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사무실 집기가 길바닥에 팽개쳐진 것을 지키고 있는 이소선과 전태삼
민종덕
이날의 싸움으로 남자 조합원 두 명이 연행되었다. 경찰과 3시간여 동안 몸싸움 끝에 끝내 경찰을 물리쳤다. 조합원들은 사무실 집기를 다시 옮겨 이날 낮 12시부터는 사무실이 정상회복 되었다.
노조 사무실을 지켜낸 노동조합은 사무실만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대중들을 향한 끊임없는 활동을 통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그들을 조직으로 이끌어내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고, 자신을 억누르는 그 어떤 세력과도 맞서 싸워 이겨야 했다. 따라서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 사활을 건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간부들은 쉬지 않고 현장에 나가 홍보 선전 조직 활동을 전개 해 나갔다.
당국의 탄압 또한 집요했다. 노동부 중부지방사무소의 근로감독관들은 각 사업장을 다니면서 노동자를 위협했다.
"지금 노동조합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은 불법이다. 불법적으로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근로자를 선동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그놈들은 모두 감방에 들어갈 사람이다. 그놈들의 선동에 놀아나다간 신세 망친다." 근로감독관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4월 21일에는 사용주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근로감독관들은 사용주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업주 여러분 요즘 불순한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표방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작업시간이 길다는 불평불만이 있는데, 교황이 왔다 갈 때까지만 8시에 일을 끝내주십시오. 노조는 불법이기 때문에 교황이 다녀가면 없앨 것입니다."이 무렵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로 되어 있어 국내 인권 상황에 대해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관심이 있던 터였다.
노동부 중부지방 사무소 근로감독관은 물론 경인지역 근로감독관, 시청, 구청, 동사무소 직원까지 총동원되어 전체 상가 공장 앞에 지켜 서서 노조간부의 접근을 막고 노동자들과 업주들한테 "노조 간부가 왔다 가면 신고하라. 또 공장에서 노조에 가입할 사람이나 데모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신고하라" 등의 말을 하며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했다.
노동부에서는 '불법노조'라는 명분으로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 노동부는 노조에 공문을 보내 현재 노동조합은 불법노조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과 노조활동을 중지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에서는 그렇다면 지금 복구한 청계피복노조가 불법노조인가 아닌가에 대한 공개토론을 해보자는 의견을 노동부와 서울시에 제시했다.
'청계노조 합법 논란' 공개토론회 열였지만 노동부와 서울시는 불참서울시에 대해서는 81년 해산명령조치가 합법적이고 정당했는가에 대해서 토론하자는 의도였다.
아울러 청계노조의 합법성 여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15개 민주. 민권. 종교단체들이 '청계피복노동조합 합법성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5월 1일 형제교회에서 갖기로 했다. 이 토론회에는 노동부 노정국장과 서울시 보사국장도 초청하여 청계노조에 대한 정부 측 입장을 듣기로 하고 초청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노동부와 서울시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없이 토론회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5월 1일 저녁 8시, 공개토론회가 열리는 장충동의 형제교회 주변에는 흡사 로마 병사처럼 완전무장을 한 전투경찰들이 교회 입구를 포위하고 있었다. 교회가 동네 가운데 있기에 길목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대신 행인마다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위협을 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입추의 여지가 없는 참가 인원이었다. 교회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인원은 장충동 주변에서 '청계노조 탄압 중지'를 외치며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밖이 소란한 가운데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공개토론에 대한 자료 제시자로서 노조위원장의 현황보고가 있었고, 이어 한국교회사회선교회 총무 김경남 목사의 '청계노조 합법성 여부에 관한 법률적 검토' 그리고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위원장 방용석의 '해산명령의 부당성과 복구대회의 정당성'이란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진지하게 토론. 분석해 본 결과 서울시의 해산명령 및 노동부 중부지방사무소의 현 노동조합에 대한 불법성 지적은 법적 합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따라서 현재의 청계피복노동조합은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합법적인 노조임을 확인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날 열띤 공개토론회는 15개 단체의 명의로 된 성명서를 발표하고 '어머니의 말씀' 순서에서 이소선은 청계노조를 위해 관심을 갖고 함께 투쟁하는 모든 사람한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도 연대를 통한 노동자 권리회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토론회는 밤 10시 50분이 되어서야 끝마쳤다.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도 경찰들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참가자들에 대한 폭력이 있었다. 정사복경찰과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귀가하는 여성조합원 안무연(18세 시다), 윤옥순(21세 미싱사), 김미경, 김화선(조합원)을 폭행하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