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역사 박물관, 강화 여행

[서평] <강화도의 기억을 걷다> 옛사람의 손길과 우리 발길의 만남

등록 2014.12.02 19:25수정 2014.12.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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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기억을 걷다>는 강화도에 있는 산마을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최보길 선생님의 강화도 여행 답사집입니다.

 

본래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라는 최 선생님이 강화에 자리 잡은지 어언 10년, 고향 떠난 외로움을 섬의 이곳저곳 둘러 보는 것으로 달랬을까? 명색이 역사 교사이니 그냥 둘러 보는 것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 였을까? 여기 그 10년 동안의 유랑과 발자취 그리고 지붕없는 박물관 강화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 깊이 있는 해설서 하나를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답사는 청동기 시대의 대표 유적인 고인돌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고인돌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은 강화가 그 옛날부터 살기 좋은 땅이었음을 증명하는 셈. 그러나 이는 계급의 분화를 내포하고 있으니 평등했던 원시사회를 지나 지배층을 위해 거대한 고인돌을 만들어야 했던 피지배층 사람들의 희생에도 선생님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6만 정도인 강화의 인구가 13세기 대몽항쟁기를 맞아 고려 무신정권이 강화로 천도했을 당시에는 무려 30만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륙의 백성들은 나몰라라 하고 도망온 그들은 쫓겨온 곳에서 조차 화려한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으니 강화에 지은 고려 행궁은 개경 고려왕궁의 규모를 그대로 따라 지어 내성, 외성, 나성까지 쌓았다고 합니다.

 

그 뿐 아니라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농토를 늘리려 대규모 간척 사업까지 벌여 섬의 모습이 크게 바뀌기 까지 했다고 하니 이 모든 일들을 감당해야만 했던 강화 사람들의 고생이 과연 어떠했겠는지 고려의 강도(江都)시대를 말하면서도 최선생님은 끝내 강화 사람의 시선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수도와 가깝고 염하가 보호해 주는 천혜의 요새였던 강화는 이후 정묘, 병자호란때에도 왕실의 피난지 역할을 해야 했고 근대에는 밀려드는 외세의 침략을 제일 먼저 맨몸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슬픈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 등 강화 5진 7보 53돈대와 병인양요, 신미양요 강화도 조약 등의 역사적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아니 그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 강화 북쪽에서 북한의 개풍군을 훤히 볼 수 있는 연미정과 평화전망대는 분단의 현실을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쇠락해가는 명나라와 신흥 강국 청나라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통해 나라의 안위를 꾀했던 광해군과 이를 비판하며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던 인조.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들. 불과 4년 후 정묘호란으로 피난 온 인조와 폐위되어 이미 유배되어 있던 광해군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강화도라는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도 합니다.

 

자신들의 이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듭된 난리와 부역에 지친 신산한 삶이 고달퍼서 였을까요? 강화는 여러 종교의 성지가 됩니다. 전등사가 그렇고 팔만대장경의 선원사지, 참성단과 대종교, 성공회 성당, 감리교의 교산교회 등이 그렇습니다. 영국의 성공회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포교를 시작했는지 그것도 강화에서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사관학교였던 통제영 학당지와 성리학을 극복하려 했던 양명학에 대한 소개 강화도령 철종, 맹인들을 위한 훈맹정음 등 강화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구수하게 이어집니다.

 

책의 말미에는 자신의 일터인 산마을 학교를 소개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마저도 답사라 표현하고 있으니 선생님은 모든 것이 다, 가서 보고 조사해야 하는 답사전문 역사선생님이 천직인 듯 합니다. 최보길 선생님은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하는 '강화 나들길 걷기'의 명해설사이기도 하면서 제 아이들 둘의 은사이시기도 합니다.

 

유구한 세월의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 강화의 속살을 느끼고 싶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2014.12.02 19:25 ⓒ 2014 OhmyNews

강화도의 기억을 걷다 - 옛사람의 손길과 우리 발길의 만남

최보길 지음,
살림터, 2014


#강화 #최보길 #산마을학교 #산마을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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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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