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어린이집 교사 집단휴가에 대한 의견 두 가지

보육료 인상 vs. 공보육 강화

등록 2014.12.17 14:36수정 2014.12.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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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가정어린이집 2만여 곳의 교사들이 보육료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집단휴가를 실시했다. 인천에선 180곳이 동참했다.

전국 어린이집 4만3000여 개 중 가정어린이집은 2만3000여 개이다. 가정어린이집이란 개인사업자가 아파트 1층 등의 가정환경에서 0~2세 영아 5~20명을 보육하는 시설을 말한다. 가정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아는 현재 약 40만 명이다.

"인건비 명목 지원금으로 교사들 고용안정을"

이번 집단행동에 동참한 가정어린이집들 중에는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가연') 소속이 1만6000여 개로 가장 많다.

김옥심 '한가연' 회장은 "민간 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가정어린이집은 차이가 있다. 민간 또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누리과정'에 해당하는 어린이 보육도 함께 하고 있어 정부 지원을 받지만, 가정어린이집은 0~2세 영아만을 대상으로 해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0∼2세 보육료 지원금은 4년 동안 동결됐고, 올해 국회를 통과한 2015년 예산은 3% 인상에 그쳤다. '한가연' 쪽에서는 17% 인상을 요구했고, 정부는 10% 인상을 수용했지만, 국회가 3% 인상만 반영한 것이다.

김옥심 회장은 "단순한 보육료 인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동의 수에 따라 지원하는 운영비를 인건비 명목으로 책정하고, 10일 이상 출석한 아동에게만 지급하던 지원금을 출·결석과 상관없이 반을 편성하면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동 수가 줄면 정부 지원금이 끊겨 고용불안을 느끼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질 좋은 보육을 요구할 수 있는가"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또한, 보건복지부에서도 '한가연'의 요구에 동의해 내년에 일부 지역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집단행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천에는 가정어린이집이 1390개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 산하 가정어린이집분과로 있었으나, 지난 6월부터 부평구에 있는 가정어린이집 240개 중 180개가 '한가연'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나머지 1210개 가운데 '한어총' 소속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정어린이집의 비율은 50% 정도씩이다.


서금이 부평구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인천에서 부평구만 '한가연'에 소속해, 집단휴가를 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원장 재량에 따라 보육교사들이 집단휴가를 내기도 하고 휴가가 어려운 곳은 사이버시위를 진행해 청와대나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우리의 요구사항을 올리기도 했다"며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한 것이라 불만은 없었다. '한어총' 소속 회원들한테도 격려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영리추구 아닌 공보육 강화, 보육교사 처우개선으로 이어져야

한편, 김혜은 '공보육 실현을 위한 인천보육포럼' 대표는 "재정을 전면 책임지는 정부와 영리가 아닌 비영리로 운영하는 어린이집, 이 둘이 충족되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영리목적의 어린이집이 국공립 수준을 요구하고, 정부는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만 잘 돌보라 하는 괴리가 이러한 결과(가정어린이집 집단휴가)를 가져왔다. 그 피해는 결국 아이와 부모가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김 대표는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처우문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설계했을 때 평균임금을 160만 원에 맞췄다. 교사들은 평균 8시간 일하고(휴게시간 제외) 16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렇지 않다"라며 "이번 집단행동이 보육료 인상으로,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의 영리추구로 이어진다면, 아이들을 위해 지금도 헌신하고 있는 많은 보육교사와 원장들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번 집단휴가의 주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휴가는 교사가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고, 휴원은 원장이 하는 것이다. 이번에 교사들이 집단휴가를 냈다면 교사들의 의견이 있어야 한다. 교사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원장들이 휴가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번 집단휴가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가정어린이집 #집단휴가 #한가연 #김옥심 #공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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