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칭다오 산둥루 비즈니스센터 지역.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완다(萬達)그룹의 쇼핑몰과 주상복합 건물이 있다.(왼쪽), 그곳에서 도보로 불과 15분 거리에 저소득층 주거지가 있다(오른쪽).
김소연
무늬만 소황제?개혁개방이 시작될 무렵 중국 정부는 '한 자녀 낳기' 정책을 강제적으로 시행했다. 전통적으로 대가족인 중국 가정에서 단 한 명의 자녀만 허용되자, 그 아이는 집안에서 금쪽같은 자식이 되었다. 불면 날까 쥐면 꺼질까, 금지옥엽으로 자란 아이들은 '소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립심과 참을성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인 소황제를 두고 기성세대는 '소황제 증후군'을 거론하며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다 소황제인 것은 아니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진짜 소황제와 무늬만 소황제로 구별된다.
나는 4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우리 반에서 반 정도의 학생들이 외국 유학이나 중국 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학생은 미국 유학에 관한 최신 정보를 얻고 스터디 그룹에 나가느라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갔다. 혼자서 아등바등 유학준비를 하는 학생은 볼 수 없었다. 그만큼 다들 유학을 갈 만한 형편이었다.
"왜 유학 가니?" "유학을 갔다 와야 제대로 대접을 받아요." 나라면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 선진 학문에 대한 동경, 한창 풋풋한 나이에 자유롭게 이국을 떠돌고 싶은 욕망, 그런 감상이 먼저였을 것이다. 명색이 디자인을 전공하는데, 더구나 20대 초반, 곧 죽어도 낭만을 꿈 꿀 나이가 아닌가. 그런데 학생들의 대답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유학도 유학 나름이고 대접도 대접 나름이라면서.
건축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일단 미국 유학에 목을 맨다. 중국 건축계도 점점 미국 학위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대학은 아니고 명문대여야 한다. 그래야 귀국 후에 급이 다른 대접을 받는단다.
부와 권력은 학력 순... 하지만외국 유학에 대한 기대치가 이 정도라면 중국 내 대학원 진학은 어떨까? 최선이 아닌 차선일까? 그렇지도 않다. 사실 중국의 명문대 대학원 입학은 웬만한 외국 유학보다 어렵다. 건축학과가 유명한 칭화대, 톈진대, 상하이 통지대, 난징 동난대 입시에 떨어져 차선으로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이 명문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부와 권력이 학력 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의 억만 장자와 정계 지도자를 봐도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저장대학, 푸단대학, 런민대학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명문대가 모든 학생들에게 찬란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즈음 중국 관영방송 기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니 싱푸마?"(당신은 행복하세요?)라고 물었다. 그 때 별의별 사람이 별의별 대답을 해서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그 중 베이징대학 남학생의 인터뷰 동영상이 있었다. 행복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남학생은 윈난 방언으로 대답했다.
"우리같은 가난한 학생들의 행복은 모두 '관얼다이(官二代, 고위 공직자의 자녀)'와 '푸얼다이(富二代, 부잣집 자녀)'에게 빼앗겼다.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고 사회에 대한 스트레스도 이렇게 많은데, 무슨 행복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러자 기자가 대뜸 "너 윈난 출신이지? 못 알아듣겠으니 보통화(표준말)로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남학생은 보통화로 이렇게 고쳐 말했다. "아, 난 아주 행복해. 취업 기회는 갈수록 많아지고, 학습 환경도 날로 좋아지니까.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기회를 주는 사회와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가 너무 고마워." 바뀐 대답은 그 남학생보다 먼저 인터뷰한 교수의 말과 거의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