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노란손수건, 차일드세이브 등 엄마들이 중심이 된 단체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 엄마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과 노후원전 폐쇄 등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권우성
지난주에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났다. 2014년 11월, 우여곡절 끝에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이 만들어졌으나 밝혀진 '진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진상 규명 요구에 딴지를 거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월호 이야기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평범한 이들이 많다. '질서 유지'를 강조하며 공권력을 필요 이상으로 행사하는 경찰을 지지하고, "산 사람은 살자"라는 '현실주의'를 내세워 세월호 참사 피로감을 이야기한다. 유가족들에게 "지겹지도 않냐"라고 냉소하면서 말이다.
유태계 이탈리아 화학자이자 작가였던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는 1943년 파시스트 민병대에 체포돼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뒤 말년에 스스로 목을 매 숨진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레비는 "괴물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에는 그들의 수가 너무 적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보통사람들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레비의 통찰 넘치는 말을 단순한 '비유'로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이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악'의 편에 서는 일은 드물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에 둔감하고, 애통해하는 그들을 조롱하는 '위험한 괴물'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마르크스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경구는?"이라는 질문에 "인간적인 것 중에서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무심한 이들이 새겨보아야 하는 말이 아닐까. 지난 4월 16일 프리랜서 삽화가 석정현 씨가 공개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한 동영상의 제목처럼,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차갑게 보이는 박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권위(權威)'에 관한 것이다. 사전에서 '權'(권)은 '저울, 저울 추', '威'(위)는 '두려워하다, 으르다'로 풀이된다. '威'(위)는 '여자'라는 뜻의 '女(녀)'와 '큰 도끼'를 뜻하는 '戉(월)'로 짜여 있다. 여기서 '女'(녀)는 며느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시어머니'를, '戉'(월)은 고대 사회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도구이자 위엄의 상징물이었다고 한다.
집권 후 지난 2년 2개월여 동안 박 대통령이 '저울'처럼 우리 사회의 균형과 평형을 유지하는 일에 매진했다고 보는가.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엄중한 자리의 위상에 걸맞게 공동체의 중심이 되기 위해 대통령직을 합리적으로 수행해왔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진정한 권위를 얻지 못하고 조롱 받는 현실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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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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