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hood, 그리고 인생

함께 성장해 나간 가족의 이야기

등록 2014.11.02 14:11수정 2014.11.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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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Boyhood)>는 한 소년과 그의 가족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초등학생의 나이로 첫 등장을 하는 소년이 나이가 들어 대학생이 되어 가족을 떠나가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소년이 영화 속에서 겪는 삶은 전혀 '영화'같지 않다. 이혼한 어머니와 자신의 누나와 함께 살아가는 소년은 알코올 중독인 계부 때문에 불행한 유년기를 보내고, 이혼에 따른 잦은 이사로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데 힘들어하며,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상대였던 여자 친구와 결별을 한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런 보편성이 이 영화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든다.

<보이후드>라는 영화가 영화계에 엄청난 화제가 된 것은 바로 링클레이터 감독의 참신한 촬영기법 때문이다. 아역배우들의 성장을 또 다른 배우로 교체하는 일반적이고 판에 박힌 성장영화의 촬영 방법 대신, 링클레이터 감독은 영화를 무려 1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촬영하며 아역배우들과 다른 배우들의 성장과 늙음을 생생히 카메라에 담는 혁신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전형적인 촬영방식을 거부한 신선한 시도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가 아닌 지극히 보편적인 우리의 삶을 관찰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이 갖지 못했던 독특한 특징들을 여럿 갖게 된다.


<보이후드>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인생의 묘사에 대한 사실성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주된 관찰 대상은 '어른이 되어 가는 소년'이다. 허나, 흐르는 세월 속에 변해 가는 건 단지 소년만이 아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소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늙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소년과 함께 늙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이다. 숙제를 다 마쳤냐고 묻고, 폭력적인 계부로부터 아이들을 감싸 안던 '보호자'였던 엄마는 두 아이의 사춘기 때 귀찮은 존재로 전락해 버리고, 마침내 아이들이 그녀의 곁을 떠날 때가 되자, 눈물을 쏟아내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아들의 떠남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그들이 오래 전 보았던 그들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영화를 통해 다시 조우한 옛 모습에 가슴은 먹먹해지기만 한다.

<보이후드>는 주인공이 친구와 인생을 논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막을 채 내리지 않은 연극처럼 갑작스럽다. 갑작스런 엔딩은 마치 인생과 같다. 우리의 삶은 정확한 시작과 끝으로 이루어 져 있지 않다. 시간 날 때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던 친구는 몇 년 째 잊혀져있고, 오래된 첫 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그 상대를 볼 때 마다 다시금 가슴을 적셔온다. 특별한 맺음과 끊음이 없는 결말 마저도 인생을 너무나 잘 표현한다.

장장 3시간에 걸친 영화는 우리들의 유년기를 빼곡히 기록한 한 편의 앨범을 보는 것만 같다. <보이후드>의 주인공이 겪는 유년기는 그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가슴에 와닿는다.
덧붙이는 글 영화 스틸 컷을 첨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중문화 #영화 #BOY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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