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솔로몬산은 수 천년간 신성한 산으로 이곳 사람들의 중심이었다.
정효정
당장 급한 소원이 있긴 했다. 바로 GBAO라 불리는 파미르 퍼밋이었다. 육로로 타지키스탄을 가려면 파미르 하이웨이를 통과해야하고, 이를 위해선 이 통행 허가증이 필요하다. 원래는 비슈케크에서 타지키스탄 비자를 발급받으며 파미르 퍼밋도 함께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그 당시 호륵에서 있었던 마약상과 경찰의 총격전 때문에 발급이 중단됐었고, 언제 다시 발급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오쉬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파미르 퍼밋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은 이것은 불법이 아니며 자신이 호륵의 경찰서장을 잘 안다고 했다. 그렇다고 대사관에서도 발급이 안 되는 퍼밋이 어째서 이곳에서 발급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돈을 지불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던 차였다.
하지만 여행자들을 통해 들려오는 소문들은 절망적이었다. 비슈케크는 물론,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도 여행객들이 2주 째 대기 중이라고 했다. 파미르 퍼밋이 안 나올 경우에 대비해,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로 가는 항공편을 일단 끊어두었다. 오늘까지 파미르 퍼밋이 나오지 않으면 꼼짝없이 내일 비행기를 타야한다. 하지만 가능하면 늘 꿈꾸던 대로 파미르고원을 넘고 싶었다.
그래, 이걸 빌어야겠다. 간절한 마음으로 파미르 퍼밋 발급을 기도하며 7번 미끄럼을 탔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던 중,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파미르 퍼밋 나왔어. 내일 떠나도 돼." 소원을 빈 지 1시간 후인 오후 5시, 소원이 이뤄졌다. 무섭도록 영험하다. 나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비행기표를 환불하러 갔다. 마음 같아선 다시 산을 올라 다른 소원을 빌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솔로몬 산이어도 하루에 하나 이상 소원을 들어주긴 무리일 듯했다. 일단 영험한 기도 명당은 알아두었으니, 나중에 간절한 소원이 생기면 다시 오자고 다짐했다.
드디어 파미르 고원을 넘는다.
여행정보
|
1. 타지키스탄 비자 발급 법 한국에는 타지키스탄 대사관이 없다. 때문에 키르기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의 타지키탄 대사관을 방문하여 타지키스탄 비자를 신청해야한다.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인도, 독일 등 20여 개국에 대사관이 있다.) 인접국중에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가 가장 일처리가 빠르다. (*중앙아시아 비자 상황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늘 최신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 구비 서류: 여권사본1, 해당국가 비자 사본 1, 증명사진 1, 신청서 (대사관에서 작성) - 비자가격 : 싱글 30일 비자 USD $75 -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 위치한 타지키스탄 대사관 주소: Kahhor A str 6, Tashkent 700090 연락처: +810(998712)54 99 66, 54 84 13, 152 54 79 E-mail: tajembasy_uz@mail.ru -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 위치한 타지키스탄 대사관 주소: Kara Dar'inskaya str 36, Bishkek 720031 연락처:+(996 312) 51 16 37, 51 25 87, 51 23 43 E-mail: tjemb@ktnet.kg
2. 파미르 퍼밋 발급 받는 법 타지키스탄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파미르 고원 통행증이다. 파미르 퍼밋, 혹은 GBAO (Gorno Badakshan) 라고 한다. 파미르 하이웨이를 거치기 위해선 이 퍼밋이 필요하며 보통 대사관에서 비자 신청시 USD $10를 추가하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파미르 정세에 따라 퍼밋 발급은 유동적이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방송작가, 여행작가. 저서 <당신에게 실크로드>, <남자찾아 산티아고>, 사진집 <다큐멘터리 新 실크로드 Ⅰ,Ⅱ>
"달라도 괜찮아요. 서로의 마음만 이해할 수 있다면"
공유하기
'무료' 화장실 갈 땐, 휴지를 입에 물어야 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