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박상옥 반대' 판사 또 나왔다

인천지법 문수생 부장판사, 법원 내부망에 글 올려

등록 2015.04.21 10:19수정 2015.04.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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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 관여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 남소연


현직 부장판사가 20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를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현직 판사가 박 후보자 반대 글을 올린 지 4일 만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은폐 조작사건'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박 후보자를 향한 법원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소속 문수생(48·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는 20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박 후보자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박 후보자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더 나아가 부끄러움 없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박상옥 후보자를 과연 우리는 대법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며 "박상옥 후보자에게 재판을 받는 국민들에게 법관들은 사법부의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고 자문했다.

이어 문 부장판사는 "이제라도 박 후보자 스스로 자신에게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본인과 사법부, 나아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폭압적인 독재정권에 온 국민이 저항하여 쟁취한 민주주의적 가치와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되지 않기를 염원해 본다"고 덧붙였다.

문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가 2010년 회원 명단을 공개했을 당시의 60명 회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서울고법 배석 판사 시절인 2009년 당시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의 처신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 16일 박노수(사법연수원 31기·49)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는 "청문회 전 과정을 보니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맡았던 검사로서 안기부와 경찰의 은폐·축소 기도를 묵인 또는 방조한 검사에 가깝다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글을 실명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관련 기사: 현직 판사, "박상옥 대법관 받아들일 수 없다" 실명 비판)

다음은 문수생 부장판사의 글 전문이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대승적 결단을 바라며'

"헌법이 사법부를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선거에 의하지 않고 구성하도록 한 것은 사법부에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라는 특별한 사명을 맡기고자 하는 헌법적 결단"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제 첫발을 내딛는 신임 법관들에게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이해심과 포용력, 균형감각에 기초한 공정한 안목 등 고귀한 덕목을 갖춘 지혜로운 인격"자이기를 기대하고 소망하며, 재판이 "강제력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고, 사회나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막중한 국가권력"이므로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압력이나 영향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불굴의 용기와 결연한 의지"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 박상옥 후보자는 고문을 당한 끝에 억울하게 죽어간 한 대학생의 가해자와 그 가해자를 숨기려는 시도를 알면서도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였다.(서울지방변호사협회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반대 의견서 중) -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재판을 행하는 법관의 인품과 도덕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법관은 언제 어디서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하며 "법관 개개인이 그러한 수준의 자질을 갖지 못할 때 자신은 물론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손상되고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또한 법관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지혜로운 인격을 갖추지 못하고 사법부 독립에 관한 불굴의 용기와 결연한 의지를 갖지 못하여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가 따르지 못한다면 아무리 법적 전문지식이 뛰어나다 해도 국민들은 결코 (그를) 진정한 법관으로 여기지 않는다."

독재정권에 의한 고문치사사건의 은폐시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혐의가 짙고 같이 수사에 참가했던 동료검사조차도 수사에 대한 외압을 인정하며 당시의 상황이 "치욕적이었다"고 술회하고 있음에도, 박상옥 후보자는 "당시 (자신은) 아무런 외압을 느끼지 못했"고, "물어본 바에 의하면 혼자서도 (물고문을) 할 수 있다", "2차 수사 때 최선을 다해 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는 등으로 여전히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부끄러움 없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박상옥 후보자를 과연 우리는 대법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박상옥 후보자에게 재판을 받는 국민들에게 법관들은 사법부의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제라도 박상옥 후보자 스스로 자신에게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본인과 사법부, 나아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도리라고 생각하며, 폭압적인 독재정권에 온 국민이 저항하여 쟁취한 민주주의적 가치와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되지 않기를 염원해 본다.

* 법관의 자질과 관련한 큰 따옴표 안의 글은 모두 양승태 대법원장님의 취임사나 신임법관 임명식사, 사도법관 김홍섭 대법관 추도사 등에서 인용한 것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박상옥 #박종철 고문치사 #문수생 부장판사 #박노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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