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막아선 동성애 반대자들인권헌장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들이 서울시민인권헌장(안) 공청회를 앞둔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특별시청 후생관에서 인권헌장 반대자들에게 둘러싸여 소리치고 있다.
이희훈
이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2013년 서울시 주민 참여 예산 위원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각 구에서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계획하고 승인하는 과정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주민 참여 예산 한마당에서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 센터'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이 사업은 선정됐음에도 성북구의 비협조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의 '마을' 분과를 선택해 활동하려고 했지만, '마을' 분과 안에서 '성 소수자'라고 드러낼 수 없음을 느껴 활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참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년과 같이 마을, 공간, 교육, 환경, 노동, 청년 활동 등 다양한 분과가 있긴 했지만,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과는 없었습니다. 결국 '기타' 분과로 들어가 '성 소수자' 분과의 필요성을 알리며 성 소수자 분과를 따로 만든 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성 소수자 청년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서울 만들기'를 목표로 잡고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는 포괄적 차별 금지 조항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압도적인 표결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표결 처리는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는 10일로 예정된 인권헌장 선포를 유보해 버렸습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적법하게 제정한 헌장을 합의에 실패했다고 독단적으로 판단한 서울시에 서울시민으로, 서울시 정책 실현에 참여하고 있는 20대 청년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을 미디어 활동가로, 그리고 서울에서 살고 있는 레즈비언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태까지 서울시가 노력했던 시민 참여와 협치를 서울시 스스로 망가뜨린 겁니다.
극우 혐오 세력에게 "개만도 못한 짓들을 하면서 부끄럽지도 않냐?" 등의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 있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삶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다양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 옆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굉장히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분을 만났을 것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럼 그 '때'는 언제 오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