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교장들은 파업을 자주 한다. 공문처리 건수가 너무 많다며 줄여달라는 게 이유였다. 독일의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바쁘다. 담임교사가 결근을 하면 수업을 해야 하고 학교 행사도 직접 맡아 한다. 교사들은 골치 아픈 일을 교장에게 맡기고 수업에 전념한다. 학생지도가 어려우면 그것도 교장의 몫이다.
미국의 교장은 행정형 교장으로 교사와 이원화돼 있다.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학교발전기금을 충당하거나 지역사회의 지원을 직접 요청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장은 어떨까? 주업무로는 업무포털이라는 문서처리 시스템에서 결재를 하고 교육당국에 보내는 일이다. 교내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행정실장이나 부장 선에서 업무를 기획해오면 행정적, 재정적 결정 책임자로서 결정권을 가진다. 교사들의 수업 장학과 교실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복도 순시를 한다. 문제가 있는 수업에 대한 장학 형태의 교사 상담 업무가 교장이나 교감의 하루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이다. 청결을 중시하는 교장은 청소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교장이 들으면 샘이 날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바쁜 독일의 교장과 달리 우리나라 교장, 교감은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문 처리, 학생 생활지도와 상담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어쩔 수 없이 문제가 생기면 모르나 의무감을 갖고 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을 거의 다 교사들이 처리하기 때문이다.
교장은 '예', '아니오'의 결정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보니 한국의 중학교 교장이 세계에서 가장 여유롭고 좋은 일자리로 정평이 나있다. 반면 교사 잡무는 세계 최고다. 늦으나마 얼마 전 경기도 교육감의 일성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대부분 교사들은 환영 일색이다. 교장과 교감이 수업을 한다는 것, 교단에 생기와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권위적인 교장상에서 수업하는 교장의 모습을 꿈꾸는 학교공동체가 아름답지 않을까? 교사형 교장상 정립으로 승진에 목매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사라져야 학교가 양단되지 않는다. 나이든 교사는 무능하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없애주어 교사가 존경받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이참에 교사가 승진을 해 교장이나 교감이 되면 출세했다고 생각하고, 평생 교사로 있으면 열패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왜곡된 교장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0년 말 교과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교장공모제 성과 분석 및 세부 시행 모형 개선 연구'를 보면, 내부형이 '교장공모제 실시 후 교원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 항목 8개 전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교육 외적인 점수로 교장 승진에 목매지 않도록 점차 내부형 공모제(일반교사 지원 가능)를 고려해봄 직하다는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교원들 가운데 교장을 선출해 교장도 수업을 하면서 학생 생활지도와 상담도 맡는 교장상을 세워 왜곡된 승진 구조를 연착륙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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