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 탄곡 마을 숲과 보존

등록 2014.12.02 16:31수정 2014.12.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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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마을 숲이 보존되고 때로 훼손되어 있으면 복원할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본래 마을 숲 조성이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공동체적인 삶과 긴밀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 숲 조성은 불안정한 땅을 안정한 땅으로 만들기 위해 허(虛)한 곳을 비보(裨補)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마을 숲을 오랫동안 보호, 보존하기 위하여 여기에 신성성, 신앙성이 첨가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연유로 마을 숲이 돌탑, 선돌 등과 결합돼 조성됩니다. 마을 숲을 오랫동안 유지, 보존할 수 있었던 근거는 마을 숲 소유에 있습니다. 마을 숲은 마을 공동 소유로 관리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마을땅'이라고 합니다. 이 점은 마을 숲이 오랫동안 유지 보존된 주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을 숲 나무를 팔려면 한 개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고 마을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호, 보존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을 숲이 마을에서 수구막이로서 신성성을 가지고 있는데 공동소유라는 것은 마을 숲을 얼마나 중요시했는가 말해 주는 대목 입니다.


요사이 마을 숲은 규모가 축소되거나, 없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휴식이나 운동, 야영, 농사용 작업, 표고 재배 등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마을숲 빈 공간에 고장 난 농기계를 방치하거나 농사용 자재를 야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부인 입장에서 보면 이런 모습은 당연히 마을숲을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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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곡 마을숲과 마이산. ⓒ 이상훈


탄곡 마을 숲 모습이 보도가 나간 이후 마을 분들의 상심이 매우 컸습니다. 탄곡 마을 답사 때 안면이 있는 분께서 하소연 같이 필자에게 마을 숲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마을 숲 안에 표고버섯을 재배 한다든지 농기계나 농자재를 마을 숲 빈 공간에 보관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숲을 보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백 년 동안 보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농촌 어려움이 마을 숲에 투영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탄곡마을은 조선 중기 이후 나씨가 정착하면서 형성했고, 후에 인동 장씨, 밀양 박씨가 들어와 번창했습니다. 마을이 수림(樹林)이 울창하고 각종 열매가 많이 열려 예전에는 수실(樹實)이라 불렸습니다. 이후 마을 앞산의 모양이 마치 거문고를 타는 형상과 같다 하여 탄금리라고도 불렸습니다. 그 후 '수실'을 '숯실'로 오인하고 일본 강점기 때 '탄곡(炭谷)'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탄곡 마을(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림리)은 '성수산'에서 뻗어 나온 '마치산' 줄기가 주산 역할을 한다. 백호는 '두미봉' 줄기이며 청룡은 '성용골' 줄기입니다. 마을 한 가운데로 고욤 나무 방죽에서 시작하는 물줄기가 흘러 내려가며 마을 가운데가 허(虛)해 수구막이로 숲을 조성했습니다. 탄곡 마을은 북서쪽만 트이고 나머지는 산줄기가 감싼 형국입니다.

북쪽 은천마을과는 1km, 남쪽 백운면 평장리 송림마을과는 2km거리고, 마을 뒤 계곡(유역면적 약 1제곱킬로미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마을 앞으로 흘러 내려갑니다. 마을 숲은 물이 흘러 내려가는 북서쪽 방향에 사다리꼴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탄곡마을 마을 숲 수종은 대부분 활엽수입니다. 즉 개서어나무(59주), 느티나무(14주), 아까시나무(2주), 줄사철나무(10주), 벚나무(1주), 오리나무(1주), 아그배나무(1주) 등으로 교목상층 종수는 7가지며 총 개체 수는 80그루 정도 됩니다.


탄곡 마을숲은 길이 170m, 면적 4510제곱미터, 형태는 사다리꼴 모양입니다. 현재 탄곡 마을 숲은 개천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마을 숲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결코 마을 숲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없애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믿습니다. 탄곡 마을 숲은 그 누구 것도 아닌 탄곡 마을사람들에 의해 조성되고 탄곡 마을사람들에 의해 영원히 보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새전북신문(2014.12.2)에 실린 글입니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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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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