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중순 서울 지하철 2호선 기관실에서 찍은 사진. 2회에 걸쳐 지하철 기관실에 탑승, 그 이야기를 썼다. 당시 만났던 기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내가 공식적으로 기관실에 탑승한 첫 시민이라고. 대통령들도 나처럼 지하철 기관실에 탑승해 전구간을 달린 적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참 많은 것들을 얻은 취재와 기사쓰기였다.
김현자
지난 10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참 많은 것들을 얻었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참담한 상황에서 어떻게든지 나를 추스르려고 선택한 기사쓰기였는데 정말 잘한 일이었다. 털어내자 하면서도 쉽게 털어지지 않는 분노를 어떻게든지 삭이려고, 어떻게든지 살아내야 했기에 바쁘게 쓰다 보니 올해의 뉴스게릴라(2009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상도 받았다.
기사를 쓰던 지난 날, 많은 일들이 있었다. 17년째 운영해 온 가게를 빚을 떠안고 접는 일도 있었고, 남편이 죽음 직전까지 간 적도, 딸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일도 있었다. 외에도 교통사고 등 수많은 악재가 되풀이됐다. 이런 와중에도 기사 쓰는 것은 놓지 않았다. 기사쓰기는 나와 내 가족을 다시 일으켜 걸어가게 해준 가장 큰 힘이자 깊은 위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 그동안 나와 남편이 때론 '투잡' '스리잡'까지 하면서 정신없이 살아낸 덕분이다. 1000개의 기사는 이처럼 바쁘고 힘들게 살아내면서 쓴 기사들이다. 딸의 말대로 밤 잠 줄이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접으면서 쓴 기사들이 80% 이상이다. 돌아보면 기사 한 꼭지 한 꼭지 모두 내 개인적인 사연들이 얽혀 있다.
"힘들 때마다 엄마 아빠가 고생하신 것들이 떠올라 힘이 나요. 엄마ˑ아빠 아들이니 어떻게든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부대(군대)에서 힘들거나 억울한데도 말 못할 일이 생겨 화가 날 때도 엄마ˑ아빠 생각하면 참아지더라고요. 우리 때문에 엄마ˑ아빠는 얼마나 많이 참았을까 생각하게 되고요. 엄마 아빠는 가난해서 우리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고 할 때 다른 부모들처럼 엄마ˑ아빠 생각을 무조건 강요하지 않고 우리 이야기를 먼저 들어준 후 우리의 판단을 믿어준 것이 가장 많이 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믿어준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니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들)"엄마가 기사를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고,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시는 것을 생각하면 함부로 살아선 안 된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엄마처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난, 돈이 많아서 무엇이든지 해주는 엄마보다 개념이 있는 엄마가 더 좋아. 암튼 엄마가 기자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엄마처럼 멋있게 살고 싶고요."(딸)올 봄 아들이 전역하던 날 밥을 먹으며 두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했던 말을 떠오를 때면 행복하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면서 얻은 것 중 이보다 값진 것이 또 있으랴.
이제 더 이상 우리 가족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웃집 그 사람들이 원망스럽지도 않다. 그때 그토록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나 내 아이들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때 그토록 힘든 일이 없었다면 나의 글쓰기는 끝내 시작되지 못했거나 훨씬 훗날로 미뤄졌을 것이다.
그리고 절실하지 않았던 만큼 그와 같이 열심히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1000번째 이 기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아이들에게 그저 잔소리와 참견으로 들들 볶는 엄마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만하면 <오마이뉴스> 기사쓰기를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얻지 않았나.
2015년에도 열심히 쓸 것이다. 나처럼 글쓰기를 통해 시련을 이겨내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면서. 나의 글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내 기사를 기다릴 독자들을 위해, 이런저런 방법으로 기사에 대한 관심과 고마움을 표현해주시는 열혈독자님들과 지인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들에게 여전히 힘이 되고 자랑이 되는 엄마로 살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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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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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화재로 빈털털이... 10년 동안 이렇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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