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에 기성회비 통합? 수업료 2700% 상승

고법 "기성회비 등록금 납부 법적 근거 없어"... 교육부 "기성회비 수업료로 일원화"

등록 2014.12.03 12:04수정 2014.12.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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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등록금 고지서에서 기성회비 항목이 없어진다. 지난 9월 18일(목) 교육부에서 발표한 '2015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립대는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해 등록금을 징수하게 된다.

이번 예산안은 대법원의 기성회비 반환소송 판결을 앞두고 나온 발표로, 기성회비 불법징수논란이 일자 기성회비를 일반회계에 포함해 등록금을 걷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기성회비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아닌 현행 등록금 납부방식을 유지해, 국립대 운영의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성회비 반환소송, 1·2심 모두 원고 승소

기성회비란, 국가 예산이 부족했던 1960년대 학교운영이나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후원회 성격의 학부모 단체인 기성회가 자발적으로 내던 비용이다. 하지만 기성회비에서 급여보조성 경비 지급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자 1977년 1월 문화교육부(현 교육부)는 '국립대학교 비국고회계 관리 규정'을 제정해 기성회비를 등록금으로 포함해 징수했다.

이후 국립대학은 정부정책에 규제받는 수업료 대신 기성회비 인상을 통해 재정을 마련했다. '국립대 수업료 및 기성회비 인상률 현황'에 따르면 국립대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기성회비를 10% 내외로 올렸다. 이는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평균 6%)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렇게 후원금 명목으로 걷던 기성회비는 현재 국립대 등록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했다.

기성회비 징수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국립대 학생들이 등록금으로 납부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기성회비에 대해 "학생들이 교육서비스를 받기 위해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은 등록금이므로, 고등교육법 11조와 규칙에서 정한 '수업료 및 그 밖의 납부금'이 아닌 기성회비는 등록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마저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기성회비는 법적으로 징수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 예산안 시행 시 수업료 2700% 상승


이에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기성회비를 걷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성회계 대체법안이 연내에 통과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일반회계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예산안에 따라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할 경우 고등교육법 제11조의 등록금 상한제에 위반된다. 기성회비를 제외한 수업료만을 등록금으로 본다는 전제하에서다.


대학등록금 상한제는 등록금을 직전 3개년도 평균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학(서울 과학기술대)은 등록금 중 기성회비 비율이 평균 96.3%로 재학생은 연간 520만7천 원을 납부한다. 교육부 예산안의 방침대로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시킨다면, 우리 대학은 (등록금 중 수업료만을 따질 경우) 2700% 수업료 인상이 이뤄진다. 등록금 상한제에 제한된 3개년도 평균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는 3.8%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안 불법 편성 논란에 대해 "등록금 상한제가 전체 등록금을 무리하게 올리지 말라는 취지인데,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도 등록금 총합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기성회비를 등록금으로 볼 수 없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성회비의 징수근거가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지 않았고, 등록금 상한제의 취지가 전체 등록금의 항목인 만큼 고등교육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교육부 예산안이 위법논란을 겪는 동안, 기성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법안 세 개는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의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국립대학법안'이 그것이다.

여 "기성회비, 등록금으로 전환해야"- 야 "국립대 기성회비 국가지원 당연"

 국립대 기성회비 계류중인 3개법안 비교/정당별 법안 통과시 등록금 추이
국립대 기성회비 계류중인 3개법안 비교/정당별 법안 통과시 등록금 추이서종원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아래 재정회계법)은 기성회비와 일반회계를 통합해 교비회계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재정회계법은 이번에 발표한 교육부 예산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불법논란에 있는 기성회비를 교비회계로 통합해 등록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교비회계는 국립대학의 교육·연구 및 대학 운영 등을 위해 만들어지는 항목으로, 기성회회계와 달리 재정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한 회계 관리가 가능하다. 재정위원회는 국립대의 예산 심의를 위해 설치돼, 주요사업의 투자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등에 대해 의결한다.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 국립대 총장에게도 사립대와 같이 회계를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대한 법률'로 수익사업을 하지 못했던 국립대도 적립금을 쌓고, 발전기금 명목하에 수익사업이 허용된다. 기성회직의 교비회직 전환도 눈여겨봐야 할 내용이다. 비국고회계인 기성회계로 고용돼 근무하던 기성회직들은 교비회계의 직원으로 임용된다.

그러나 재정회계법에는 사립대학에만 존재하던 적립금 제도를 국립대학까지 확대할 뿐만 아니라, 발전기금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 측은 "이는 사립대학 재정 운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국립대학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사업이 허용되면 국립대 운영이 상업화될 수 있고, 수익사업에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재정회계법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일례로, 법인화된 서울대는 적립금 마련을 위한 수익사업 때문에 상업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재정회계법 같은 경우 국립대 법인화 추진이 무산되자 재정·회계 부분만을 분리해 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인화가 되지 않은 국립대학에 대해서도 재정 운영만큼은 법인화 대학처럼 만들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건이 되는 국립대학은 먼저 법인화를 추진하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대학은 예산편성 운영의 자율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대학회계제도 도입을 별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교비회계 설치가 법인화 추진과정의 일환임을 내비친 바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일자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에서도 기성회비를 대체할 수 있는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과 '국립대학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의 공통점은 기성회비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아래 기성회회계 특례법안)은 종전의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기성회비로 지출해왔던 비용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 기성회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데 있어서 국가 재정여건을 고려해 연도별로 점차 지원을 증액한다. 매년 기존 기성회비 총수입액의 20% 정도 증액해 2020년에는 기성회비 전액이 지원 가능하다. 기성회비 폐지 후 대학재정에 발생하는 부족분은 등록금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수업료 증액으로 충당한다. 기성회 직원은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정진후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은 기성회비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국립대학의 지원과 육성을 통한 교육의 공공성과 자주성 보장이 주요 내용이다. 국립대학법은 지금까지 학생들이 납부해왔던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합한 금액의 50%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다. 정진후 의원 측은 "국가가 법적 근거 없이 기성회비를 징수하도록 방치해왔다"며 "국립대학법은 '국립학교 설치령' 제20조 제1항에 명시되어 있듯이 국립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부담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 자치조직의 운영 및 대학 운영의 참여를 보장해 국립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보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성회 직원들의 처우는 현재와 최대한 동일하게 한다는 전제하에 공무원으로 전환된다. 이어 정 의원 측은 "국립대학법안은 현재 교육행정 집행기관에 불과한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의무화해 공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뒷전으로 미루고만 있다. 연말 임시국회를 통해 계류 중인 기성회비 법안이 심의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기성회비 문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큰 만큼 법안이 통과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금, 국립대는 대체법안 통과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 기성회비 대체법안이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국립대가 반환해야 할 기성회비만 13조 원이다. 국회의 늦장 대응에 국립대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울과기대 신문(times.seoultech.ac.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성회비 #교육부 #수업료 #등록금 #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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