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비어 있다고요? 어떤 느낌일까요

팔달구청 초대전 '하정희의 응답전'을 만나다

등록 2015.01.16 15:07수정 2015.01.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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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하정희 ⓒ 하주성


작가 하정희(여·44).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림을 그리는 마음도 남다르다.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 23에 소재한 팔달구청. 1층과 2층 벽면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만나면, 우리가 흔히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은 모두 깨지고 만다. 이달 31일까지 열리는 팔달구청의 초대전인 '하정희의 응답전'이다.

"저희 팔달구청(구청장 박흥식) 1층과 2층 벽면이 휑하니 보기가 안 좋아, 무엇으로 채울까를 고민하다가 지역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하기로 결정했죠. 여러 곳과 상의하다가 대안공간 눈의 이연숙 작가의 추천을 받아, 하정희 작가의 <응답전>을 지난해 12월 1일부터 두 달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팔달구청을 찾아오시는 분들의 호응이 정말 좋습니다."


팔달구 행정지원과 황종만 문화공보팀장은 앞으로 팔달구청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편하게 차를 마시면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작품 관람을 할 수 있는 의자 등을 준비해야겠다고 한다, 대민봉사란 어려움보다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전시 수원시 팔달구청 청사 2층에 전시가 되어있는 작품들 ⓒ 하주성


'응답전'의 작가 하정희를 만나다

작가 하정희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수원 행궁동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전과 초대전, 단체전 등 수많은 전시했으며, 서울 메트로, 유한킴벌리, 부천시, 광성고등학교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한일타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하정희 작가를 만나보았다.

"현대인들은 보이고 변하기 위해 그리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얼굴과 몸 그리고 삶에 채우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좀 더'라는 자극적인 무언가를 바라고 '풍요'라는 허울을 가지고, 만족치 못한 자아의 결핍을 실감하며 선택, 지연, 지움 그리고 반복, 보탬, 남겨짐으로 모호한(ambigous) 욕망 채우기를 반복하는 것이죠. 채우고 이뤄낸 욕망이 판타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것을 안 후에도 우리는 욕망이라는 대상을 바꿔가며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작품 하정희 작가의 작품 '틈' ⓒ 하주성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처럼 하정희 작가의 그림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들 역시 '어렵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그 작품 속에는 비움과 채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표현하지도 위로 받지도 못 한 채, 마치 들키면 안 되는 비밀처럼 나만의 상자에 감춥니다. 제가 바라보는 현대인들은 눈, 코, 입의 인지적. 기능적 앎의 소재처럼, 자신을 화려한 스펙이나 물질적인 가짐의 풍요에서 관계를 이루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욕망 채우기를 하루에 몇 번이고 되풀이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걸 깨닫게 되고, 스스로의 타협과 위로로 다시금 희망이라는 작은 실마리를 잡고 다른 꿈을 꾸죠. 스스로 반복하고 상실하며 비움과 채우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작품 하정의 작가의 작품 '흔적3' ⓒ 하주성


작품 속에서 만나는 하정희 작가의 그들

하정히 작가는 2012년 씨드갤러리와 수원문화재단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2013년에는 캐마다 주 토론토 총영사관과, 뚝섬문화컴플랙스 등에서 열었다. 초대전도 홍익국제미술교류전, 양평군립미술관 등에서 연후 팔달구 청사이전 기념 초대전을 갖게 된 것이다.

수많은 단체전과 한국미슬대전, 서울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서울메트로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하였으며, 경인미술대전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제가 하는 작업의 인물들은 얼굴의 형상에서 눈, 코, 입이라는 정확한 인물의 앎의 소재를 소외시킵니다. 익명적이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가림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죠. 시간이 가지는 역사적 산물 또한 없애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는 비어 있는 얼굴이 가지는 감정의 절제와 동시에, 궁금증과 많은 감정을 담아 낼 수도 있고 고정적이지 않고 유연한 이미지 역시 담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 하정희 작가의 작품 '할아버지' ⓒ 하주성


작가 하정희는 작업하면서 수많은 지움과 채움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블루와 화이트의 줄무늬 몸을 가진 그들은 성별을 알 수 없고 나이도 알 수 없다. 비인칭적인 그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허덕이고, 그것들은 상실과 상실의 대면 앞에서 애씀을 몸부림치며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인간들은 타자와의 관계형성 속에서 위로 받았고, 위로 받기를 바란다고 한다.

"인간들은 관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움이 생성되어 주체의 만듦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관계의 새로움은 얼굴로 마주하기와 응답하기라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되죠. 이는 말 걸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레비나스의 '한 말'보다 '하는 말'의 중요성에 기초합니다. 즉, '하는 말'은 상대방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에 가치의 중요성을 두는 것이죠."

작품 하정희 작가의 작품 '교감12' ⓒ 하주성


사람들은 저마다 구분 짓는 정확한 정보가 없이 상대방과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주함으로써 응답할 수 있다. 이런 마주함의 응답은 작가와 다른 타자와의 관계 형성을 의미한다.  현시대가 만든 동일한 구조의 같음의 의미체계로 묶인 주체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진정한 주체의 존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비어 있는 인물의 마주하기에 해당하는 '응답'이 관계를 형성하고, 타자(관객)와의 '사귐'을 이루어 서로에 위로와 치유의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는 작가 하정희. 그녀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정희 #초대전 #수원 #팔달구청 #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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