을까.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라는 결단을 통해 충청북도에 이관된 시설물이다. 공약을 쉽게 무시하는 대통령이 즐비한 우리나라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분이다. 그렇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이곳 청남대에서 특별한 인연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물이 왜곡되어 있음을 확인한 후 나는 입맛이 썼다. 유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39
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공유하기
청남대에서 발견한 '이상한' 노무현 대통령 전시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