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기성회비 계류중인 3개법안 비교/정당별 법안 통과시 등록금 추이
서종원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아래 재정회계법)은 기성회비와 일반회계를 통합해 교비회계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재정회계법은 이번에 발표한 교육부 예산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불법논란에 있는 기성회비를 교비회계로 통합해 등록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교비회계는 국립대학의 교육·연구 및 대학 운영 등을 위해 만들어지는 항목으로, 기성회회계와 달리 재정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한 회계 관리가 가능하다. 재정위원회는 국립대의 예산 심의를 위해 설치돼, 주요사업의 투자나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등에 대해 의결한다.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 국립대 총장에게도 사립대와 같이 회계를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또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대한 법률'로 수익사업을 하지 못했던 국립대도 적립금을 쌓고, 발전기금 명목하에 수익사업이 허용된다. 기성회직의 교비회직 전환도 눈여겨봐야 할 내용이다. 비국고회계인 기성회계로 고용돼 근무하던 기성회직들은 교비회계의 직원으로 임용된다.
그러나 재정회계법에는 사립대학에만 존재하던 적립금 제도를 국립대학까지 확대할 뿐만 아니라, 발전기금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 측은 "이는 사립대학 재정 운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국립대학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사업이 허용되면 국립대 운영이 상업화될 수 있고, 수익사업에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재정회계법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일례로, 법인화된 서울대는 적립금 마련을 위한 수익사업 때문에 상업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재정회계법 같은 경우 국립대 법인화 추진이 무산되자 재정·회계 부분만을 분리해 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인화가 되지 않은 국립대학에 대해서도 재정 운영만큼은 법인화 대학처럼 만들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건이 되는 국립대학은 먼저 법인화를 추진하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대학은 예산편성 운영의 자율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대학회계제도 도입을 별도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교비회계 설치가 법인화 추진과정의 일환임을 내비친 바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일자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에서도 기성회비를 대체할 수 있는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과 '국립대학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의 공통점은 기성회비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아래 기성회회계 특례법안)은 종전의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기성회비로 지출해왔던 비용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 기성회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데 있어서 국가 재정여건을 고려해 연도별로 점차 지원을 증액한다. 매년 기존 기성회비 총수입액의 20% 정도 증액해 2020년에는 기성회비 전액이 지원 가능하다. 기성회비 폐지 후 대학재정에 발생하는 부족분은 등록금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수업료 증액으로 충당한다. 기성회 직원은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정진후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은 기성회비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국립대학의 지원과 육성을 통한 교육의 공공성과 자주성 보장이 주요 내용이다. 국립대학법은 지금까지 학생들이 납부해왔던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합한 금액의 50%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다. 정진후 의원 측은 "국가가 법적 근거 없이 기성회비를 징수하도록 방치해왔다"며 "국립대학법은 '국립학교 설치령' 제20조 제1항에 명시되어 있듯이 국립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부담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 자치조직의 운영 및 대학 운영의 참여를 보장해 국립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보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성회 직원들의 처우는 현재와 최대한 동일하게 한다는 전제하에 공무원으로 전환된다. 이어 정 의원 측은 "국립대학법안은 현재 교육행정 집행기관에 불과한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의무화해 공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뒷전으로 미루고만 있다. 연말 임시국회를 통해 계류 중인 기성회비 법안이 심의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기성회비 문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큰 만큼 법안이 통과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금, 국립대는 대체법안 통과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 기성회비 대체법안이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국립대가 반환해야 할 기성회비만 13조 원이다. 국회의 늦장 대응에 국립대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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