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피아는 학교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라면서 나를 학생식당으로 안내했다.
권은비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복잡한 독일 학교 시스템에서 공부하고 있는 독일 학생들의 일상은 어떨까요? 10살 때부터 진로가 정해지는 시스템이니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노출돼 더욱 치열하게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베를린에서 태어나, 누가 봐도 영락없는 열다섯 살 평범한 독일 소녀처럼 보이는 프라피아(Flavia Dittrich)를 그녀의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줄래요?"제 이름은 프라피아 디트리히이고요.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엄마, 아빠, 여동생, 그리고 앵무새 두 마리랑 살고 있어요. 엄마는 독일 사람이고 아빠는 스위스 사람이에요. 현재 하인리히 슐리만 김나지움(Heinrich-Schliemann-Gymnasium)에 다니고 있어요."
- 지금 다니고 있는 김나지움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하하, 우리 학교 처음 와보시죠? 비록 우리 학교가 보기에는 좀 삭막하지만 저는 이 학교가 마음에 들어요.(실제로 하인리히 슐리만 김나지움은 다소 투박한 빨간 벽돌 건물에 실내는 어두컴컴하고 여기저기에 노후의 흔적이 보여 당황스러웠다. - 기자 말)
우리 학교 이름이기도 한 '하인리히 슐리만'은 탐험가였어요. 그는 다양한 언어를 섭렵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학교는 외국어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학교에서 고대그리스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배워요. 물론 학생마다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고대그리스어가 특히 재밌어요. 아, 참고로 재작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와서 역사수업을 했어요. 그때 메르켈 총리는 독일 분단에서부터 통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가르쳐줬어요."
"학원이 뭐죠? 학교 끝난 뒤 왜 같은 과목을 배우죠?"-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나 싫어하는 과목이 있나요?"외국어수업은 늘 재밌어요. 다양한 언어의 어휘와 문법을 배우는 것도 재밌어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미술이에요. 무언가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지지 않아요?
또 싫기보단 재미가 없는 수업은 자연과학수업들이에요. 화학, 생물, 물리를 일주일에 총 6교시(1교시 : 45분 수업)나 배우거든요. 그 외에 역사, 지리, 윤리, 체육, 국어, 수학, 음악을 배워요. 그중에 중요한 수업은 국어, 수학, 영어, 라틴어고요. 하지만 역사수업도 중요하죠. 독일 학교는 늘 역사, 역사하잖아요."
- 학원을 다닌다거나 과외를 받진 않나요?"학원이 뭐죠?(독일어에는 '학원'의 뜻을 가진 명사가 없다. 오직 '학교'라는 뜻의 슐레(Schule)만 존재한다. - 기자말) 학교가 끝난 뒤에 왜 또 같은 과목을 배우러 다른 학교를 가죠? (실제로 프라피아에게 '학원'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 기자 말)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자유 시간을 가져야죠. 뇌도 좀 쉬고 자유롭게 해줘야 다시 공부할 때 좋지 않을까요. 우리 반에 학생이 총 25명인데 과외를 받는 애들은 한두 명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친구들은 외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독일어가 서툴러서 과외를 받는 경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