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마을 사람들한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한다.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 사이에서도 아이들은 부끄럽게 웃고 있다.
사진 랄라 구릉 네팔
한국시간 밤 여덟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확인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아! 바로 그때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 한마디 하고는 다른 사람이 말한다. 알아듣지 못하는 타망족 언어인지, 티벳어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희망이 하나 생겼다. 그래서 곧 그녀의 어린 동생과 다시 채팅을 통해 전화해볼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30분 후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아픈 소식, 사연을 함께 알게 되었다.
아버지 장례식에 갔다가 지진이 났고 모든 마을 사람이 생사에 갈림길에 놓였을 때 이 학생의 어머니도 마을과 함께 동네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돌마 타망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녀의 동생 까르톡 타망은 지금 영국에서 공부 중이다. 모두가 사라져 소식이 없을 때 그리움에 사무친 글을 남겼던 그녀는 이제야 운다.
또 하루가 지났을 때 머리에 붕대를 감은 돌마 타망의 사진 속에 어린 동생들이 함께 누워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런데 들판이다. 또 하루가 지나고 다시 다른 사진이다. 이번에는 붕대를 푼 사진이다. 머리에 상처가 크다.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다. 나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그 마을과 그녀를 위해 시를 지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 마을과 그곳에 사람들을 위해 기원했다.
랑탕 빌리지의 별이 된 사람들 |
김형효
오래된 고대를 걷는 자리에 땅이 있었습니다. 별처럼 땅 위에 빛이 나던 무공해한 웃음은 고대로부터 한가족이었던 듯 입은 것 말고는 그 어떤 경계도 없는 것처럼 예쁜 돌담 사이로 꽃 핀 식물처럼 가늘가늘 하늘하늘 땅 위를 밝히는 별 같았습니다. 돌마 타망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콧물 흘리던 어린 동생들 아무런 경계도 없이 처음 만나 서로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고 삼촌이 되고 조카가 되고 서로는 그렇게 땅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나를 비춰주던 마당에는 별들이 내려와 땅 위의 별들을 따듯하게 감싸주었습니다. 안아주고 싶은 듯 부끄럽게 반짝이던 하늘에 별과 땅 위의 별들에 밝고 검소한 반짝임은 서로 하나였습니다. 그 마을에는 전설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전설이었고, 모던한 거리를 휩쓸고 온 거친 바람 같은 사람들을 반짝이는 별처럼 씻어주었습니다. 그저 맑은 랑탕 히말라야를 흘러내려온 바람과 함께 모던한 거리에 아프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해주었습니다.
지금 그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하늘도 땅도 계곡을 흐르던 바람도 다 끌어안고 랑탕 계곡 깊숙이 골짝을 흘러 전설과 함께 슬픈 대지를 쓸고 가버렸습니다. 별이 된 별이었던 자취만 남기고 가버린 그들 거기 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까르톡 돌마 라마여! 울지 마라! 언니도 오빠도 천지자연에 있다.
*까르톡 돌마 라마는 지진이 난 다음날 저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의 안부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아직도 언니의 소식이 확정된 것은 없었습니다. 마을이 사라져버렸다는 소식에 이 시를 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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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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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 네팔에서 안아준 '아가'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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