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평가 소견서첫째 아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어휘력 및 문장 이해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나이에 비해 발음도 부정확합니다. 혹시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해서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김승한
첫째 아이가 또래 아이보다 발음과 어휘력, 문장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열흘 전 '학령별 언어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며, 9살입니다. 낱말 수준과 문장 수준은 그런대로 평균에 근접하지만, 수용 어휘력과 표현 어휘력에서는 또래 아이보다 많이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용 어휘력은 7살 정도, 표현 어휘력은 6살 수준입니다. 평소 가족끼리 말할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비슷한 나이의 다른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우리 아이보다 발음, 표현 어휘력, 문장의 완성도와 이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이 언어 평가 소견서를 받아봤는데 우리 생각과 다르지 않네요.
음운 인식 검사 역시 상당히 낮은 수치로 평가됩니다. 음운 인식이란, 아이가 학업을 수행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읽기 및 쓰기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언어의 소리 구조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장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 단어는 음절로, 음절은 여러 음소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떨어질 때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문장과 단어, 음절, 음소를 구분하지 못해 마치 처음 접하는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된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듣기 능력에서 언어의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채 듣기 때문에 책을 읽어도 음절 발음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띄어 읽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아이는 당연히 자신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받아쓰기 같은 '쓰기'를 할 때도 음운을 구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가 이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나이보다 2살 이상 어리다는 언어평가 소견서... 걱정이네요결론적으로 말하면,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와 비교해 볼 때 음운 인식(음절과 음소 인식 능력)이 다소 떨어진답니다. 말소리와 음소 간 대칭 관계에 대한 이해를 못해서 쓰기와 읽기에서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휘력은 떨어지나 어느 정도 주제의 이해는 따라갈 수 있고, 쓰기도 평균 속도에 속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음운 인식이 어려우니 빈번한 철자 오류와 함께 문체가 산만해 안정되지 않는 답니다.
아이 소견서를 보며 나와 아내는 모두 인정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받아쓰기나 일기 쓰기를 하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겁니다. 받침이 있는 발음은 입 모양을 보여주며 따라 해보라 시켜 보지만 정확한 발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밧줄을 놓쳤습니다'를 불러주면 '밥줄을 놓쳤습니다'라고 발음하거나, '능력이 있습니다'는 '는력이 있습니다'로 한다든지 말입니다. 그러니 받아쓰기 문장을 불러준다거나 자기 입으로 문장을 읊은 후 글을 쓰더라도 받침 글자는 반 이상이 틀립니다.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책을 많이 읽어주고 일기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해주라고 합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자고 하면 멀쩡한 머리가 아프다 하고 온몸을 긁적이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긴 하지만, 우릴 따라서 책을 펴는 것도 잠시고 바로 장난감에 손길이 갑니다. 뿐인가요? 일기 쓰자고 연필만 들면 갑자기 졸리며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우리 아이... 고민되네요.
그렇다고 치료까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