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아직도 '차관급 왕국'

대통령 감축 요구에도 6명만 줄여... 법무부쪽 "단순비교는 곤란"

등록 2015.03.20 15:07수정 2015.03.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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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0일 오후 4시 8분]

지난 2013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상당히 수위가 높은 검찰 개혁안이 논의됐다. 50여 명에 이르는 차관급(검사장급) 인사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45개까지 줄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왔다. 이러한 차관급 인사 축소는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했던 검찰개혁안 가운데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 "차관급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 검사장 직급을 순차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라며 차관급 인사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 검찰 출신인 안대희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도 "경찰은 차관급으로 청장이 있는데 검찰은 차관급이 55명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라며 "14명은 줄일 수 있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검찰의 차관급 인사(법무부 소속 포함)는 55명(2012년)에서 49명(2014년)으로 6명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관용차-운전기사 지원받고, 의전 예우받는 차관급 '49명'

유성호

<오마이뉴스>가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법무부, 검찰 소속 차관급 인사 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5명으로까지 늘었던 차관급 인사는 2013년 51명, 2014년 49명으로 줄었다.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고작 6명 줄어든 것이다. 장관급인 검찰총장을 포함시키면 차관급 이상 인사 규모는 50명에 이른다.

검찰청법상 검찰의 '계급'은 아주 단순하다. 검찰에는 두 가지 계급, 즉 검찰총장과 검사만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검찰총장-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지청장-부장검사-평검사'의 계급체제를 이루고 있는데, 그동안 차관급으로 예우받아온 검사장급이 50명 안팎이었다. 


검찰의 차관급 인사는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크게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서울 동부·남부·북부·서부지검장, 의정부 지검장,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제1차장검사, 서울고검의 공판·형사·송무부장 등 13자리가 늘어나 차관급 인사는 지난 2007년 54명에 이르렀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이 차관급 인사에 포함되면서 전체 차관급 인사 규모도 55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지원받고, 의전 등에서도 예우받는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이렇게 늘어난 차관급 인사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고, 검찰에서도 이전 정부들에서 늘어난 총 14개 자리를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줄어든 자리는 서울 고검 공판송무부장, 대전·광주지검 차장검사, 대구·부산지검 제1차장검사 등 6개에 불과했다(49개 차관급 인사의 보직은 상자기사 참조).


검찰의 차관급 인사 규모는 다른 부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대통령 비서실(10명)과 행정자치부(9명), 감사원(7명), 방송통신위(4명), 인사혁신처·외교부·문화체육관광위·국가인권위·국민권익위 각각 3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처의 차관급 인사는 1, 2명 선이다(2015년 3월 현재). 검찰청을 제외한 부처의 차관급 인사를 다 합쳐도 총 9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50명에 육박하는 검찰의 차관급 인사는 '과잉 예우'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검사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검사정원법',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별도의 조직 및 급여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직급'이 아닌 '보직'에 해당하는 대검검사급 검사를 일반 행정부의 차관급 공무원과 단순 비교하기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검사의 직급이 다른 행정부처 공무원(5급)보다 높은 3급이고, 차관급 인사가 50명에 육박하는 인사구조는 이미 무소불위인 검찰의 영향력을 더욱 배가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인사구조가 '검찰 권위주의'의 강력한 토대라는 것이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의 직급이 너무 높다, 특별대우하는 거다"라며 "행정부 중에서 차관급이 50명이 넘는 곳은 검찰밖에 없다, 검찰의 직급을 한 단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326쪽, 2011년). 

법무부-검찰 차관급 인사 49명 보직 현황

법무부 : 차관(김주현) 기획조정실장(진경준) 법무실장(봉욱) 검찰국장(안태근) 범죄예방정책국장(오광수) 출입외국인정책본부장(김영준) 감찰관
법무연수원 : 원장(임정혁) 기획부장(윤웅걸)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 부원장(이명재)

대검 : 차장검사(김수남) 기획조정부장(이금로) 반부패부장(윤갑근) 형사부장(안상돈) 강력부장(변찬우) 공안부장(정점식) 공판송무부장(유상범) 과학수사부장(김오수) 감찰부장(이준호)

서울고검 : 검사장(김현웅) 차장검사(한찬식)
대전고검 : 검사장(조성욱) 차장검사(김기동)
대구고검 : 검사장(김경수) 차장검사(노승권)
광주고검 : 검사장(김희관) 차장검사(박균택)
부산고검 : 검사장(이득홍) 차장검사(김회재)

서울중앙지검 : 검사장(박성재) 1차장검사(전현준)
서울동부지검 : 검사장(박민표)
서울남부지검 : 검사장(오세인)
서울북부지검 : 검사장(이창재)
서울서부지검 : 검사장(황철규)

의정부지검 : 검사장(김강욱)
인천지검 : 검사장(김진모)
수원지검 : 검사장(강찬우)
춘천지검 : 검사장(김호철)
대전지검 : 검사장(문무일)
청주지검 : 검사장(조은석)
대구지검 : 검사장(이영렬)
부산지검 : 검사장(정인창)
울산지검 : 검사장(박정식)
창원지검 : 검사장(공상훈)
광주지검 : 검사장(김해수)
전주지검 : 검사장(신유철)
제주지검 : 검사장(조희진)

#차관급 인사 #검찰 #검사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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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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