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놀이도 할 수 있는 수성

[다카마츠의 문화와 예술 ③] 다카마츠성

등록 2015.02.12 14:16수정 2015.02.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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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 수성(水城)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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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성 ⓒ 이상기


다카마츠 성은 세토우치(瀬戸内)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수성이다. 158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信秀吉)로부터 사누키국의 성주로 임명된 이코마 지카마사(生駒親正)에 의해 1588년부터 지어져 1590년에 완성되었다. 설계와 축성, 도수(導水) 등에 전문가가 동원되어, 바깥 해자, 가운데 해자, 안쪽 해자의 3중 구조로 만들었다. 안쪽 해자 안에 만들어진 건물이 혼마루(本丸)다. 


혼마루의 천수각(天守閣)은 처음 3층으로 지어졌다. 마츠다이라(松平) 시대인 1670년 계단을 다섯 개로 만들어 성을 요새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1884년(메이지 17년) 노후화로 인해 철거되었다. 그리고 2005년부터 성벽과 천수각 복원 여론이 일어 발굴과 복원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천수각 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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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성 지도 ⓒ 이상기


다카마츠성은 혼마루, 니노마루, 산노마루, 사쿠라노바바(櫻の馬場)로 구성되어 있다. 니노마루는 우리가 들어간 서쪽 입구 오른쪽 공간이다. 혼마루와 니노마루는 사야바시(鞘橋)로 연결된다. 이 다리는 처음 난간 형태였는데, 1700년대 말 지붕이 덮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문 입구에서 똑바로 가면,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게 하는 수문이 있고, 그 너머에 가장 넓은 산노마루가 있다.

수문을 지나 북쪽 성루로

우리는 산노마루, 니노마루, 혼마루 순으로 성을 살펴볼 것이다. 산노마루로 이어지는 수문은 간조와 만조 때 문을 열고 닫아 바닷물의 출입을 가능케 했다. 다리를 건너면 성벽 안으로 길이 나 있다. 그 길의 중간쯤에 현재 남아있는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즈끼미야구라(月見櫓)와 미즈테고몽(水手御門)이 있다. 야구라는 성루를, 고몽은 성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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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성루 ⓒ 이상기


고몽으로 가기 전, 성벽 옆으로 올라가 보니 해자 밖으로 바닷물이 흘러간다. 즈끼미야구라는 3층 계단 위에 3층으로 지어졌다. 이 건물은 다카마츠항을 출입하는 배를 감시하기 위해 1676년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축양식이 소-누리고메조(總塗籠造)라고 하는데, 모모야마(桃山)시대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이다. 하얗게 벽을 칠하고 그 위에 기둥과 서까래로 골조를 만든 다음 기와지붕을 얹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건물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히메지성(姫路城)이다.


나는 2층 계단까지만 올라가 본다. 건물 안 출입은 불가능하다. 지붕과 처마의 양식이 지도리하후(千鳥破風)와 가라하후(唐破風)의 결합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쉽지 않다. 하긴 우리 한옥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데 어떻게 일본의 건축양식을 알겠는가? 그렇지만 하얀 벽과 검은 기와의 대비가 아름다운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지붕 끝에 단 치미는 아주 작은 편이다. 그리고 미즈테고몽은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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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운가쿠 ⓒ 이상기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산노마루에 있는 히운가쿠(披雲閣)과 유물진열관(陳列館)이다. 길은 희운가쿠 정원 가운데로 나 있다. 정원에는 소나무가 대부분이고, 동백나무, 벚나무 등이 가끔 보인다. 히운가쿠는 현재 전시실, 회의실, 다실로 운영된다. 그리고 건물의 일부는 관리사무소로 사용되고 있다. 히운가쿠는 전시가 있을 때 무료 개방된다.


히운가쿠는 마츠다이라 시대 현재 건물의 2배로 만들어져 다카마츠 번주의 정청(政廳)과 거주지로 사용되었다. 메이지 시대 노후화로 붕괴될 정도였던 것을 다이쇼(大正)시대인 1917년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00년쯤 된 건물이다. 히운가쿠는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소철실(蘇鐵の間)이 현재 무료 개방되고 있다.

유물진열관에 남아 있는 성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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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에서 본 다카마츠성 ⓒ 이상기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희운각 내부 구경은 생략하고 유물진열관으로 간다. 그곳에 다마마츠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다카마츠 번주의 계보를 보여주는 도표가 있고, 히운가쿠 편액의 탁본도 있다. 그리고 실제 건물에 사용되었던 기와와 벽토(壁土) 그리고 치미도 보인다. 기와 중 수막새는 삼태극이 표현되어 있고, 평기와의 앞면에는 당초문이 보인다. 우리 기와에 비해 문양이 단순한 편이다.

그리고 완전한 모습의 다카마츠성을 표현한 그림도 있다. 성 밖 바다 쪽에서 보고 그린 것으로, 노 젓는 큰 배가 3대나 그려져 있다. 배 양쪽으로 노가 20개씩 달린  상선 겸 여객선으로, 성에서 작은 배로 사람을 실어 나른다. 그 외 메이지 시대 다카마츠성 주변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유물 중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물건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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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운가쿠 앞의 소나무 분재 ⓒ 이상기


진열관 밖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잠시 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진열관과 히운가쿠 사에는 소나무 분재를 전시하고 있다. 철사로 칭칭 감아 수형을 잡은 소나무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이 분재는 팔기도 해서 구입할 수도 있다. 진열관에서 길은 일종의 마굿간인 사쿠라노바바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사쿠라고몽(櫻御門) 쪽을 바라보고는 발길을 혼마루의 천수각 쪽으로 돌린다.

축대만 남아 있지만 천수각에서의 전망은 역시 좋다.

천수각에 가기 위해서는 안쪽 해자를 따라 한 바퀴 돌아야 한다. 그런데 이 경치가 참 좋다. 혼마루의 축대가 대단히 높아 웅장하고, 그 옆의 심볼 타워와 대비가 멋있다. 해자에서는 뱃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사공이 노를 젓는 것으로 보아 유료인 모양이다. 배에는 가족 4명이 타고 있다. 천수각으로 가려면 해자에 놓인 사야바시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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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바시 다리 ⓒ 이상기


사야바시 다리에는 지붕이 있어 운치가 있다. 다리에서는 다카마츠 치코역(築港驛)에 서 있는 기차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천수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진다. 천수각은 혼마루의 동쪽 끝에 있다. 그러므로 천수각에서는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물과 연해 있다. 천수각은 다카마츠 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사방으로의 조망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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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대만 남아 있는 천수각 ⓒ 이상기


동쪽으로 가까이 희운각과 정원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다카마츠 항구가 보인다. 항구로는 세토나이카이의 섬으로 연결되는 배들이 들락날락한다. 이곳에서 나오시마(直島), 데시마(豊島), 쇼도시마(小豆島), 다마노(玉野) 등으로 떠나는 배들이 시간마다 운행한다. 남쪽으로는 다카마츠의 중심도로인 주오도리(中央通り)가 길게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상가와 관공서가 형성되어 있고, 중앙공원과 리츠린 공원도 있다.

다마모공원으로 불리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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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성의 뱃놀이 ⓒ 이상기


다카마츠성을 다 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성벽 앞에 다마모고엔(玉藻公園)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사적인 다카마츠성을 포괄하는 지역이 다마모고엔으로 정비되어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다마모란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자료를 찾아보니 <만요슈(萬葉集)>에서 유래한다. <만요슈(萬葉集)>는 8세기 경 나온 일본 고대 시가집으로, 자연현상을 노래하거나 남녀의 사랑을 노래하거나 삶과 죽음을 노래했다.

<만요슈>에 따르면, 아스까 시대의 가인이었던 가키노모토 히토마루(柿本人麻呂)가 사누키국을 '다마모 좋아(玉藻よし)'라고 노래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다카마츠성 주변을 사람들이 다마모노우라(玉藻の浦)라 부르게 되었다. 다마모로도 불리는 사누키국은 모모야마 시대부터 중앙정부에서 다이묘를 파견해 번주로 삼고 통치했다. 그 첫 번째 인물이 앞에서도 언급한 이코마 지카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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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고엔 입구 ⓒ 이상기


그러나 이코마 가문(生駒家門)의 사누키 통치는 1649년 3대로 끝났다. 그것은 도쿠가와 가문(德川家門)이 지배하는 에도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642년 마츠다이라 가문(松平家門)이 사누키국을 통치하기 시작했고, 그 지배는 11대 번주인 요리도시(頼聰)까지 이어졌다. 그는 막번체제가 무너지고 현이 설치되는 1871년까지 사누키국을 통치했다. 그 후 1884년 백작이 되었고 1903년까지 살았다.

이제 다음 행선지는 야시마(屋島) 지역에 있는 시코쿠무라(四國村)이다. 시코쿠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가옥을 모아놓은 민가박물관으로, 시코쿠 지역의 주거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곳은 일본 사람들도 보기 어려운 옛 건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인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외국인의 입장에서 일본 전통건축과 문화를 살펴보려고 한다.
#다카마츠성 #다마모공원 #히운가쿠 #유물진열관 #천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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