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0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유성호
이렇게 강대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선물로 준 G20 의장국이라는 선물에 도취되어 어쩔 줄 몰랐다. 경제유발 효과가 100조~200조 원이라는 둥 허수가 난무하는 이 국제회의 개최에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장을 찾아가 소파 쿠션까지 점검했다.
회의 날짜가 다가오자 서울 전 지역에 냄새가 난다며 음식물 분리수거조차 금지했다. 회의장 바깥 감나무가 보기 좋다고 감이 떨어지지 않게 철사로 동여맸다. 정상회의가 개최된 11월 10일까지 서해에서는 5개월 이상 훈련이 금지되었고, 5·24조치에서 표방한 군사조치는 자취를 감췄다.
적어도 이 시점은 마치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처럼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싸우는 것은 오직 미국과 중국일 뿐이었다.
한반도 문제는 마치 남북한 간에 일어나는 국지적 위기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강대국이 개입하게 되면 남한과 북한 모두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한 방관자가 되고 만다. 평소에 부단히 준비하지 않은 정권은 위기가 벌어지면 강대국 정치에 그대로 종속되는 보조적 위치로 전락한다. 서해 분쟁에서 이익의 당사자인 남북한이 단역으로 밀려나고 강대국이 그 주역이 되고 만 것이다.
G20에 들떠 북한에 잘못된 신호 전달한 MB
한미동맹이라는 동맹의 담론보다는 미중관계라는 국제정치의 담론이 우리에게는 더 현실적인 문제다. 미중관계의 변화 양상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이익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를 수 있다!" 이것이 한반도 지정학이다.
마치 동맹이 우리에게 생존의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2010년 정세를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한미동맹을 넘어 한미일 3국의 전략적·군사적 공조로 중국을 견제하자는 냉전식 주장이 나온다. 이는 우리의 이익과 정체성에 대한 의도적 외면이자 기만이다. 어찌 이 3국의 이익이 똑같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