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밍사기·대포통장, 이럴 땐 일부 보상받아요

파밍사기 직후 대처하면 은행책임 20% 인정... 대포통장 주인은 책임 없어

등록 2015.01.15 22:23수정 2015.01.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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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극성인 금융사기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강조하는 법원 판결이 15일 잇따라 나왔다.

첫 번째 판결은 최근 잦아진 파밍(Pharming)사기 피해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파밍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를 조작, 이용자가 정확한 웹페이지 주소를 입력해도 가짜 사이트로 접속하게 만들어 개인정보를 훔치는 것으로, 전화를 이용하는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사기보다 진화한 범죄수법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가짜 인터넷뱅킹사이트에 접속,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허아무개씨 등 33명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농협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은행의 배상책임을 10~20% 인정했다.

허아무개씨 등은 2013년 1~9월 인터넷 뱅킹이나 스마트폰 뱅킹으로 각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속하려다가 가짜 사이트로 들어갔다. 이들은 '보안 승급 또는 보안 관련 확인 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고 자신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입력했고 각각 1000만~1억 원을 사기 당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자신의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된 일 등은 '접근매체(공인인증서·보안카드)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는 금융기관에게도 손해배상 책임 있다'고 한 옛 금융거래법 9조 1항에 따라 은행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누군가 무단으로 공인인증서를 복제하거나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해 사용한 것 역시 접근매체 위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이 있긴 하지만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금융기관 사이트에 접근하려고 했던 만큼 과실 정도에 따라 은행이 책임을 면하는 범위가 다르다고 봤다.

그 결과 사기를 당한 뒤 바로 은행 콜센터에 전화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한 피해자들은 은행 배상책임을 20%씩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김아무개씨 사례는 은행 책임이 10%만 인정됐다. 재판부는 또 가족에게 공인인증서를 맡긴 피해자들은 옛 전자금융거래법이 공인인증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위임할 수 없도록 한 만큼 그 손해는 전부 본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대포통장' 주인, 단순제공자라 배상책임 없어


한편 차명계좌(대포통장)에 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한층 더 조심해야 한다. 15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대포통장 주인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600만 원을 청구한 보이스피싱 피해자 이아무개씨가 김씨 통장에 남은 돈 5000원 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한 판결을 확정했다. 김씨는 단지 통장을 제공했을 뿐이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이유였다.

2011년 9월 초 김씨는 대출을 해준다는 사람에게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건넸다. 며칠 뒤인 9월 9일 이씨는 검사를 사칭하는 전화를 받고 김씨 통장으로 600만 원을 이체했다. 이 돈은 곧바로 빠져나갔고, 김씨의 통장에는 겨우 5000원만 남았다.


2012년 1심 재판부(인천지법 민사단독 표현덕 판사)는 김씨가 이 일로 이득을 취하진 않았지만, 본인 통장 등이 범죄에 쓰이도록 넘긴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전국에서 보이스피싱 사기가 빈번했던 만큼 김씨가 충분히 자신의 통장 등이 악용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천지법 민사합의2부·부장판사 강재철)는 당장 남아 있는 5000원말고는 김씨가 돈을 물어줘야 할 책임은 없다고 봤다. 그가 부주의하게 통장 등을 넘겼다는 것만으로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줄 알면서 양도했다고 단정할 수도, 그럴 증거도 없다는 이유였다. 15일 대법원도 김씨 행동이 이씨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보이스피싱 #파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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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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