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인근까지 물 찬다"... 다리에 매달린 남자

지리산댐 건설 반대 고공시위... 식수용댐 건설 근거 빈약해

등록 2014.11.18 15:03수정 2014.11.18 15:57
4
원고료로 응원
지난 16일 오전 11시, 지리산 용유담(龍遊潭)의 용유교라는 30여 미터 높이의 다리에 한 사람이 위험하게 매달렸다. 다리 난간에서부터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플래카드를 펼쳤다. 다리에 완전히 매달려 대롱대롱 거린다. 한 바퀴 감겨진 플래카드를 어렵게 펼치자 세로로 길게 쓰인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 댐을 반대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과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댐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과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 댐은 죽음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댐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백재호 운영위원이 30여 미터 높이의 다리에 매달려 고공시위 중에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백재호 운영위원이 30여 미터 높이의 다리에 매달려 고공시위 중에 있다정수근

플래카드만 봐도 무엇 때문인지 알겠다. 이곳은 바로 지리산댐(문정댐)을 반대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모인 용유담 고공시위 현장이다. 그렇다. 이 나라 국토해양부는 바로 이 일대에 '철 지난' 댐이란 것을 짓겠다고 한다.

국토부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해 2021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 등 수계에 4개의 다목적댐을 비롯한 6개의 댐과 지자체가 건의한 8개의 지역 소규모댐 등 총 14개의 댐을 건설하는 내용의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을 확정했다. 지리산댐은 그 계획의 일환이다.

그런데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도대체 댐이 웬말인가? 그것도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옛부터 시인묵객의 발자취가 끊이지 않았던 곳"(함양군 설명)이라는 이 용유담(국가명승지로 문화재청이 지정검토 중에 있다) 부근에 웬 댐이란 말인가?

민족의 영산에 웬 댐인가

 지리산댐 조감도. 조감도에 의하면 실상사 인근에까지 물이 차게 된다.
지리산댐 조감도. 조감도에 의하면 실상사 인근에까지 물이 차게 된다.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용유담 주변으로 맑은 계류가 조용히 흘러간다
용유담 주변으로 맑은 계류가 조용히 흘러간다정수근

국토부는 이 일대에 높이 141m, 길이 896m, 총저수량은 1억7000만t, 유역 면적은 370㎢(사업비는 9898억 원)에 이르는 홍수조절용 댐을 짓겠다고 한다. 홍수조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밀어붙인 논리 중 하나가 홍수예방이다. 약방의 감초처럼 매번 등장하는 그 논리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이미 댐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것에는 수몰지가 생기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실제로 홍수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어서 기존 댐을 허물고 있다. 이를 통해 하천에 자연스런 물길을 돌려주고 주변에 저류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철 지난' 댐 정책을 고수하면서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4대강 사업만 하면 더 이상 홍수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만 하면 매년 들어가는 홍수피해액 4조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런데 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4대강 사업만 하면 더 이상 홍수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만 하면 매년 들어가는 홍수피해액 4조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런데 왜?mbc 피디수첩 캡처

게다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뭐라고 했던가? 당시 대통령이라는 분은 TV토론에 나와 연필을 들고 계산까지 하면서 홍수 피해로 매년 4조 원씩 들어가니, 몇 년만 지나면 4대강 사업의 수혜가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또다시 홍수조절용 댐을 지어야 하는가? 이 나라의 큰 4개의 강에 16개의 댐(보라 불리는)과 2개의 하천유지수용 댐 이렇게 총 18개의 댐을 지어서 홍수예방을 하겠다고 장담해 놓고는 왜 또 댐이란 말인가? 그것도 이 나라 제일의 산 지리산에 말이다. 지금 내성천에 짓고 있는 마지막 4대강 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국보급 하천인 내성천도 하루하루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은 이 나라의 잘못된 정책으로 완전히 사라질 판에 놓여 있다.

이런 판에 지리산이라니. 민족의 영산이라고 이 나라의 백성들이 흠모하고 경외의 대상으로까지 숭배하는 산에 웬 댐이란 말인가? 게다가 지리산댐이 만들어지면 실상사 인근에까지 물이 차게 된다. 큰 비가 오게 되면 오히려 실상사가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왜 지리산의 심장을 막으려고 하는가? 이쯤되면 국토부가 아니라 국토파괴부라 불러야 되지 않냐? 아름다운 곳만 보면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날 고공시위 퍼포먼스를 한 백재호씨(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의 탄식이 서글프다.

 창원마을 다랑이논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훤히 보인다. 댐이 놓일 마천면의 골짜기는 대부분 이런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창원마을 다랑이논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훤히 보인다. 댐이 놓일 마천면의 골짜기는 대부분 이런 마을들이 자리잡고 있다. 정수근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정수근

지리산댐을 식수용 댐으로 하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도 참으로 염치없다. 4대강 사업을 적극 찬동하고 낙동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을 때조차 "과거에 비해 녹조가 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흰소리를 한 분이 왜 식수용 댐을 언급하는가?

이명박 정부의 주장처럼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질이 그렇게 맑아졌다면서 왜 식수용댐이 또 필요하냔 말이다. 자그만치 8억 톤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만 8억 톤의 강물이 추가 확보돼 있다. 그런데 왜 또 댐이 필요한가. 그것도 경남도의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이라는 세 개의 군을 접하고 있는 경남의 등뼈격인 지리산에다 말이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 제발 그대로 두라

국립공원 1호는 지리산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국립공원 1호, 이것은 지리산이 이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란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이 나라의 상징이자 민족의 영산이라는 지리산에 홍수조절이라는 목적의 댐을 꼭 지어야만 한다는 국토부의 논리는 너무 빈약하다.

"홍수조절이라면 그 댐을 지을 1조 원이나 되는 그 천문학적인 돈으로 서구처럼 홍수가 날 법한 곳에 저류지를 더 확보하라. 이제는 토목이 아니라 자연으로 자연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용유담 현장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댐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용유담 현장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리산댐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정수근

 용유담 현장의 퍼포먼스. "지리산댐 계획 중단하고, 용유담을 국가명승지로 빨리 지정하라!"
용유담 현장의 퍼포먼스. "지리산댐 계획 중단하고, 용유담을 국가명승지로 빨리 지정하라!"정수근

고공시위를 기획한 '생명의 강을 위한 댐 반대 국민행동' 박창재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렇다. 오히려 댐을 지을 돈으로 저류지를 더 확보하자. 그래서 "용이 노닐었다"는 그 용유담의 용처럼 지리산이 더욱 역동적인 산이 될 수 있도록 하천에 더 많은 땅을 할애하자.

"댐을 막는 것은 지리산의 혈맥을 막는 것과 같고 그로 인해 결국 이 땅의 기운이 쇠하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그보다는 저류지를 더 확보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게 하는 것이 주변의 살찌우고, 이 땅의 기운을 더욱 북돋우는 일일 것이다."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이자 지금은 마천면 창원마을에 귀농한 김석봉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국토부가 더 이상 국토파괴부라는 오명으로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립공원 1호이자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혈맥과 심장을 막으려는 계획은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이 아름다운 국토를 잘 가꾸고 보존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지역 인터넷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지리산댐 #용유담 #고공시위 #국립공원1호 #환경운동연합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4. 4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5. 5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