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홍승택씨
매거진군산 진정석
군산대학교 미술학과 1학년 승택은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전공 수업은 빠져도 교양 수업만은 무결석을 고수했다. 다른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날마다 학교 중심가에 서 있었다. 그날 눈이 마주친 학생이랑 하루를 놀았다. 학교 근처의 자취방 중에 승택이 안 자 본 방은 없었다. 낯선 도시에 와서 누리는 대자유, 모든 것이 신났다.
승택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둘리' 만화를 보면서 따라 그리기를 좋아했다. 뭍에서 시집온 그의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 승택에게 사랑을 쏟아 부었다. 승택은 또래 사내아이들처럼 장난꾸러기, 옷을 험하게 입었다. 그래도 그의 어머니는 미싱으로 독특하고 예쁜 옷을 만들어 입혔다. 승택이 타 온 상장은 코팅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그는 제주 중앙고 1학년 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멋도 많이 냈다. 소지품 검사할 때마다 걸리는 헤어 젤, 그는 카메라 필름 통에 숨겨서 갖고 다녔다. 승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비행기를 타고 뭍으로 나와서 익산 원광대학교 실기대회와 광주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그 뒤, 제주에서 대학 다니고 제주 여자 만나서 제주에서 살아갈 미래를 바꾸고 싶었다.
국립대학교와 공항, 승택이 군산에 온 이유다. 옷차림이나 행동, 생활 스타일이 톡톡 튀던 승택은 군 생활을 하면서 변했다.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했다. 계급이 높아지면서 승택은 자기 자리를 정갈하게 꾸몄다. 제대하고 1년간 공사장과 주유소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자기가 있는 자리와 사람 관계가 깔끔해야 일상이 정돈된다는 것을 알았다.
"제대 후에 친구들하고 좀 멀어졌어요. 힘든 일이 있으면 남자애들은 술 먹잖아요. 근데 술 마실 때는 좋은데 헤어져서 돌아올 때는 쓸쓸하더라고요. 공허함이 더 커졌어요.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절제하게 됐어요. 내일 생활도 해야 하니까요. 친구들은 이해를 못 해요. '야, 인마 나와!' 하면 나가야 하는데 점점 안 나갔으니까요."3학년으로 복학한 승택은 학과 공부를 열심히 했다. 졸업할 때까지 모든 과목에서 'A+'를 맞았다.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공모전마다 작품도 출품했다. 같이 그림 그리는 친구들은 쩌렁쩌렁한 상을 받는데 승택은 늘 뒤로 밀려나 있었다. 잘해봐야 입선이었다. 그는 자신의 화풍에 대해 의심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미대 들어와서 7년 만에 제 그림 스타일 정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