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바꾼 쌍용차, 티볼리 타고 해고자 문제 풀까

[분석] 쌍용차 24일 주총서 최종식 사장 선임... 이유일 전 사장 사퇴 두고 해석 분분

등록 2015.03.25 08:46수정 2015.03.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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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마리나서울 회견장. 기자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은 뜻밖의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오는 3월 주주총회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것. 신차 '티볼리'를 내놓은 지 일주일여 만이었다. 기자들은 의아했다. 업계도 예상치 못했다.

그날 오후 기자에겐 또 하나의 뉴스가 전달됐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낸 자료였다. 해고자 복직 등 쌍용차 현안을 두고 노사협상을 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2009년 8월 이후 65개월만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은 이 사장의 사퇴 발표에 묻혀 버렸다. 이날 이 사장은 오전에 노사 실무교섭에 합의하고, 오후엔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용퇴를 발표했다.

이유일 사장, 노사협상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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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 "매년 SUV 1대씩 3개 차종 출시하겠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지안플라자(DDP)에서 열린 티볼리 신차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향후 신차 출시 계획에 대해 "티볼리를 시작으로 매년 SUV 1대씩 3개 차종을 출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유성호


그는 왜 물러났을까. 그 스스로 밝힌 용퇴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티볼리 출시로 회사가 새롭게 탈바꿈하는 중대한 시기에 새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70살이 넘은 나이에 따른 체력과 정신적인 압박 등 건강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의 갑작스런 사퇴를 온전히 설명하진 못한다. 쌍용차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쌍용차의 한 임원은 "이 사장에 대한 사내외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쌍용차가 회생의 발판을 만들기까지 그의 역할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티볼리가 나오기 전까지 기존 코란도C, 렉스턴 등 기존 차량의 해외판매망을 뚫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면서 "이를 위해 노조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신 과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투쟁 방식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사장은 지난 2009년 쌍용차 노조의 77일간 공장 옥쇄파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기자들에게 "당시 옥쇄파업 이미지 때문에 쌍용차의 국내 판매가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쌍용차 노조에 대한 그의 무관용 원칙은 그대로 이어졌다. 노조 쪽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쌍용차 노조에 무관용 태도 일관... 해고자 문제 정치·사회로 확대 부담

결국 그의 재임기간 동안 쌍용차 지부는 제대로 된 협상 한 번 갖지 못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해고 노동자는 26명이다. 2009년 이후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인권과 정치·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시민사회와 여야 정치권까지 쌍용차 경영진의 무책임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기업 마힌드라 쪽에도 불통이 튀었다. 마힌드라가 제대로 된 시설 투자에는 인색하고, 오히려 쌍용차의 엔진기술 등의 유출에만 관심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실제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후 800억 원의 유상증자 이외 실질적인 투자를 거의 집행한 적이 없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마힌드라는 국내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쌍용차의 부품과 기술을 넘겨받아 인도에서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마힌드라가 옛 상하이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왔다.

마힌드라 역시 해고자 문제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악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마힌드라 쪽에선 자신들이 좋은 기업으로 비춰지길 원했다"면서 "반인권적, 반노동적 기업 이미지에 대해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은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 인도에서 직접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논의했었다.

최종식의 쌍용차, 티볼리 타고 해고자 문제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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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선 보이는 티볼리 성공을 기원하며 쌍용자동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왼쪽 세번째)과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오른쪽 네번째), 김규한 노동조합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지안플라자(DPP)에서 열린 티볼리 신차발표회장에 참석해 신차의 성공을 기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은 의원은 "당시 마힌드라는 자신들이 기술만 빼내는 '먹튀' 기업은 아니라고 강조했었다"면서 "해고자 문제를 포함해 사회적 책임을 인정했고, 구체적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 대안은 지난 1월 마힌드라 회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티볼리 출시 행사에서 "우리는 대립의 문화를 믿지 않는다. 우리가 믿는 것은 소통, 신뢰, 투명성 그리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평택공장에선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하지만 이 사장은 당시 회견장에서도 "해고자 복직 문제와 관련해 2009년 합의서에는 정리해고자는 명시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쌍용차 지부와의 협상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여 만에 이 사장은 쌍용차 지부와의 노사협상에 합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마힌드라와 이 사장 사이의 간격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게다가 러시아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쌍용차의 영업손실이 크게 늘어났던 점도 이 사장에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장은 용퇴카드를 꺼내 들었다.

쌍용차는 24일 최종식 사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최 사장 역시 현대차 출신으로 해외영업을 오래 해 왔다. 그는 당분간 신차 티볼리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티볼리는 출시되자마자 2달여 만에 5120대나 팔려나가면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6월께 디젤모델에 이어 '롱바디' 모델 등을 연이어 선보인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경영 정상화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를 국내 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지에도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를 통해 회사 경영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사 관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다. 해고 노동자의 굴뚝농성도 23일 101일 만에 해제됐다. 해고자 복직 등 지지부진했던 노사협상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정상화와 노사대타협, 최 사장 앞에 놓인 두마리 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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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굴뚝 농성자 '연대와 지지 감사합니다'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2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답례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쌍용차 #이유일 사장 #마힌드라 #최종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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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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