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하는 전 일본총리간 나오토 전 일본총리가 지난 18일 저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주포커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시뮬레이션 결과 최악의 경우 5천만 명의 일본 국민이 20~30년 이상 장기간 대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면서 "그런 상황이라면 일본은 장기간에 걸쳐 국가로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를 받은 후 원전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기술 수준이 낮은 구소련에서 발생한 사고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일본은 기술 수준이 높아서 그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원전 안전 신화를 굳건히 믿고 있었지만, 후쿠시마 사고 발생 후 제 신념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간 전 총리는 "원전의 위험성은 큰 전쟁이 일어나 피난할 정도와 맞먹거나 그 이상이며, 그 위험성이 존재하는 원전을 더 사용해선 일본과 전 세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그 이후 총리 재직 당시에도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려고 방향을 전환했고, 총리 퇴임 후에는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국민에게 후쿠시마 원전의 진실을 알리려고 강연에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 강연에 들어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11일 이전부터 존재했다면서 사고가 '인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간 전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지진과 쓰나미 때문이지만, 15m 크기의 쓰나미를 무시한 것이 원전 사고로 이어졌다"면서 '인위적 요소'가 작용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15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과거 역사적 사실을 알면서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애당초 해수면 30m 높이에 건설해야 할 후쿠시마 원전을 해수면 10m 높이에 건설했고, 긴급용 전원도 원전보다 낮은 곳에 설치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주민의 사고 직후 대피 장소는 정전으로 사용하지도 못했고, 현지 재해대책본부의 전문가는 알고 보니 전문가가 아니었다"며 "사고에 대한 대응이 매우 불충분했다"고 회고했다.사고 발생 후 4년이 지난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 대해서는 "녹아버린 핵연료는 격납용기 바닥에 고여있고, 오염수는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고 확대는 저지했지만, 현재까지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의 수가 12만 명에 이르고, 낙농업, 농업은 다시는 할 수 없는 지역이 돼버렸다"면서 "국민의 불행이 지속되고 있는데 큰 책임을 느낀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퇴임 직전인 2012년 7월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력 회사들이 시장 가격보다 비싼 '고정 가격'으로 사들여 관련 설비의 보급을 유도하는 고정 가격 매수제(FIT)를 도입하는 등 재생 에너지 정책을 시행했던 간 총리는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전 일본 전체 소비 전력의 30%를 공급하던 원전 생산 전기가 현재 0%로 줄어든 상황에서도 국민 생활, 경제 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주지 않은 것은 전기사용 방식을 효율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 총리는 덴마크, 독일, 스페인 등의 재생 에너지 권장 정책을 설명하면서 재생 에너지 개발을 통해 탈 원전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간 전 총리는 끝으로 "원전 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어디에서든 발생하며,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는 원전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에는 원전을 건설할 장소가 거의 없다"면서 "사고 났을 때 많은 사람이 대피해야 할 곳에는 결코 원전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 세계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