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4살 아이를 때린 사건을 두고 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어린이집 CC(폐쇄회로)TV 동영상에는 보육교사 A씨(33. 여)가 원생들의 급식 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4살 여자 아이가 음식을 남긴 것을 보고 남은 음식을 먹게 하다가 A양이 뱉어내자 머리를 1차례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15일 오후 경찰은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사진은 CCTV 영상 모습.
연합뉴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4살 아이를 때린 사건을 두고 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보육교사 A(33, 여)씨의 개인정보는 이미 누리꾼들에 의해 다 까발려졌다. 15일 오후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고,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어린이집에 운영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렇게 A씨는 전 국민의 지탄대상이 된 상태다.
A씨는 법정에서 죗값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 개인에게 즉각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만으로 끝날 경우 이번과 같은 아동 학대 사건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 양성 과정과 어린이집 평가 인증 제도 등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내용들은 예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된 내용이다. 이미 고질적 문제라는 것이다.
[검증 없이 발급되는 보육교사 자격증] 신청자의 96%가 자격증 취득현직 보육교사인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학점만 이수하고 한 달 실습 받으면 보육교사 자격증을 받는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 특히 사이버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양성과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1~3급으로 나뉜다. 3급 자격증으로는 보조교사로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어린이집 담임교사를 맡을 수 있는 2급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다. 대학·방통대·사이버대학·학점은행·보육교사교육원 등에서 12과목 51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사이버 교육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따는 이들이 많아, 부실한 교육을 받은 보육교사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10월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46만6486명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신청했고, 전체의 3.95%인 1만8447명을 제외하면 모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명수 의원은 "어떠한 자질을 갖춘 사람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실한 재교육 제도] 지친 보육교사에겐 스트레스일 뿐 보육교사 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보육교사들은 3년마다 40시간의 직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3급에서 2급, 2급에서 1급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80시간의 승급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체교사가 부족한 탓에 보육교사들은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이러한 교육을 받거나 사이버교육으로 대체한다.
심선혜 보육협의회 의장은 "현재 재교육은 보육교사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지식과 능력을 개발하고 향상시키는 진정한 재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전체 25만6000여 명의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에서 1급 자격증 소지는 10만1000여 명에 달했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의 가해자도 1급 자격증 소지자였다.
[근본 원인은 열악한 처우] 월 평균 급여 144만 원, 주당 근무시간 55.1시간 아동폭행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월 평균 급여는 144만3677원이었다. 주당 근무시간은 55.1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보다 15시간 이상 길었다. 하루 중 휴식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보육교사의 44.6%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 연구소는 "교사들이 휴식없이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 잦은 야근, 주말 출근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업무가 집으로까지 연장되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육체적으로 지쳐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교사가 아이들한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 보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한 평가 인증 제도] 문제의 어린이집은 최우수 점수였다 보건복지부의 부실한 어린이집 평가 인증 제도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에 따르면, 아동폭력이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은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평가 인증을 받았다. 6개 항목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았다. 평균 점수는 인증 기준인 75점을 훌쩍 넘긴 95.36점에 달했다. 종합평가서에는 "우수한 점수로 통과해 인증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97.67점을 받은 보육과정 항목과 관련해, 평가 인증 제도 업무를 위탁받아 맡고 있는 한국보육진흥원은 "영유아가 건강하고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연령과 발달단계에 맞는 보육활동은 계획의 균형과 구성, 통합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보육과정의 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우수한 어린이집으로 선정한 곳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현장관찰자 보고서다. 100점 만점 중에서 55점을 차지한다. 문제는 현장관찰자가 230여 명에 불과해, 전국 4만4000개의 어린이집을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5점을 차지하는 심의위원회 의견서의 비중도 크다. 교수·공무원 등으로 이뤄지는 심의위원 240여 명 중 어린이집 원장은 51명이다. 다음으로 어린이집 자체점검보고서가 10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확인서가 10점이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달에 내놓은 201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높은 점수로 평가인증을 받은 경우에도 인증 취소되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어린이집이 많아 평가인증 시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평가인증이 어린이집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형식적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작년 국정감사를 통해서 불시에 이뤄지는 어린이집 평가인증 확인점검 결과를 받아봤다, 90% 이상이 평가인증 당시 점수보다 하락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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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마녀사냥으로만 끝나면 아동학대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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