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쇠박새
전형우
날이 흐려 새들이 많이 날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도 꽤 많은 종류의 새를 만날 수 있었다. 김포공항 습지에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와 텃세가 머문다. 작은 새들은 무리를 지어 다녔다.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 참새 떼가 습지에 남아 있는 씨앗을 먹으려고 이리저리 날았다. 멧비둘기들은 나무 꼭대기에 모여 앉아 있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집비둘기보다 더 깨끗했고, 좀 더 날렵했다. 습지에는 멸종 위기종인 큰기러기들이 날아오기도 하고,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황새도 날아다닌다.
얼핏 보면 작은 새는 모두 참새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방울새나 박새도 있었다. 박새에도 줄무늬와 색깔에 따라 쇠박새, 진박새 등으로 나뉜다. 김포공항 습지에는 작은 새뿐 아니라 맹금류도 산다. 황조롱이와 개구리매, 말똥가리 등이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흐린 날에는 맹금류가 날지 않는다. 상승 기류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동행한 고대현씨는 "이런 날에는 가만히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맹금류에게 이득이에요. 혹시 사냥하려 했다가 실패하는 날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죠. 야생에서의 사냥은 생존이 걸린 절박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씨는 대학 시절부터 10여 년간 새를 보아왔고, 지금은 멀리 날아가는 것만 봐도 무슨 새인지 안다. 고씨의 망원경 속으로 나무에 앉아 있는 말똥가리가 잡혔다. 말똥가리는 지척에 자신의 먹이인 멧비둘기들이 앉아 있어도 사냥을 포기하고 있었다. 고씨의 망원경에는 동그란 머리에 부리가 송곳처럼 뾰족한 노랑지빠귀도 잡혔고, '빨간 팬티'를 입고 있는 오색딱따구리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