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하시마(군함도)'에서 탄광노동자로 일했던 강제징용노동자 최장섭(88)씨.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것이 사람이 할 짓이여? 할 짓이 그렇게 없어? (하시마를) 관광지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자랑하겠다는 것 아녀...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여..."강제징용노동자로 끌려가 탄광 노동자로 일했던 최장섭(88)씨. 20일 오전 대전 동구 판암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최근 일본이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수용되어 있던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에 대해 분노의 일침을 가했다.
"그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여.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지... 군함도를 관광지로 만들면 그것은 이상한 일이지. 우리 노동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은 잘못하는 거여."1943년 2월 전북 익산시 낭산면에서 살고 있던 최 씨는 열여섯의 나이로 강제징용을 당했다. 대전과 부산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 하시마에 도착한 그를 맞은 것은 바닷속으로 이어진 갱도였다.
[관련기사 : "누우면 그냥 송장... 사람인가 싶더라니께"]하시마는 일본 나가사키 반도 서쪽으로 약 4.5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둘레 1.2km, 동서길이 160m, 남북 480m, 총면적은 0.1㎢ 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은 무인도다. 1800년대 초 이곳에서 석탄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메이지유신 이후 미쓰비시 석탄 광업주식회사가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인부가 필요했던 일본은 강제징용을 통해 조선인을 이곳으로 보냈고, 중국인과 미군포로 등도 이곳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최씨가 일할 당시 이곳에는 조선인 징용노동자 500여 명이 수용되어 있었고, 중국인 노동자도 240여 명이 있었다.
'하시마'는 해군 전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지만, '감옥섬', '지옥의 섬'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시마 탄광은 해저 400~900m를 내려가는 곳에 있었고, 3km 가량 떨어져 있는 다카시마(섬)와 해저로 갱도가 이어져 있었다. 탄광 산업이 기울고 석유 시대로 넘어가면서 결국 1974년 하시마 탄광은 폐광했고, 다시 무인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