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비폭력 교육혁명가 비노바 바베의 배움과 삶, 교육 이야기
착한책가게
수능 시험 날이면 어김없이 신문을 장식하는 '성적 비관 자살' 학생 소식이 올해도 올라왔다. 전년도보다 어려웠다는 수능으로 학생들은 대학 선택의 고민이 클 것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학생들은 12년 이상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취직을 위해 또다시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학교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사회는 명문대 입학 순으로 학교를 줄 세운다. 줄 세우기 교육은 학교 폭력과 왕따와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남을 짓밟고 20년 가까이 배운 공부가 정작 자신의 삶이나 사회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학교 공부가 사회에서 정작 별 쓸모가 없는 것이라면 교육 제도와 교육 과정 전체를 되짚어 봐야만 한다. 교육의 목적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삶에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폭력 교육 혁명가이며 길 위의 교육자로 알려진 비노바 바베는 배움과 삶을 잇는 교육자다. 그의 강연과 배움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많은 해답과 대안이 제시되어 있다.
하루 한 시간 수업 그리고 마을 대학 그는 놀랍게도 한 시간 학교 교육과 마을마다 그 마을 특성에 맞는 대학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7시간 이상의 정규 수업, 아침 자습 한 시간, 저녁 야간 자습으로 서너 시간 등 하루 열 시간 이상 수업에 투자하는 한국인들로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지나친 경쟁 교육이 불러 온 학교 서열화, 대학 졸업생의 대부분이 실업자와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교육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해결할 단초를 제시한다.
"요즘 저는 '한 시간 학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학교는 정부가 세운 학교가 아니라 마을 학교이며, 매일 아침 한 시간만 공부를 할 것입니다. '아침 기초학교'는 실현 가능한 좋은 기회입니다. 밤에는 마찬가지로 '한 시간 대학' 모임을 가져야 합니다. 15세 이하이 아이들은 아침 학교에 다닐 것입니다. 16세 이상이 되면 학교에서 공부를 했든 안 했든 대학에 갈 권리가 있습니다. 아침 학교에서는 읽기, 쓰기, 수학 등을 가르쳐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대화와 토론, 음악과 기도를 담은 노래를 통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비노바 바베) 질문: 아이들이 한 시간만 공부를 하는 것으로 적절한 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미 농촌 사람들은 충분히 먹지 못해서 몸도 부실한데, 이 계획이 정신마저 빈약하게 할 우려는 없습니까?비노바 : 아이들은 한 시간씩 규칙적인 '수업'을 받으면 충분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몸을 튼튼히 하기 위해 먹는 데 쓰는 것과 같은 양의 시간을 정신과 지성을 살찌우기 위해 교육에 쓰도록 하는 것은 참 좋은 원칙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이러한 영양분을 소화시키는 데 쓰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 해도 모두 합쳐서 하루에 한 시간 반 이상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진정 적절하게 가르치고 있다고 전제할 때, 아이들이 한 시간에 걸쳐서 배운 지식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그러니까 학생들이 그 지식에 완전히 동화되기 위해서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육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단지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자기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입니다. 일단 이 일이 이뤄지면 지식에 대한 갈망이 깨어나고, 그러고 나면 쉽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데는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비노바 바베가 말하는 교육의 정의는 '배움에서의 자립'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일깨워 주는 것, 그것이 학교와 교사가 할 일이다. 나머지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 지식을 활용해 삶과 정신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비노바 바베는 기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기초 교육은 몬테소리 교육법이나 프로젝트 수업이 아니라 '새로운 전망, 새로운 시도'이며 그것의 실현을 위해 '기능교육(노작)'과 '문해 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작업만 교육에서 하면 된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비노바 바베식 교육은 세 가지 자립을 위한 것이며 자립은 아래의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자신의 감각과 사고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의 노예가 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몸은 배를 채우기 위해서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비노바 바베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것이 마을에서 쓸모 있는 기술과 일상의 삶에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마다 교육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교사가 되고 특별히 산야시(방랑 생활을 하는 수행자)는 마을에서 머물며 그가 다른 곳에서 보고 배운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최고의 교사는 산야시며 지식을 나누는 대가로 깨끗한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라고 제안한다. 대학에서 돈을 주고 산 지식은 지혜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 진리의 지식은 어머니가 어린 아이에게 젖을 빨리듯 사랑과 봉사로 거저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비노바 바베가 말하는 '비폭력 교육 혁명'그는 비폭력 교육 혁명을 주장한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가 만들어 낸 모든 제도 속에는 폭력이 잠재되어 있다. 가정에서는 사랑의 매를 핑계로 회초리와 훈육이 있고 정부에는 법을 빙자한 통제와 처벌이 있다. 사회에는 자본가와 다투는 노동자의 보이콧과 파업이 있다. 하지만 자본가는 폭력으로 노동자를 억압한다. 국제 사회는 군대와 자본의 폭력이 용인되는 대표적인 곳이다. 진정한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힘과 자본의 논리와 군대가 아닌 비폭력 교육과 사랑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신이 실제로 누군가를 때리거나 해치지 않는 한, 일을 하면서 더 엄밀하고 강력한 수단을 쓰는 것은 비폭력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군대를 생각해 보면 그 과정을 뚜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무기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군인은 더 큰 무기를 집어 듭니다. 그리고 그것들조차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한층 더 파괴적인 무기에 의존합니다. 만약 비폭력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오직 강경하고 엄혹한 수단 강구하는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그들의 비폭력은 단지 이름일 뿐 그 정신은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책 일부-교육의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오늘날 교육 현실은 폭력적이며 교육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학생들은 채찍질을 받으며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깨우쳐 가는 것이 아닌 죽은 지식을 머리에 구겨 넣는 일로 학창기 대부분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이상 공부하고 사회에 나오면 죽은 지식은 삶에 활용되지 못한다. 또다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지식 싸움을 해야만 한다. 이것은 분명 교육이 원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스스로 지식을 터득하고 지혜의 샘을 퍼낼 사유의 시간이 넉넉한 교육이 필요하다.
진실로 지성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예수, 소크라테스, 고타마 붓다처럼 삶속에서 이지의 등불을 높이 쳐들고 영혼의 지성을 가꾼 분들이다. 삶과 앎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경험과 삶의 지혜와 사유를 통해 가장 필요한 지혜를 얻었고 그 지혜를 나누었다.
마을마다 살아있는 도서관이 있고 살아 움직이는 우주인 사람들이 있다. 이제 그 살아있는 지식과 지혜의 보고를 열어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을 활용해야 할 때다. 배움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평생 이어지는 과정이며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노바 바베는 말한다. 이제 변화를 위해 비폭력 교육 혁명에 나서라고.
정부나 그 어떤 단체도 개인을 변화시키는 혁명을 일으키지 못한다. 정신은 영혼 속에 개인 속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각하고 행동할때 자신을 위한 변화, 즉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 비폭력 교육혁명가 비노바 바베의 배움과 삶, 교육 이야기
비노바 바베, 김성오 옮김,
착한책가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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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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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 하루 한 시간 수업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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