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Reality Bites
Jersey Films
1994년 벤 스틸러 감독의 <Reality Bites>는 우리나라에선 <청춘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영화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바다 건너 미국의 20대 청춘들 또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청춘 못지 않게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리레이나' 는 대학을 수석 졸업한 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과 달리 방송국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사회의 부조리한 면에 부딪힌다. 반항도 해보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 뿐이다. 결국 집세도 낼 수 없어 찾아간 부모님에게서는 자존심을 줄이라는 쓴 소리만 듣는다.
심지어 햄버거 가게에서도 빠릿빠릿해 보이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리레이나는 방에 앉아 하루종일 TV를 보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에 이른다. 별반 다르지 않은 리레이나의 친구들 역시 이따금 리레이나의 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청춘을 위로한다.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춘이란 '사랑과 젊음이 있기에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주변 지인들에게 물었다. 현재의 삶이 행복을 주고 있는지,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불안은 없는지,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고단한 청춘... 함께 위로하자A군 (남, 30세, 회사원) :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지만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개인적으로 얼만큼 성장했는지를 돌아보면 문득 허무하기도 하고, 앞날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덜 힘든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듭니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또 과연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B양 (여, 27세, 대학원생):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나 이게 맞는 길일까 고민이 큽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원하는 성과가 나올지도 의문이고, 앞으로 취업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겠죠. 현재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려 합니다.
C양 (여, 24세, 취업준비생): 하고 싶은 일도 찾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데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너무 천천히 가고있나하는 조급함이 밀려 들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 가야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빠른 정년 퇴직 등 노년에 대한 복지가 잘 안 돼 있는 이 나라가 한 몫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꿈을 향해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마 이 글을 보는 2,30대들은 위의 내 지인들의 답변에 상당 부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같은 고민들은 우리나라 청춘들만의 것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이쯤에서 언급할 법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나 정치적 이슈 등을 꺼내지 않으려한다.
물론 특별히 우리 사회만의 문제로 야기되는 고민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이 인간이란 존재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의 일부가 아닐까? 그것에는 정도와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청춘을 마주하며 이것이 과연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그 '청춘'이구나, 실감하며 살아간다. 난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우리들의 청춘을 분석하고 사회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한 번만큼은 우리 모두가 결국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지라는 것을 깨닫고 위로받기를 바란다.
청춘, 그 자체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