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역사 쓰는 박근혜, 야당 존재감 보여줄 것"

[이영광의 거침 없이 묻는 인터뷰 195]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등록 2015.01.14 15:36수정 2015.01.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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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이후 대한민국에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130석의 제1 야당이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 여당으로 152석이었던 때를 제외하면 헌정사상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석 수만 많을 뿐 야당의 역할은 오히려 18대 국회 때의 80석보다도 못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야당을 살릴 적임자라 자처하고 있다.

지난 7일 예비경선 이후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고위원 후보에 정청래 의원이 눈에 띈다. 정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줄곧 진보적인 목소리를 냈고 지난 여름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24일 단식한 바 있다. 정 의원을 지난 12일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전당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도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영광
- 2·8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며 슬로건을 '야성 회복, 정권 교체'로 잡으셨어요. 아마도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당을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제1야당은 어디 있냐, 새정치민주연합은 뭐하느냐'라는 질책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겠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식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 국면 때 24일간 광화문 국민단식장을 지켰습니다.

단식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밥을 먹지 못하는 것, 잠을 편히 자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1야당의 존재감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1야당의 야성을 되찾고, 정권을 되찾아 오는 데 힘을 보태려면 다시 한 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이유이자 야성회복,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한 이유입니다."

"존재감 없는 야당, 제일 힘들었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계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계파 정치의 본질은 공천 문제와 직결됩니다. 결과적으로 공천을 받기 위해 줄서는 것 아닙니까. 계파 문제는 공천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면 해결됩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처럼 수백, 수천 가지 검증 항목을 만들고, 별도의 평가위원회를 만들어서 공정하게 평가하면 굳이 계파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죠. 공정한 공천시스템을 만들면 계파 문제는 해소할 수 있습니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시끄럽기만 하고 항상 새누리당 프레임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인데,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언론의 책임도 묻고 싶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자면, 민감한 정치적인 발언은 언론에서 주목을 하고 크게 보도하는 반면, 의정활동에는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본회의 출석은 성실히 하는지, 법안 발의는 열심히 하고 있는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죠.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는데 19대 국회 들어 저는 국감 우수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의원 등 의정활동 관련해서만 11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본회의 출석률도 100%에 가깝습니다. 여당이 단독소집 했을 때 딱 한 번만 참석하지 않았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들의 요구에 만족할 만한 부응을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새누리당에 비해 협상력이 밀렸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순신 장군이 '한 명이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대로 법안과 예산 처리가 거의 다 됐는데, 못한 게 딱 두 가지 있습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하지 못했어요. 제가 안전행정위원회 간사로 있는데 안행위에서 처리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길목을 지켰습니다. 여당에 끌려다니지 않는 강한 야당이 되려면 할 말은 하는 사람 한 명쯤은 최고위원회에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 점에서 많은 분들이 정청래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최고위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 이 같은 문제는 당이 정체성과 노선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들도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 계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행동하는 양심으로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을 조직해서 정권교체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그것이 우리 당의 히스토리고 정체성이죠.

그런 히스토리가 지금은 다 단절되어 있습니다. 의미있는 기록들도 보관이 안 되고 관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약으로 내세운 게 히스토리가 있는 당을 위해 당의 모든 기록을 보관하는 역사기록관을 만들고, 당의 외연적 형태나 지도부가 바뀌어도 전수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한 것입니다."

-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비판하셨어요.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혹은 행여 '종북'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고 있지요. 그런데 이 문제는 어느 한 당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저는 통합진보당의 정치노선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하고 헌재가 해산을 결정한 것에는 반대합니다. 정당의 생성과 사멸은 오로지 국민의 평가와 심판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입장에 대해 헌재 결정이 난 직후 바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함께 싸우겠다'고 말한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어요.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이 민심에 역행한 것이라면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한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계속 '리턴의 역사'를 쓰고 있죠. 이번을 포함해 그동안 4번의 정당 해산이 있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모든 정당이 해산되었고, 1972년 유신헌법 선포로 국회가 해산되고 정당 활동이 금지되었습니다.

1980년에는 12·12 쿠데타 이후 신군부의 집권으로 정당이 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또 한 번의 정당해산 결정이 났습니다. 박씨 부녀가 집권하는 동안 3번의 정당 해산이 있었던 것이죠. 신유신시대의 부활이고 위기 상황인데 야당의 존재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한민국에 야당이 있다는 것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을 가장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종북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정권교체도 어려울 것 같은데...
"종북프레임을 누가 만든 것입니까?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합작해서 만든 프레임 아닌가요? 그들이 만든 프레임에 우리가 맞장구칠 이유가 없습니다. 조지 레이코프가 쓴 책 중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인데 한 마디로 공화당이 짜놓은 프레임은 생각하지도 말고, 자기 주도 프레임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과 노선으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통일 세 가지 축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실망"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정진화

- 지난 7일 예비경선을 통과하셨는데 본선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려요.
"최고위원 선거에 임하자 다들 계파나 전략적 연대를 묻습니다. 저는 계파도 없고 현재 전략적 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당원과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가 잊고 있는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저에게는 가장 큰 힘입니다.

본인 살기에 빠듯한 월급에도 깨끗한 정치하라고 십시일반 후원해 주시는 분들, 하루하루 바쁜 일과 중에도 SNS를 통해 뜨거운 지지댓글 남겨주시는 네티즌들 그리고 현장을 다닐 때마다 정청래 의원 지켜보고 있다며 열심히 하라고 등 두들겨 주시는 당원과 국민들, 그분들이 저에게는 가장 큰 힘입니다.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되어 야성을 되찾고 정권을 되찾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 12일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난해에 비해 형식적으로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질문 기자 수를 늘린 것도 형식상 나아진 면이라 볼 수 있죠.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늘어놓는 식이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이라기 보다 경제정책 기자회견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네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서는 반성과 사과도 없고, 인사 쇄신에 대한 의지도 없었습니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인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5·24조치 해제 등 과감한 제안이 없었던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이죠. "

- 지난 대선은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라졌어요. 그럼 이 사건은 이제 흐지부지되는 건가요?
"정보위 간사인 동시에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간사로 활동하며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국기문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미흡한 것도 있었지만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를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은 의미있는 결과였죠.

국정조사 청문회 결과 '국정원 선거개입이 있었다고 보느냐'란 질문에 50.1%가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국민들은'국정원 대선개입이 투표에 영향 줬느냐'는 질문에 48.7%가 영향을 줬다고 답변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에 관한 모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국정조사가 끝났지만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정원 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죠."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오마이뉴스>를 읽고 있는 독자들의 바람과 기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무도한 박근혜 정권의 포문을 여는 당의 대포가 되어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새정치 민주연합 #2.8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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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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