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은 생생한 국화가 책상마다 놓여 있는 단원고 2학년 4반 교실. 학부모님들이 매번 찾아와 꽃을 두고 청소도 하고 간다(10월 17일 촬영).
이희훈
"교장 선생님이 2학년 교실을 이제 그만 정리하는 게 어떠냐면서 통보하는 식으로 말을 했대요. (생존학생들은) '싫어요', '우리 졸업할 때까지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얘기하면서 울기도 했다는데… 딴 걸 다 떠나서 유가족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런 얘기를 학생들에게 먼저 한 게 너무 슬프고 화나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학생 250명·교사 10명을 잃은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사고로 숨진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을 정리하겠다고 해 논란이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최윤민 학생의 언니인 유가족 최윤아(23)씨는 2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장 선생님이 어제(26일) 오전에 강당에 생존자 아이들을 모아 놓고 2학년 교실을 그만 정리하자고 얘기했다고 한다"면서 "왜 유족들에게 먼저 의견을 구하지 않았는지 너무 화가 나고 슬펐다, 회사에서 계속 울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교실을 정리하는) 이유가 '1학년 아이들이 들어오면 교실이 부족해서'라고 언급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교실 없어서 어떡할 뻔했나"고 꼬집었다.
단원고 2학년 교실 10개 반에는 현재 희생학생들의 책상과 걸상, 유품들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 칠판에는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친구들의 글이, 책상 위에는 희생자의 생전 사진과 국화 꽃다발이 있는 등 이들을 추모하는 손길로 가득하다(관련기사:
단원고 2학년 6반 교실에 24시간 불켜진 까닭은). 유가족들은 생존자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교실을 보존하자는 입장이다.
단원고·도교육청 "논의하는 상황... 유가족 입장 최대한 존중"그러면 왜 단원고 교장은 왜 2학년 교실을 정리하겠다는 걸까. 최씨와 세월호가족지원네트워크 송정근 목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단원고 1·3학년 재학생들의 학부모 100여 명이 회의를 열었고 '교실 정리'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학교 정상화'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 이 의견이 단원고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그 분들이 유족 대책위 쪽에 '교실을 치우라, 안 그러면 서명운동까지 하겠다'고 다소 적대적으로 얘기하셔서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며 교실 정리에 대해서는 "일부 학부모 의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단원고 추교영 교장은 27일 <중앙일보>와 한 통화에서 "분위기를 바꿔 가자는 차원에서 얘기를 꺼낸 것이다, 학생들 의견을 물어보는 정도였다"며 "(정리는)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실 정리로 결정된 게 아니라 아직도 논의를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전부터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그런 목소리가 있었다, 학교 쪽도 내년 학사 일정을 고민해야 하니까 논의에 붙여본 것"이라며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유가족들이 교실을 보존해야 한다고 하면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단원고의 추교영 교장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지난 26일 오후 잠시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대책위는 27일 오후 7시께 단원고를 방문해 면담할 계획이다. 최씨는 "대다수 가족들은 여전히 희생 학생들 교실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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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장 "2학년 교실 그만 정리"... 이유는 교실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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