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대다' 기획... 국악 대중화 이끌다

[인천지역소극장을 찾아서1] 서광일 잔치마당 대표

등록 2015.04.17 15:06수정 2015.04.17 15:06
0
원고료로 응원
춤으로 소통하는 사회적기업 '구보댄스컴퍼니'가 인천 지역 소극장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백서 자료를 기획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인터뷰 팀과 함께 연재 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인천 지역 소극장 분석을 통해 문화 예술 기반의 현황을 파악하고 각 성격과 그에 따른 역할에 대해 재정비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이를 통해 인천지역 문화예술단체가 나아갈 비전, 지속가능한 성장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 기자 주

가장 한국적이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으로 23년 외길 국악 인생을 살아온 서광일 잔치마당 대표. 그는 1992년 황무지에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전통 연희단 잔치마당을 인천 부평구에 창단했다. 서 대표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장구를 메고 생활 한복을 입고 버스 타고 학교 강습 가는 날, 뒷좌석 아주머니께서 '보살님, 우리 집이 이사 가는 데 언제쯤 날을 받으면 좋으냐'고 하는 등 무속인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당시엔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이나 기타를 들고 가면 음악인으로 인식하고, 북을 들고 가면 데모꾼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의 전통 연희로 그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열심히 노력했다."

a

서광일 잔치마당 대표 잔치마당은 4월 18일부터 25일까지 세계드럼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이번 2015 이집트 세계 전통 타악 페스티벌을 통해 잔치마당은 인천을 소재로 한 공연으로 전통국악공연의 세계화를 추진한다. 그리고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민족의 소리 ‘아리랑’과 2014년에 등재된 ‘농악(풍물)놀이’ 체험 워크숍을 운영하여 대한민국의 우수한 민족 이미지를 알릴 예정이다. ⓒ 잔치마당


서 대표는 1997년 전국 최초로 부평풍물대축제를 기획·연출해 수많은 사람을 지도했다. 그들이 장구를 메고 북을 들고 부평로에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땅도 땅도 내 땅이다, 조선 땅도 내 땅이다'라는 자진모리 장단을 칠 때 비소로 서 대표의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릴 수 있었다,

그는 이후 2004년 본격적으로 국장전용극장을 개관, 명인·명창 등 국악인들의 신명나는 무대를 통해 국악 대중화를 이끌었다. 2005년엔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예술교육기관으로 선정됐다. 2010년에는 인천 최초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이 때부터 폐국악기를 미술품이나 공예품으로 활용, 재생디자인 사업으로 사회적 가치를 확장했다. 나아가 일본, 중국, 미국, 호주, 대만, 북유럽, 터키, 그리스, 멕시코, 이집트 등에 해외 초청 공연을 하면서 '잔치마당' 초심의 가치인 세계로 성장하는 국악 단체로 나아가고 있다. 아래는 지난 3월 12일 서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극장을 만든 계기는?
"1997년 부평풍물대축제를 하고 있으니까 '부평에서 풍물전용극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나와서... 서울 난타전용극장처럼 전용극장을 만들어보고자 했죠. 대학로 소극장처럼 80석 계단식 객석을 만들고 무대를 20평 정도 되게 만들었죠.

잔치마당 작품 중 '두드림의 즐거움'이라는 레퍼토리 작품이 있었는데 4가지 악기를 가지고 김덕주 선생님이랑 했던 작품이 있거든요. 본인이 사물놀이를 연주화한 2시간 작품인데 관중 참여를 첨부한 공연을 만들어 1년을 상설했어요. 그해 11월부터 1년을 했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보는 사람이 작품을 두 번하면 질려하는 거에요.


관객 개발의 한계가 있는 거죠. 서울처럼 극장이 모여 있는 것도 아니고... 구조 자체가 안 되는 거에요. 최소한의 인바운드로 300석 정도의 중극장에서 해야지, 여기는 안 된다고 판단했죠. 우리가 자체적으로 관객에 대한 한계가 있었고, 또 풍물 전용 극장을 접고 국악으로 확대하자고 해서 범위를 넓혔어요. 일반인 대관도 하고 공연 자체도 명인·명창들을 초청해서 마니아층을 유도했죠. 이후 기획 공연도 하고 국악인 발표 공연도 하고 다양한 변화를 했죠."

- 2009년 창작 공간 지원 사업에 선정되셨던데.
"사업 선정 후 임차료 지원도 해주고 출연자들에게도 소정의 공연료도 나오게 됐어요. 극장의 기본적인 것을 운영하게 해주는 사업이었죠. 이게 2년 사업인데 평가를 잘 받아서 8~9년 지원을 받았죠. 또 우리가 잘했던 것이 국악 전용 극장으로 콘셉트를 잡고 유치원발표 대관이나 연극 작품 올리려고 했을 때도 국악이 아니면 안 했거든요. 지금은 국악전용극장으로 조금 알려졌고, 국악인이 알게 되는 장점을 얻게 됐죠."

a

상설 작품 '국악으로 행복한 수요일' 공연 모습 ⓒ 잔치마당


- 아직 한국엔 국악전용극장이 드물죠?
"거의 없죠. 우리나라엔 드문 경우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정착돼 가고 있어요. 상설 공연을 하게 되면 자리는 차는 부분이 있는 거죠. 매주 금요일마다 상설 공연을 진행했는데, 극장 가동률이 전체에서 80% 정도 돌아가게 되는 거죠. 공연이 일주일에 한 번 씩 있고, 낮이나 저녁은 국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그래서 토요일은 '토요꿈다락'을, 저녁에는 직장인 대상으로, 낮에는 주부, 또 교육 없는 날은 단원 연습 등등.

우리 수업 계획서를 거쳐서 작품을 나가게 하는, 그래서 인큐베이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동도 하고, 그렇게 쭉 가다가 3년 전에 다시 리모델링해서 바꾸게 됐죠. 객석이 있다 보니 일주일에 두 번 돌리는 건 어려운 부분이 있고 해서 연습할 수 있는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해서 객석을 뜯고 무대와 객석 구분 없이 이동식으로 바꿨죠. 그러다 보니 극장의 효율성이 더 높아지게 됐지요."

- '나는 광대다' 프로젝트로 소위 대박이 나셨다던데.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유행이라 '나는 광대다'를 기획했죠. 국악인끼리 붙여보고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어요. 4년 됐나. 처음에는 국악 분야 위주로 했죠. 우리 단원인 김호석, 오승재, 유주희, 유보영, 김미려 등 소리, 남사당놀이패 5명을 데리고 청중 평가단 50%, 전문 평가단 50%해서 3회에 걸쳐 투표했죠. 그게 대박이 난 거에요.

상당히 재밌고, 청중 평가단이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관심이 있고. 그걸 4년 전 11월, 12월 두 달을 벌여봤는데 상당히 호응이 좋고,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그냥 설정 잡고 하는 것보다 새로운 맛이 있더라고요. 이후 사람들이 관심도 가져서 '광대들의 놀음판'으로 확대했어요. 무용, 기악, 소리, 풍물 네 개 분야로 전문화한 거죠. 자연스레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핵심 사업으로 승화됐죠."

a

잔치마당 홈페이지 갈무리 ⓒ 잔치마당


- 지역 풍물단과의 교류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부평은 풍물축제로, 또 각 22개동에 풍물단이 있어요. 풍물단 만들 때는 또 잔치마당과 연결되니까, 어쩔 때는 동 풍물단한테 관객 동원할 때도 있고요(웃음). 그분들이 관객이자, 공연의 주체로 나올 수도 있고. 발표회를 할 때도 있고 그래요. 이밖에도 부평구, 남서구, 남동구, 연서구, 계양구, 서구 등의 구립 풍물단과도 지속적으로 연계하고 있어요."

- 부평 풍물대축제를 만들계 된 계기는?
"1992년에 잔치마당을 할 때 학원 개념이 아니라 풍물의 대중화, 생활화 같은 운동성을 갖고 시작을 했거든요. '풍물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된다, 풍물 하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풍물을 가르치는 걸 '배워서 남 주자'라는 생각이 강했죠.

편하게 풍물 배우고 1년에 두 번씩은 정기 공연을 했죠. 봄 교육을 배워서 봄, 가을 정기 발표를 하고... 그걸 해마다 했어요. 그래서 동아리, 회원식으로 돼 있는 상태인데 1996년도 12월에 부평 삼산동 원주민 60여 명이 전통 놀이를 되살렸죠. 이후 1997년도 6월에 단오제, 짚신 밟기 등의 행사를 진행했어요. 당시 최현주 구청장이 축제화해보자 해서 풍물 축제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죠."

- 소극장 자체가 특성화 돼있어요. 애로 사항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이 애로사항이에요. 다년간 받았던 지원 사업이 끊어지니 상당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죠. 공간 지원이랑 사회적기업 모두 끊어져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 마지막 빅카드를 모색 중이에요. 일례로 '기업체와 파트너십으로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안서를 만들고 있어요.

어쨌든 우리가 지역에서 20년 이상을 했기 때문에 우리 단체만의 장점으로 공연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기업체와의 관계가 스폰서가 아니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래서 우리는 기업 이미지나 사회 공헌, 마케팅으로 성장을 도와주고, 기업은 반대로 문화 나눔 등의 사회 공헌 할 수 있는 부분들로 채워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 소극장이 나아갈 길은?
"보통 소극장이 몇 년 운영 못한 채 망하고 마는 게 현실이에요. 소극장 역사를 들어보면 애환이 구구절절하죠. 엊그제 인천시장님이 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까놓고 이야기했죠. 23년 운영했는데 작품 걱정보다 월급 걱정을 하게 된다고. 문화 기반 시설 설립보다 있는 시설을 활성화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공공 문화 기관이 너무 비대해지고 있어요. 실제로 그 비용의 5%만 민간 소극장에 투자하면 확 살아날 거에요. 공공 문화 역할은 상당히 커지고 있고 민간 예술 기관은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죠. 지역 기초 예술을 활성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실 공공 극장은 지역의 역할을 거의 안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역 소극장이 부활하고 활성화되는 게 시대적 흐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일시 : 2015년 3월 12일 오후 7시
장소 : 잔치마당 사무실
대담자 - 구보댄스컴퍼니 장구보 대표, 현장 녹취 및 정리자 - 최혜정
#잔치마당 #서광일 #국악전용극장 #소극장 #구보댄스컴퍼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