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변한 신성리 갈대밭.
김종술
금강 수역은 생태 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법적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삵, 큰기러기, 큰고니, 가창오리, 새매, 말똥가리, 황조롱이, 흰꼬리수리 등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곳이다.
지난해 갈대가 무성하던 곳은 새까맣게 탄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일부 구간은 불을 놓고 트랙터로 갈대밭을 갈아엎고 질소전량14%, 강요성인산10%, 수용성가리15%가 함유된 복합비료도 뿌려 놓았다. 불길을 피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지렁이들이 산책로 곳곳에 죽어있다.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다.
산책로에 찍혀있는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불에 탄 갈대밭 부근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인 삵의 배설물이 눈에 띈다. 불길에 살아남은 야생동물이 아직도 주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보였다. 물가에 즐비하던 새들도 불길을 피해 흩어진 상태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아무개(40)씨는 "어제 서천에 도착하여 관광안내 책자를 보고서 찾아왔는데 이런(까맣게 탄) 모습을 보니 휑하고 황량하다"며 "서울에도 한강 변으로 갈대밭이 있어서 상암동 쪽에 자주 나가는데 이곳처럼 불을 지른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발길을 되돌렸다.
익산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이 같이 온 동료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었다. 그는 사전 답사를 왔을 때까지만 해도 갈대가 무성했는데 불을 지른 사실을 모르고 오자고 했다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더불어 "갈대 하나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 담당자는 "하굿둑이 막히면서 갈대밭이 육상화 되어 갈대가 가늘고 꽃도 피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생육 촉진을 위해 갈대를 베어내고 불을 질렀다. 전문가인 여러 박사에게 조언을 받고 있지만, 현장 담당자로서 어려운 문제이다. 농업기술센터에 토양 성분을 의뢰했는데, 불을 놓으면 거름도 되고 한다고 해서 불을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불을 놓지 않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매일같이 나가서 관광객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표지판도 세우겠다"고 말했다.
"물을 채워 넣어야 갈대도 살고 육상식물도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