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비전 제시하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출돼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93] 언론노조 CBS지부 안성용 지부장

등록 2015.01.08 19:11수정 2015.01.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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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용 신임 언론노조 CBS지부장 ⓒ 이영광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이하 CBS지부)가 19대 지부장으로 CBS 보도국의 안성용 기자를 선출했다. 안 신임 지부장은 지난해 11월 24일~26일에 경선으로 치러진 지부장 선거에서, 54.8%의 득표율로 43.4%의 득표율을 기록한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투표율은 92.8%를 기록했다.

1997년에 CBS 보도국에 입사한 안 지부장은 경제부와 정치부, 사회부를 두루 거쳤고 한국기자협회 CBS지회장과 언론노조 CBS지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했다. 1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안 지부장을 6일 서울 목동 CBS 사옥 내의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선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 그리고 올 3월에 있을 CBS 사장 선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지부장 임기가 1월 1일부터 시작됐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2일에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어요. 그날 아침에 시무예배에 참석했고, 사장님 이하 여러 간부들 하고도 신년 하례회를 통해 인사도 드렸고, 이후 노조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신고도 해서 일주일 다 된 것 같아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부터는 회사에 있으면서 업무 인수인계도 받았는데, 며칠 안 되었으니까 배우면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죠."

- 당선 정견문을 통해 "회사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다는 애기들을 한다. 아끼던 후배들이 등을 돌리고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인력부족에 비전에 목말라 한다"며 "CBS를 다시 세우겠다. 작지만 강하고 정직한 대한민국 1호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회사가 어렵고 위기 상황에 몰렸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젊은 기자 두 명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 충격파가 엄청 컸어요 저희 CBS가 사람들이 '오는' 회사가 아니라 '가는' 회사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어요.

고질적인 인력부족이라든지, 만성화된 자금난, 그리고 몇 년 전에 비해 줄어든 매체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0년간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 언론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왔기 때문에 CBS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죠. 특히 올해는 새로 사장이 선출되는데 새 사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CBS의 명성을 회복하고자 의지를 밝힌 거죠."

- 이번 CBS지부장 선거는 경선이 이뤄졌어요. 선거 분위기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경선이라 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고, 서로 다 알거든요. 특히 상대 후보가 제 친구라 선거운동 중에 만나면 서로 격려했기 때문에 경선 후유증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경선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지부장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17년 기자생활을 했지만 노조엔 관심이 크지 않았어요. 그러나 회사 상황이 어렵고, 저희 회사는 노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노조 위원장이 할 역할이 많아요. 회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회사의 비전을 같이 그려나가는 자리예요. 제 나름대로 17년 동안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기자로서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 CBS의 미래를 그리는 데 동참하고 싶어서 (지부장 선거에) 나오게 됐죠."


"새 사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CBS의 명성 회복하겠다"

- "CBS의 미래를 그리는 데 동참하고 싶다"라고 하셨는데, CBS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싶어요?
"하나님의 공의가 CBS를 통해 실현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CBS가 한국 사회의 튼튼한 언론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피곤에 지친 사람들이 치유받는 CBS, 세상사 헷갈릴 때 준거가 되는 CBS가 미래입니다."

- CBS는 노조의 역할이 크다고 하셨는데 어떤 역할이 있나요?
"다른 회사에서는 노조를 상생의 대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노조를 경영에 걸림돌 되는 귀찮은 존재 내지는 적대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나 저희는 그런 게 전혀 없고, 회사는 노조를 존중하고 노조도 경영진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거나 하지 않고 회사 상황을 투명하게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토당토않는 요구는 안 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어 그려나가죠. 물론 경영진은 그 나름의 시각이 있고 노조도 마찬가지여서 의견충돌이나 갈등은 있죠. 그러나 건강하게 해소됩니다."

- 이번 선거에서 54.8%의 득표율이 나왔어요. 조합원들이 안 지부장을 선택한 이유를 뭘로 보세요?
"제가 입사 이후 계속 방송을 해왔고 <노컷뉴스> 기사를 써서 조합원들이 저를 많이 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정견문에서 밝힌 부분들이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고 회사나 노조에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정견이 어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인력문제를 언급하셨는데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저희 회사는 한번 입사하면 본인이 싫어서 나가지 않는 이상 회사에서 강제로 나가게 하지 않아요. 물론 IMF 때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그 뒤로도 두 번 정도 (명예퇴직이) 있었는데, 그것도 적은 수준이었고요. 공영방송사를 제외하고 언론사 중 거의 유일하게 정년이 보장되는데, 그러다보니 상층부의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거죠. 50대가 많아요.

그래서 신입사원을 잘 못 뽑아요. 제가 1997년에 입사했는데, IMF 때였어요. 당시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집에서 10개월 쉬다 오라고 하기도 했고 그 후에도 신입사원을 매년 못 뽑았어요. 그래서 아래가 취약하죠. 전형적인 역피라미드 구조예요."

- 인력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 각 분야 최소TO 객관화 및 인력문제 해결 △ 제작비 현실화 △ CBS 고령화 대응책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웠던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고령화에 따른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고 신입이 채용되지 않는 문제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문제 같아요. 그렇다고 나이 드신 분들을 강제로 쫒아낼 수는 없고, 또 그렇다고 신입 없이 몇 년 가면 CBS가 문 닫아야 할 상황이 올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전체 직원이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뭔가 방안이 마련돼야죠. 그리고 고통분담의 강도 같은 부분은 선배들이 좀 더 많이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노조 대표가 사장추천위 참여... 직능단체와 공청회 개최"

- 올해 CBS는 새로운 사장을 맞이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안 지부장은 사장 후보에 대한 검증과 임기말, 임기초 경영진의 독주 견제를 공약했어요. 우선 사장 후보 검증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3월 12일부터 사장 공모에 들어가요. 이후엔 사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고 2·3배수로 압축해 재단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인데, 사장추천위원회가 7명으로 구성되거든요. 그중 직원 몫이 2명이에요. 나머지 5명은 교계 사람이죠.

직원 2명 중 한 명은 노조에서 나오고 다른 한 명은 보직간부에서 나오거든요. 저희로서는 저희가 사장으로 모실 분이 어떤 분이고 어떤 능력을 가졌고 CBS를 위해 비전을 제시해주는지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노조 차원에서 각 직능단체들하고 머리를 맞대어 공청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 사장 선임 과정이 다른 방송사와 다르네요.
"방송사 중에 직원들이 사장 선임에 직접 참여하는 데는 없을 거예요. 저희 이사들 19명은 다 목사님들이에요. 이사장은 방송사를 속속들이 알지만 그 외 이사들은 모르거든요. 그래서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원들 의견을 많이 참고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직원들의 검증절차 등이 이사들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

- 이밖에도 여러 공약이 있을 텐데,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은 무엇입니까.
"여러 공약을 제시했는데 '선거용'이 아니고 어느 정도 실현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다 지킬 수 있다고 봐요. 특히 말씀드린 것처럼 CBS 인력문제, 즉 새 피가 매년 수혈이 되어야 조직이 굴러가기 때문에 매년 공채를 하는 분위기를 만드려고 합니다."

- CBS의 환경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한국 언론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것 같은데 이런 언론 현실을 어떻게 보세요?
"제가 지난 정부 인수위 때 당시 한나라당을 출입했고 참여정부 때 당시 여당도 출입했어요. 그래서 언론환경의 변화를 보는데, 다들 공통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 언론환경이 매우 안 좋아졌다고 얘기했잖아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호전된 건 아니에요. 안타깝게 생각하고,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권력에 의해서 언론이 영향받는 게 우려스럽죠."

- 이런 상황이 CBS에 아무 영향이 없나요?
"저희는 외부로부터 이러저런 영향이나 압력은 전혀 없어요. 그러나 저희도 광고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언론사니까 고민은 되죠. 저희 기사가 광고주들하고 상충할 때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쓸 기사를 안 쓰거나 누락시키는 건 아니에요. 그런 고비들이 있었는데 내부 논의를 거처서 슬기롭게 해결해왔어요."

- 끝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려요.
"어디나 소통이 능사인 것 같아요. 제가 저희 회사에 대해 좋게 말씀드리긴 했는데, 저희 회사도 소통의 문제가 있고 지역 간 소통이나, 서울과 지방 간 소통, 선후배 사이의 소통 문제를 해소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회사로 만들고 싶은 각오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성용 #CBS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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