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팔아 자영업자 눈물 닦아준 <국민>

[주장] 주휴수당 요구하면 사장님 배신? 근로기준법 준수는 기본

등록 2014.11.26 18:16수정 2014.11.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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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국민일보>의 '자영업자의 눈물' 기획 시리즈 중 "벌이는 월급쟁이보다 못한데 준수의무는 기업가 수준" 기사 갈무리.
지난 25일, <국민일보>의 '자영업자의 눈물' 기획 시리즈 중 "벌이는 월급쟁이보다 못한데 준수의무는 기업가 수준" 기사 갈무리.국민일보

자영업자들이 고생이란다. 그런데 그 고생이 인건비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일보>는 지난 25일, '자영업자의 눈물' 기획의 일환으로 "벌이는 월급쟁이보다 못한데 준수의무는 기업가 수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노동자의 인건비가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의무인 것처럼 묘사했다.

제목에 나오는 '의무'는 기사 본문에 총 2번 나온다. 전부 '인건비' 관련 문단이다. 심지어 서두에서 '주휴수당'을 요구한 직원을 마치 사장을 '배신'한 것처럼 묘사했다. 결과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4대 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되기 전 3개월마다 갈아치우는 사장을 정당화해주었다. 심지어 1주일에 15시간 일하면 누구에게나 지급해야만 하는 주휴수당을 "큰 기업체에서나 줄 것 같은"이란 형용사를 붙여가며 '호의'의 문제인 것마냥 치부했다.

자영업자가 눈물 흘리는 이유는 '인건비'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사가 잘못된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 마냥 그렸다는 점이다. 점포 거래 전문업체 <점포라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의 자영업 점포의 평균 인건비는 242만 원이다. 이는 작년에 비해 17.1%(50만 원)이 줄어든 결과이며, 2010년(303만 원) 이후 최저 수치다.

그에 비해 평균 월세는 2010년 이후 최고 수치인 324만 원에 달했다. 작년에 비해 수도권 점포 매물 거래 등록 개수가 10% 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짐은 인건비가 아니라 점포 월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9월 24일, "자영업자의 큰 애로 중 하나가 상가 권리금 문제, 임차 간 문제"라고 밝힐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다.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으로 직결된다. OECD 평균(6.44달러)의 50%에도 못 미치는 현실(3.12달러)까지 고려하면 인건비가 결코 자영업자의 눈물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200만 명이 넘는다.

<국민일보> '자영업자의 눈물'은 기획 기사다. 이 제목을 달고 나온 25일자 기사는 총 3개였다. 다른 기사들은 각각 "시간제 일자리 만들면 최대 960만 원 지원", "정부의 탁상행정 자영업자 더 울린다"라는 제목으로 자영업 지원책과 정부의 탁상행정을 이야기한다. 제목은 자영업자의 눈물이라지만 그 눈물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흘리는지 어느 기사도 정확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경쟁자가 너무 많은 레드 오션, 경기 침체의 만성화 등 자영업자를 눈물짓게 하는 원인은 거르고 난 데 없이 인건비를 걸고 넘어졌다. 심지어 실효성에서 의문을 받은 '시간제 일자리'를 권장하기까지 한다.

'근로기준법'은 당연히 지켜야만 하는 법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 지난 6월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6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동안 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촉구지난 6월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6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동안 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모든 자영업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일부 자영업자들은 꽤나 잘못된 행태를 보인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퇴직금을 모아 창업을 한다. 예상에 비해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도 지켜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 지킬 것 다 지켜가며 돈을 버느냐"라고 면박을 주기 일쑤다.

몇몇 악덕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하기 싫으면 관둬"라고 말한다. 이 말을 반대로 돌려주고 싶다. 악덕 자영업자들도 아르바이트생에게 돈을 못 줄 것 같으면 "사업을 그만둬"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업장의 수익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노동가치가 소중한 것만큼 아르바이트생의 노동가치도 소중하다. 노동의 가치를 언급하는 게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몰라도 사회의 발전 그 기저에는 항상 노동이 있다. 그릇된 가치관으로 노동을 폄하하는 언론이나, 약자의 입장에서 더 약한 자를 억압하는 자영업자들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디 땀 흘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생활의 가치가 더 이상 폄하받지 않기를 바란다. 인건비는 '당연'한 노동의 대가다.
#자영업 #노동자 #최저임금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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