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회'가 바뀌면 학교와 교육이 변합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49] 서울형혁신학교 강명초등학교 4년을 돌아보다-②

등록 2015.01.04 17:26수정 2015.01.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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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고 있는 강명초등학교는 서울형혁신학교를 4년 동안 운영해 왔습니다. 2015년 2월말로 지정기간이 끝납니다.

외부에서는 강명초등학교를 서울형혁신학교의 대표학교로, 가장 성공적인 학교로 꼽아주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저도 행정업무전담팀 소속의 선출직 교육과정부장을 맡아서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4년을 이제야 돌아보며, 그래도 우리가 참 잘 왔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게 됩니다.

그렇다면 강명초등학교가 어떻게 서울형혁신학교 대표학교가 되었고, 성공적인 학교로 꼽히게 되었을까요? 지난 4년동안 다른 학교들이 지원금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내용을 들여오기에 급급할 때, 그 어느 것보다 '학교 문화 바꾸기'에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문화 바꾸기'로 가장 먼저 한 것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여오는 것보다 보다 학교에 있는 좋지 않은 점을 없앴습니다. 4년 동안 없앤 것이 비민주적인 것과 비교육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없애기만 했는데도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하는 본래의 의미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없애고 난 다음에 교육과정을 알차게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갔습니다.

비교육적인 것을 덜어내는 것에서 출발한 '혁신학교 운영'

우리 학교가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 함께 세워서 지난 4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학교운영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민주적인 방법과 절차를 지킨다.
둘째, 지시와 전달의 방법 대신 논의를 통한 합의로 운영한다.
셋째, 전례대로가 아닌 '왜?'를 묻는다.
넷째, 주인으로 살면서, 남의 것을 그대로 갖다 쓰지 않는다.
다섯째, 새로 만들기보다 '비민주적인 것', '비교육적인 것'부터 덜어내고 바꾼다.
여섯째, 특색교육을 따로 만들지 않고 일상의 기본교육에 충실한다.
일곱째, 상부기관에서 시키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더 좋은 교육정책으로 바꾸어 내는 데 노력한다.
여덟째, 혁신학교만이 아닌 일반학교에서도 적용가능한 학교를 운영한다.


위 여덟 가지 원칙은 단지 강명초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나 혁신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서 할 수 있고 학교와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단지, 위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전체 교원이 모여서 토론과 논의와 합의를 하는 '교사회'운영입니다. 우리 학교가 서울형혁신학교가 지정된 첫해부터 지난 4년 동안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것이 바로 '강명 교사회'입니다. (관련 기사 : '개콘'보다 더 재밌는 '교사회')

a 강명초등학교 교사회 장면 지난 4년동안 가장 공을 들인 '강명 교사회'는 전체 교원이 참석하고, 모든 학교 운영을 지시와 전달이 없이 교사회에서 논의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진행합니다.

강명초등학교 교사회 장면 지난 4년동안 가장 공을 들인 '강명 교사회'는 전체 교원이 참석하고, 모든 학교 운영을 지시와 전달이 없이 교사회에서 논의하고 토론하고 합의해서 진행합니다. ⓒ 이부영


'교사회'를 민주적 원칙에 따라 제대로 운영하면, '교사회'에서 교사들은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깨닫고 성장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하고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운영의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바뀌게 되고, 교사들은 별도의 연수를 특별히 많이 받지 않아도 교육공동체로서 교사 수업전문성이 높아지게 되고, 수업이 저절로 바뀌게 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학교에서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뀝니다'가 아니라, '학교가 바뀌면 수업이 바뀝니다'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의 '강명 교사회'경험을 보면 학교에 '교사회'만 제대로 살아있다면, 학교가 민주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운영될 수 있어서 모든 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혁신학교들이 혁신학교의 철학과 본래 취지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점검해봐야 할 것이 '교사회'입니다. 학교 교육에 불만이 있다면 이제라도 '교사회'를 잘 살려서 가면 학교와 교육이 바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혁신학교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은 바로 교사회가 잘 운영되고 있느냐 아니냐로 보면 됩니다.

2014년 말 현재 전국에는 600개 가까운 혁신학교들이 있고, 2014년 6월 선거로 인한 13개 시도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됨에 따라 2015년 3월 1일자로 일제히 많은 혁신학교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학교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새로 생기는 학교에서는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힘을 쏟아야 할 것이 위와 같이 우리 학교가 세운 원칙을 이루어나갈 '교사회' 운영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에 '교사회'가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교사회'는 혁신학교 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서 살아나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와 교육이 바뀝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4년동안 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기사와 함께 다시 정리하고 묶어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살림터)'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강명초 교사와 학부모들과 함께 지난 4년동안 운영해온 내용을 엮은 백서 '함께 만들어 가는 강명초 이야기(비매품)'도 발간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서울강명초등학교 #교사회 #혁신학교 #학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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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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