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먹어야지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 ..
정현순
지도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어느새 끼니때가 됐는지 점심이 나왔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밥 생각이 있을 리 없었다. 점심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하다 '그래도 먹어야 시간이 빨리 가지' 하곤 점심을 먹었지만 제대로 먹힐 리가 만무. 한 숟갈 한 숟갈이 마치 지옥을 드나드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럼 없어야 하고말고. 아직 스프레이가 터져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말은 없었잖아. 아니야, 하지만 운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을 거야'하고 생각했다. 불안감 아니, 공포는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무사히 베오그라드에 도착해야만 끝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지옥을 넘나드는 6시간 동안의 비행이 끝나고,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짐도 무사히 찾았다. 다행 중 다행이었다. 그제야 난 웃을 수 있었고 언니와 올케에게도 말할 수 있었다.
올케는 "지금까지 스프레이 때문에 사고 난 적은 없었잖아요"했고, 언니는 "그래, 나도 그 얘기 들었다. 너 걱정 많이 했겠구나. 우리한테도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그나마 처음부터 그 생각이 안 나서 다행이다. 비행기 타자마자 생각났으면 넌 지금 반은 죽었을 거야.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언니나 올케가 그랬어도 나처럼 그랬을 거야. 얘기한다고 일이 해결 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내 심장이 너덜너덜 다 해진 느낌이다."다행히 여행은 계속됐다큰일이 해결된 뒤라 첫 일정은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첫날 일정이 모두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문제의 선크림 스프레이를 꺼냈다. 그 물건은 아무 일 없이 아주 잘 있었다. 다음날부터 선크림 스프레이를 열심히 뿌리고 바르면서 여행을 계속했다.
더불어 가이드에게 관련 사실을 물어봤다. 가이드는 "요즘은 스프레이 상품이 많아서 절대로 못 싣게 되어 있어요. 저도 수신기를 30개 정도 한꺼번에 가지고 탔다가 빼앗긴 적 있어요. 수신기 안에 아주 작은 칩이 있는데 그것이 모여 있으면 폭발의 위협이 있다네요"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언니, 올케와 나는 놀라며 서로 쳐다보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는 날 선크림 스프레이가 남아 있어서 숙소에 팁과 함께 놔두고 나왔다. 청소하러 오시는 분이 괜찮다면 사용하라는 뜻으로.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알 수 있었다. 작은 불씨가 큰 불씨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교훈을 단단히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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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 통 하나에 6시간 동안... "심장이 너덜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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