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막 농성장에서 찍은 세 사람. 좌측부터 임플란트 치료로 부은 얼굴의 임재춘, 동맥경화 김경봉, 나이 50의 골다공증 이인근.
최문선
김경봉 조합원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왼쪽 엄지손가락과 모양이나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손가락 사고가 난 지 8년이 지났어도 옷의 단추를 잠그기 어려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공상 처리비용이 셈하지 않는 삶의 장애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작년 어느 날 "손가락이 못생겼네요"라고 생각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김경봉 조합원은 반대편 엄지를 내밀며 "이봐, 원래 내 엄지손가락 이뻤거든"이라고 말하며 다친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최근 임재춘 조합원은 2주에 한 개씩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다. 대전에서 주말을 보내고 인천 농성장으로 돌아오는 월요일이면 한쪽 볼이 번갈아가며 부어 있다. 임재춘 조합원은 치아 치료와 함께 간수치를 낮추기 위해 요즘 음주 조절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다른 농성자들에게 "이는 닦았냐?"는 잔소리를 듣는다.
작년 2월 콜트 공장에서 농성자들이 쫓겨날 때 회사 측의 용역들과 거친 몸싸움이 있었다. 하얀 눈 위에는 임재춘 조합원 입술에서 흘러내리던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스몄다. 그렇게 다친 이였다. 잇몸이 헐거워지고 이가 주저앉는 동안 이렇다 할 치료도 없이 방치한 채 농성 1년을 더 채우고 이제야 치료를 받는다.
9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는데, 김경봉 조합원과 이인근 지회장은 각각 동맥경화와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 다 처방된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인근 지회장의 골다공증은 몸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척추 골다공증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인근 지회장이 골다공증이란 진단이 나오자 사람들은 '입 짧은' 그의 평소 식습관을 탓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인근 지회장은 몇 년 전 송전탑에 올라 단식농성을 한 적이 있었다. 겉으로만 회복된 몸 안에서는 농성의 상처들이 자라고 있었다. 나이 50에 척추 골다공증이라니….
몸에 새겨지는 삶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50대의 그들 몸이 쇠약해지는 것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8년의 농성이 남긴 또 다른 신호들이다. 그들 몸의 이야기는 또한 인간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