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개는 둘째(7살)첫째와는 다르게 애교도 많고 차분한 둘째. 멍멍 거리며 기어와서는 엄마한테 안기는게 주특기입니다.
김승한
이 이야기는 우리 둘째 △△이(7살)가 지난날(13일) 내게 했던 말입니다.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해서 연거푸 뽀뽀를 해주더니 빨래를 갠다고 내려갑니다. 엄마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널고 있으니 자기는 빨래를 갠다고 주섬주섬 수건을 접고 있네요.
둘째는 때로 아들이 아닌 딸 같은 모습이 많습니다. 강아지 흉내를 내며 '멍멍'거리며 기어오다 엄마에게 안깁니다. 음악을 틀어놓으면 막춤을 추며 저녁마다 엄마 아빠를 즐겁게 해줍니다.
반면, 첫째는 누가 봐도 남자아이입니다. 이제는 아빠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장난이 심해졌습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 학원에 있다가 태권도장에서 두 시간을 뛰어다녔는데도 집에 오면 남아도는 열정을 주체 못 하고 내 머리 위로 올라가고 어깨를 발로 밟아 바닥으로 뛰어내립니다. 내가 서 있어도 앉아 있어도 아빠 몸을 놀이기구 삼아 무언가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온몸의 진이 빠집니다.
반면 둘째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행복이란 게 멀리 있지 않습니다.
엄마는 헐크잖아요! 둘째가 저에게 묻습니다.
"아빠, 아프리카에 집 있어요?""있지.""왜요?""아프리카에도 사람이 살아. 그러니까 집도 있지."거실 벽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를 보며 어디 어디에 사람이 사는지 궁금한가 봅니다. 또 물어보네요.
"아빠, 그럼 남아메리카에도 집이 있어요?""있지, 거기도 사람이 사는데."녀석이 마지막으로 물어봅니다.
"그럼 아빠! 아시아에도 집이 있어요?""당근 있지. 아빠도 아시아에 살고 있으니까."그러자 첫째 아들이 대답하네요.
"우리가 사는 곳이 아시아잖아."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둘째…….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던집니다.
"그럼 아시아에는 엄마가 없겠네요?"아내가 물어봅니다.
"왜 엄마는 없는데?""엄마는 '헐크'잖아요. 사람이 아니잖아요."씩 웃네요……. 첫째도 크게 따라 웃습니다. 아내는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합니다.
"이놈이~ 됐어!" 애들한테는 엄마가 누구보다도 무서운 존재 즉, '헐크'이니까요. 아빠가 가끔 사자보다 무섭고 호랑이보다 힘세며 귀신도 놀라서 줄행랑친다는 존재가 엄마이니까 밤에 아빠가 늦게 들어와도 걱정 말라 했거든요. 이제 아이들도 아빠를 따라 농담을 할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엄마, 아빠 양말도 챙겨야죠 어제는 회사일로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사무실에서 잤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가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그래도 아빠 말보다는 엄마 말을 잘 듣네요. 아빠는 친구 같은 느낌이 강한가 봅니다. 아침 7시 20분, 아내가 아이들에게 차갑게 말했답니다.
"일어나.""……. 네."부스럭부스럭대며 군말 없이 일어납니다. 평소에 아빠가 깨우려고 하면 갖은 쇼를 다하고 화장실 앞에서 일단 자고 보는 게 일인데 이 날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일어났답니다.
"얼른 세수하고 양치 해!"바로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내가 얘기할 때는 그렇게 굼뜨고 느릿느릿하더니만 엄마가 이야기하니 참 말을 잘 듣습니다.
"밥하고 반찬은 뭐 먹을래?""엄마, 그냥 식빵에 딸기잼이 낫지 않을까요? 간단하잖아요."첫째 아들이 말합니다.
"그래, 그러자.""근데 엄마, 아빠 양말 챙겨야 하지 않아요? 어제 통화할 때 아빠가 양말 가져오라고 한 것 같은데요."이번엔 7살 동생이 이야기하네요.
"아, 참 그렇지. △△아, 아빠 양말 좀 챙겨줄래?""네, 여기 있어요. 엄마 양말도 골라줄까요?""아니, 괜찮아. 고마워~."참 별종입니다. 둘째는 언제가 보면 꼭 어른 같은 행동을 합니다. 말하는 것도 아이 같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빠 양말도 챙겨주고 엄마 양말도 챙겨준답니다.
엄마 아빠가 손잡은 것을 보고 '썩소'를 날리는 둘째 아들!오랜만에 거실에서 아내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둘째가 이상하다는 듯 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