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지 않는 난바의 밤

[둘이 떠나는 일본 여행①] 여행의 시작

등록 2015.05.11 11:50수정 2015.05.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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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둘이 떠난 오사카 여행
여자 둘이 떠난 오사카 여행김혜민

두 명이서 떠나는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계절이 두 차례 지나간 후에도 일정을 절충할 수 있는 안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여행 2주 전 덜컥 출발지부터 출발시간까지 다른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비성수기 시즌에 떠난 여행임에도 저렴한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호텔과 숙박 시설 예약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지금 성수기도 아닌데, 오사카에 왜 방이 하나도 없어요?"


하루 이틀이면 쉽사리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방예약에서 고비가 왔다. 허름한 민박집도 성수기 요금을 받을 시즌이었다. ​슈퍼주니어, 빅뱅, JYJ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가수들이 오사카 콘서트를 하고 있던 시기였던 터라, 한류열풍 여파가 뜻밖에 우리에게까지 영향이 미친 것이었다. 결국 여행 내내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처럼 숙소를 껑충껑충 옮겨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건 그런 대로 괜찮았다. 

문제는 여행일이 임박해 오고 있음에도 여행계획의 밑그림도 채 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출발지, 출발 시간이 달랐기에 하루는 서로 다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옥죄어 왔다.

세 번째 해외 자유 여행, 하지만 처음으로 혼자서 비행기에서 시내까지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은 날 설레게 하면서도 두렵게 만들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철저히 조사해 걱정을 한 시름 놓겠지만, 난 소심함을 넘어서는 게으름 덕분에 난바 역이 어디 붙은 동네인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혼자 차가운 인절미 빙수를 아그작 먹으면서 먼저 오사카로 날아가 여행 중인 나래에게 연락을 했다. 오사카는 비가 추적추적 와 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비행기에 내리면 바로 전철을 탈 수 있으며, 전철이 한 번에 난바역까지 가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피치 항공을 타보진 못한 그녀의 조언은 결국 오사카 공항에서 나를 당혹케 만들었다.


 꺼지지 않는 난바의 밤
꺼지지 않는 난바의 밤김혜민

 오사카의 밤
오사카의 밤김혜민

일행인 척 비행기에서 함께 내렸던 한국인들은 사라진 지 오래고 안내원에게 영어로 물어보지만 도통 의사소통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나가면 바로 전철이 나와야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자꾸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가라는 것이 아닌가.

공항 밖으로 나가니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감쌌다. 하지만 차가운 온도를 채 느끼기도 전에 '무료 셔틀 버스'는 출발하려 시동을 걸었다.
우여곡절에 탑승한 전철은 한국 전철과는 다를 것이 없었다. 심지어 사람까지도!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역 가는 방법 : 전철은 일반편/특급(라피도)으로 나뉘며, 배차 간격으로 30분이다. 파란색의 생김새부터 값비싸 보이는 라피도 열차를 탑승하면 난바역까지 40분이 소요되며, 1430엔이 든다. 오른쪽 회색빛깔의 일반열차는 난바역까지 50분이 소요되며, 980엔이다.

난바에 도착해서도 여기가 일본이라는 실감이 나지않았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다른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도 많고, 상가도 줄지어 있었고, 마치 미로처럼 비슷하게 생긴 거리에 낮을 방불케하는 활기가 도시 곳곳에 퍼져있었다. 거기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친구를 난바역 중심에서 만나니 더더욱 그랬다.

일본은 생각보다 친근했다

 구리코 간판
구리코 간판김혜민

비는 어느새 완전히 그쳤고, 야경은 더욱 선명해졌다. 하얀 운동복을 입고 두 손을 든 결승선을 골인한 한 남자가 오사카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뻐해주고 있었다. 바로 오사카하면 제일 떠오른다는 구리코 간판 이야기이다.

쿠리코 간파은 오사카 지역에서 탄생한 식품회사에서 만든 네온 간판으로 도톤보리에서는 1935년부터 자리 잡고 있는 꽤 역사가 깊은 것이다. 오사카성, 가이유칸, 오사카 돔, 통천각를 배경으로 달리는 러너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총 5번의 리뉴얼을 거쳤고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한 여고생의 '얼굴이 무섭다'는 의견을 들은 마지막 리뉴얼 작업이었을 때였다고 한다.

오사카 주변에 먹거리가 활성화되면서 구리코 간판은 함께 유명해졌고, 현재는 오사카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부상했다.
#오사카 #일본여행 #오사카여행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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