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미사일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미사일 발사 장면.
록히드마틴
막대한 도입 비용과 불확실한 성능, 사드 배치가 꺼려지는 이유 두 번째 의문은 비용과 성능 문제다. 지금처럼 미국이 사드를 요청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은 비용 문제 탓에 섣불리 우리에게 사드를 요청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청을 하게 된 쪽이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드가 정말 필요하다면 우리가 먼저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엔 막대한 배치 비용을 고려해야만 한다.
사드는 1포대 당 1~2조 원에 해당하는 유지비용이 필요하다. 거기에 기존 우리나라의 방공체계와 한국형 MD 시스템과의 연계에 따른 비용 역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1조 원은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국방 예산이 세계 10위권 수준이더라도 사드를 배치하게 될 경우 37조 원의 국방예산이 사드에만 집중될 공산이 크다(혹은 여타 다른 분야의 예산이 삭감되고 국방비가 증가될 것이다).
사드의 성능에 대해서도 100% 확신하기 어렵다. 사드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사드의 요격 성공률이 80%에 육박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전에서 사드가 검증된 적은 아직 없다. 성능이 확실히 확인되지도 않았고, 한반도 내에서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를 무기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도입하는 건 재고해볼 일이다. 실전에서 사드가 성과를 보이고, 북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이 가시적으로 제기됐을 때 사드를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안보만을 위한 사드 배치인가?마지막 의문점은 미국의 속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의문사항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사안일지도 모른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우리 측에 사드 배치를 요청한 적 없다고 했지만 이면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달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부지를 알아본 사실을 시인했다. 이로써 미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드 배치 주요 후보지로는 주한미군이 주로 주둔하고 있는 평택 기지와 대구, 부산 등이었다고 주요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다(해당 지자체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 중 평택 기지의 경우 사드 탐지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로 인해 우리 측 공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미국은 왜 하필 대구, 부산 등을 주요 부지로 선택했을까.
상식적으로 서울보다 한참 아래 지역에 미사일 방어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미국이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의도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 목적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에 대한 사드 레이더를 통한 사전차단일지도 모르고, 사드 배치를 통한 한반도 주변 군비확장 및 긴장감 조성일지도 모른다. 즉, 사드 배치가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인지, 우리의 국익을 위한 것인지 외교안보당국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사드 배치 결정의 실마리는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