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는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출로

정상회담 개최로 이 땅에 평화를

등록 2015.01.09 14:51수정 2015.01.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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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습니다"라며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였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 실현 가능성과 배경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과연 남북정상회담에 호응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밝혀 한미동맹 강화에 기반을 둔 북한변화, 즉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듯 발언하였다.

언뜻 보면 남북정상의 입장차는 꽤 커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처한 정국 상황을 보면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결코 불가능한 의제가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다.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정윤회 파문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에서 지난해 평가가 한 마디도 없었다. 2014년은 대통령 집권 2년차로 정국장악력이 최고조에 달할 때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야권은 지리멸렬하였다. 이에 더해 언론지형조차 친박언론으로 일색화되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까지 포장되었다.

그러나 2014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억조차 하기 싫은 해였다. 세월호 침몰 의혹과 이를 둘러싼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국민들은 정권에 등을 돌렸다. 하반기에는 정윤회 파문이 터져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도 온갖 굴욕과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

정윤회 파문은 <조선일보>가 거론했던 세월호 침몰 당일의 대통령 행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일보>는 7월 17일 최보식 칼럼에서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고 언급하였고 "때마침 풍문 속 인물인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며 정윤회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이 검찰조사를 받아 한-일 외교문제로 비화된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은 저잣거리의 단골메뉴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4월 16일의 대통령 일정을 "의전상 곤란"하다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 박관천 경정에 의해 세간에 알려진 청와대의 속내는 꼴불견 그 자체였다. 심지어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관천 경정은 조사 초기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자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가 1위, 정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파문은 대통령의 신뢰를 얻어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묘사된 정윤회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의 암투로 그려지기까지 하였다. 나라 권력이 일개 조폭들의 권력싸움처럼 묘사되는 판국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은 끝 모를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청와대가 소외된 개헌 논란

이 와중에 집권여당은 박근혜 정권 이후를 모색하며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0월 17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에 봇물이 터질 것"이라며 자신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에 관심이 있다며 개헌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원집정부제란 대외 상징적 주권은 대통령이 행사하되 행정부는 총리가 책임지는 이른바 '분권형 모델'이다.

청와대는 "개헌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론을 즉시 막으려 하였다. 그러나 개헌논의는 야당까지 가세하며 알파만파 확산되었다. <한겨레신문>은 1월 7일, 개헌발언으로 청와대의 경고를 받았던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공식회의에서 개헌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였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정치권의 개헌논의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였다.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고문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월 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의원 과반수가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에 서명해 지도부에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현 시기 개헌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정국 주도권이 자연스레 차기 대권 후보자들에게 넘어가버리게 된다. 개헌법안은 다음 정권을 위한 것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개헌논의가 일단 시작된다면 국민들의 관심은 2017년 대선으로 맞춰지게 되고 청와대는 한국정치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 직접 약속한 공약이다. 그러나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온 뒤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삼선개헌을 거쳐 유신개헌으로 종신집권의 길을 연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만 빼놓은 개헌논의를 과연 보고만 있겠는가?

파탄 직전의 나라경제

정치가 개판이면 경제라도 살아야 하는데, 2015년의 한국경제는 미-일과 중국의 압박 속에 숨 쉴 공간이 없다. 아베 노믹스로 대변되는 일본의 엔화정책으로 한국수출제품과 일본제품의 가격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에 밀려 수출이 더욱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앞에서 엔화 폭탄으로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면 뒤에서는 중국이 기술추격을 해오고 있다. 값싼 중국제품이 기술력까지 좋아진다면 한국제품은 수출시장에서 설 땅이 없을 것이다.

기업은 수출이 어려우니 구조조정으로 파국에 대비한다. 2014년 말, 삼성그룹이 구조조정을 단행하였으며 그룹차원에서 최대 80여명의 임원진이 물러나거나 계열사를 옮겼다. 대기업직원들도 정리해고 되는 판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도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만큼 국가재정의 여유도 없다.

한국경제는 암울하게도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거론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소비자의 구매력이 고갈되어 시장물건이 팔리지 않아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우리경제의 버팀목들이 무너질 수도 있다. 내수경제가 고갈되다 못해 전멸하다시피한 한국경제는 그나마 낮은 기름값으로 버티는 듯 보이지만 기름값이 너무 내려가면 한국 정유업체의 수출이익이 잠식될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남북정상회담 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정치와 경제 현실을 두고 지각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우려하기 시작하였다. 분노한 민심은 지난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다. 세월호 유족분들은 260일이 넘도록 광화농성을 이어가며 진실규명을 외치셨다.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가 노동투쟁을 이어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2월 18일, '반노동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공안탄압을 위해 기본적인 법치도 포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12월 19일, 사상 초유의 진보당 해산을 결정하였다. 법무부가 진보당을 두고 해산이라는 극한카드를 낼 수 있었던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조작사건조차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내란선동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15년 역사의 진보정당을 강제해산시키고 말았다. TV토론과 강연회로 정당이 해산되는 긴급조치 시대가 오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임 후 도대체 어떤 성과를 내세울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정국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해 대북문제, 통일문제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대결중심으로 보며 한미동맹을 강조해왔고 "미국이 허락하는 선에서의 남북대화"만을 이어왔지만 그간 대북정책의 성과는 전무하였다.

그러나 통일은 70년 분단의 종언을 고한다는 점에서, 외세와 매국노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또한 70년 분단 종언과 남북대화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관할하는 영역이다. 역대로 그러하였듯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한국경제가 살아날 유일한 출로는 아무런 성과없는 창조경제가 아니라 통일경제, 즉 대북진출에 이은 대륙진출이다. 통일경제는 한반도 내수수요를 확충시켜 내수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며 한국의 높은 자원의존률을 극복하고 동북아 물류기지로 나아갈 지름길이다. 이미 현대아산을 필두로 수많은 기업들이 대북사업을 타진하고 있으며 5·24 조치 해제로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경제협력을 원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도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을 높일 것이다.

결국 현실은 남북관계 개선을 갈망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뿌리깊은 대북대결의식과 한미동맹 의존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대통령은 13년 전, 첫 북한방문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 당시 박 대통령은 방북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라고 평가하였으며 "첫 만남이라고 하지만 (선친들간에) 과거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것을 탁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방북에서 북한에 대한 인상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듯하다. 박 대통령은 방북기에서 "남북한 여성이 우리나라를 살기좋은 행복한 나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하였으며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87명 가운데 약 20%인 138명이 여성이라고 했다. 우리보다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듯 보였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3박4일의 북한 방문기간 가슴이 찡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의 현실이 서글펐다. 남북한이 같이 잘사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대해 본다"며 통일을 언급하였다.

분단의 현실이 서글프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13년 만에 딴 사람이 되었다. 뿌리깊은 대북대결과 한미동맹 사대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린 결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은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부터 지난 1월 5일, "올해가 경제 재도약의 마지막 해라는 인식을 갖자"고 말하지 않았던가. 대통령 말마따나 올해가 마지막 기회이다.

대미사대주의와 대북대결주의는 머릿속 환상에 불과하다. 객관적 현실은 관계개선과 화해협력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 현실을 직시하면 최악의 정권이란 오명은 벗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릿속 환상을 끝내 깨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끝내 외면한 정부라는 오명을 남긴 채 역사에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원고는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동시개제하였습니다.
#박근혜 #김정은 #정상회담 #통일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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