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이봄이 아빠가 귀농한 이유

베리베리봄봄 딸기농장 주인아저씨의 귀농 도전기

등록 2014.12.18 12:00수정 2014.1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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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귀농귀촌 가구가 3만 2424가구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농촌으로의 인구이동도 5만 6천여 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귀농귀촌의 붐이라고 할 만하다. 농사를 짓지 않고 거주지만 옮기는 경우인 귀촌을 제외한 순수 귀농의 경우만 하더라도 최근 3년째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아닌게 아니라 주변을 보면 요즘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임용 씨는 현재 450평 딸기 시설 농사를 짓고 있다. 딸의 이름을 따 농장 이름이 베리베리봄봄농장이다.
하임용 씨는 현재 450평 딸기 시설 농사를 짓고 있다. 딸의 이름을 따 농장 이름이 베리베리봄봄농장이다.김지형

경남 가창군 가조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하임용(43)씨도 그런 귀농인 중에 한 명이다. 하씨는 작년까지 대구 북구 강북지역에서 직장을 다니던 평범한 도시민이었다. 지난 1월에 가조면으로 이사했고 현재 베리베리봄봄이라는 이름의 딸기농장을 운영 중이다. 이제 1년을 지나 돌아본 이봄이 아빠의 귀농생활 이야기를 지난달 20일에 농장을 찾아가 들어봤다.

아이에게 고향을 주고 싶어서 결심한 귀농

"무엇보다 6살 난 딸아이에게 고향 같은 곳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귀농을 결심했다. 풍경과 추억이 있는 어린시절을 주고 싶었다. 도시에서 살면서 늘 느끼는 이웃과의 삭막함, 빌딩 숲사이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귀농을 결심한 계기는 농사나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보다는 아이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아이가 운다고 옆집에서 창문으로 고함치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때부터 본격적인 귀농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베리베리봄봄농장은 딸기를 고설재배방식 즉 시설을 통해 높여서 짓는 방식으로 경작하고 있다. 수확과 관리에 용이하나 시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베리베리봄봄농장은 딸기를 고설재배방식 즉 시설을 통해 높여서 짓는 방식으로 경작하고 있다. 수확과 관리에 용이하나 시설비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김지형

현재 그는 450평의 딸기하우스를 경작하고 있다. 땅에 직접 키우지 않고 수경재배방식으로 높이를 높여 키우는데 이를 고설재배라고 부른다고 한다. 수확과 관리에 장점이 있는 반면 시설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요즘 한창 첫 수확을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하우스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각종 딸기체험장과 협동조합방식의 가공시설 등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한다.

 인생의 후반기 새로운 곳을 찾아 귀농한 하임용 씨,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도시민이었다.
인생의 후반기 새로운 곳을 찾아 귀농한 하임용 씨,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도시민이었다. 김지형

준비된 귀농, 어렵지 않아요


이제 겨우 이사한 지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사실 오랜 시간 미리부터 동네를 알아보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우선 몇 해 전 미리 300평 정도의 텃밭을 구입해 주말 농장으로 경작을 하고 각종 교육도 받으면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왔다. 귀농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귀농하는 사람들의 20%는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무작정 오면 시행착오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미리 준비만 잘 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귀농 자체를 너무 큰 결심으로 볼 필요 없이 시골로 이사한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알아보고 움직인다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본인이 노력한다면 적어도 도시에서 자영업하는 것보다는 수익도 나쁘지 않다."


 내년에는 바로 옆 구 하우스를 철거하고 딸기 시설 하우스를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바로 옆 구 하우스를 철거하고 딸기 시설 하우스를 늘릴 계획이다. 김지형

농업 현실은 만만치 않아

막상 농촌생활을 시작하니 이전에 보던 농촌과는 다른점도 많다고 한다. 우선 농민들이 농사에 대해 패배적인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특히 FTA다 뭐다하면서 농업이 천대받다보니 자부심도 떨어지고 오히려 귀농하는 젊은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는 경우마저 있다고 한다.

여기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중FTA 때문에 과수농가들도 걱정이 많다. 중국산 과일이 가격은 40%정도인데 품질도 나쁘지 않아 앞으로의 농촌이 더 어려워 질것으로 보인다. 또한 요즘 농업도 투자가 중요한데 작물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면서 기존 농민들에게는 장벽이 되고 있다. 딸기의 경우도 1~2억을 투자해야 시설재배가 가능하다.

 익기를 기다리며 수확을 앞둔 딸기의 모습
익기를 기다리며 수확을 앞둔 딸기의 모습김지형

 딸기 따기 체험 중인 아이들, 베리베리봄봄농장은 앞으로 각종 체험과 가공도 도전할 예정이다.
딸기 따기 체험 중인 아이들, 베리베리봄봄농장은 앞으로 각종 체험과 가공도 도전할 예정이다. 김지형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 하씨는 "1년에 9개월은 농사짓고 3개월은 딸과 함께 여행다니는게 꿈이다. 장기적으로는 농장을 잘 키워서 딸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딸의 이름을 딴 딸기농장을 가꾸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귀농을 단지 경제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콤한 딸기 만큼이나 베리베리봄봄 농장이 더 행복하게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구 북구지역 인터넷언론인 강북인터넷뉴스(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귀농 #딸기 #경남 가창군 가조면 #하임용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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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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