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느낌 다른 마애불... 그 이유는

독특한 모습으로 조성한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

등록 2015.05.15 14:04수정 2015.05.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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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암 이천 설봉산에 자리하고 있는 영월암. 우측에 큰 나무가 수령 670년인 은행나무이다. 그 뒤편으로 이천시내가 뱌여다 보인다
영월암이천 설봉산에 자리하고 있는 영월암. 우측에 큰 나무가 수령 670년인 은행나무이다. 그 뒤편으로 이천시내가 뱌여다 보인다하주성

4월 18일 이른 시간에 이천 설봉산으로 향했다.

날이 잔뜩 흐린 것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은데, 그나마 비가 오지 않아 산을 오르기에 적당한 날이다. 설봉산은 이천의 진산이다. 영월암은 문헌상으로는 조선 영조 36년인 1760년 이후에 <여지도서> 등에 '북악사'란 명칭으로 소개가 되고 있으며, 그 후 '영월암'이라고 불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고찰이다.


영월암 중건기에는 신라 제30대 문무왕 때 해동 화엄종의 개조인 의상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어, 이미 1300여 년 전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 만한 문헌 자료 등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고려 중기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보물 제882호인 '마애여래입상'과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석조광배와 연화대 등이 경내에 남아있어 창건연대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웅전 열월암 대웅전 뒤 암벽에 마애불이 조성되어 있다
대웅전열월암 대웅전 뒤 암벽에 마애불이 조성되어 있다하주성

가파른 길을 오르면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보여
마애불 자연 암벽에 조상한 고려시대의 마애여래입상. 바위의 좌측이다
마애불자연 암벽에 조상한 고려시대의 마애여래입상. 바위의 좌측이다하주성

영월암을 오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다. 차들도 오르기가 수월치 않을 길을 걸어 오르다가 보면 숨이 턱에 닿는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영월암으로 오르는 길목인 설봉유원지에 차들이 유난히 많다.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걸어올라 영월암 경내로 들어서면 입구에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여행객을 반긴다.

수령이 670년이 지났다는 이 은행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높이 37m, 나무둘레가 5m가 넘는 거목이다. 전설에 따르면, 영월암에 머물고 있던 나옹선사가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이 자리에 꽂았는데, 얼마 뒤 나옹선사는 절을 떠나고 꽂아놓은 지팡이에서 싹이 나와 이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기원 한 어르신이 오랜 시간 마애불 앞에서 치성을 들이고 있다
기원한 어르신이 오랜 시간 마애불 앞에서 치성을 들이고 있다 하주성
그런 비슷한 유의 전설은 절마다 한 개씩 전하는가 보다.

영월암 대웅전 뒤편에 커다란 바위에는 보물 제882호인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벌써 몇 번째 만나는 마애불이지만, 볼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른 것은 아마도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인 듯하다.


예전에는 광배와 연화대 등이 마애불을 오르는 계단 옆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연화대와 광배는 삼성각 옆으로 자리를 옮겨 놓았다.

보물 제882호인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은 고려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많은 마애불을 만났지만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은 그 조각수법이 특이하다.


큰 코에 민머리 마애불을 만나다

머리 부분과 손 부분은 얇게 돋을새김을 하여 음양의 조화를 돋보이게 하였으며, 그 나머지 부분은 선으로 음각하였다.

부조 얼굴과 손만 돋을새김을 한 특이한 형태이다
부조얼굴과 손만 돋을새김을 한 특이한 형태이다하주성

선각 우편견단으로 흘러내릴 법의는 선각으로 처리를 하였다
선각우편견단으로 흘러내릴 법의는 선각으로 처리를 하였다하주성

높이 9.6m의 거대한 이 마애불은 '마애여래입상'으로 이름 붙였지만, 민머리 등으로 보아 '마애조사상'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둥근 얼굴에 눈, 코와 입을 큼지막하게 새겼고, 두툼한 입술에 넓적한 코, 지그시 감은 눈과 커다랗게 양편에 걸린 귀. 그저 투박하기만 한 이 마애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친근한 이웃집 어른을 만난 듯하다. 두 손은 가슴에 모아 모두 엄지와 약지를 맞대고 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바깥으로, 왼손을 안으로 향했다.

우편견단의 형식으로 조성한 법의는 몸 전체를 감싸며 유연한 사선으로 흘러내린다. 이러한 옷의 주름이나 팔꿈치가 직각으로 굽혀진 것은 고려시대 마애불의 특징이기도 하다. 천년 세월을 온갖 풍상에 저리도 의연하게 서 있는 마애불. 머리 부분은 암벽의 상단에 조각되어 올려다보면 몸에 비해 조금은 작은 듯도 하다.

부조 옆에서 보면 얼굴과 손이 돌출되게 조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조옆에서 보면 얼굴과 손이 돌출되게 조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하주성

광배와 연화대 신라말, 고려 초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광배와 연화대
광배와 연화대신라말, 고려 초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광배와 연화대하주성

문화재 지정 당시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으로 지정되었으나 민머리에 투박한 입술의 모형 등으로 보아 나한상이나 조사상일 것으로 추정하는 영월암 마애불. 자연 암석을 다듬어 조성한 마애불 앞에서 한 어르신이 열심히 염불을 외우고 있다. 아마도 자녀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저리도 오랜 시간을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닐까? 마애불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 내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월암 #이천시 #설봉산 #보물 마애여래입상 #광배 및 연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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