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집, 트랜스포머를 꿈꾸다

등록 2015.06.04 20:23수정 2015.06.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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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여행에 나선 여행객들의 마음가짐부터 예전과 다르다.

단순한 관광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여행의 주제를 기획해 여행기간 동안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점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체험한다. 제주의 여행에 '걷기 순례'라는 스토리를 차용해 큰 성공을 거둔 제주올레의 영향이 큰 것도 사실. 여행객들은 올레걷기, 식도락 여행, 오름과 숲 걷기, 지질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로드를 만들어 지금도 6월의 제주에 빠지러 몰려오고 있다.


렌탈하우스 '눈 먼 고래' ⓒ 정선애


또 하나의 트렌드가 있다. 제주여행을 넘어서 이주를 꿈꾸고 사전 답사 형식으로 제주를 찾는 이들도 부쩍 는 것이다. 그들은 제주의 자연을 보고, 제주의 땅을 보고, 살아갈 만한 장소를 물색하고, 들어와 하려는 일에 관한  커다란 뼈대를 수십 번을 다녀가며 찾아낸다.
그리고 제주 특유의 가옥인 '제주 돌집'이 북적이는 도심의 타워팰리스를 뒤집고 방문객들의 마음에 성큼 들어섰다.

보통 제주의 전통가옥 구조하면 마당을 중심으로 두고 'ㄷ'자 형태를 띠고 있다.  안거리, 밖거리, 목거리로 나뉘어 별동부대처럼 저마다의 자립공간을 가지며 뒤편에는 너른 빌레를 품는다. 돌담이 안내하는 올레길을 따라 들어서면 제주만의 풍경이 집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것을 눈이 빠른 사람들이 먼저 알고 가져간다. 그래서 이런 형태의 돌집도 이제는 귀촌하는 이들이 많아져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 그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진 폐가나 창고, 주변의 땅들을 구입해 자신만의 라이프를  리모델링하며 구체화시킨다.

개발이 덜 되어 아직은 촌냄새를 풍기는 동네의 주민들은  대체 그런 것에 돈을 왜 들이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배타적인 반응을 보이다가도 이제는 귀한 물건 하나를 못 알아봤다는 아쉬운 소리를 늘어냄과 동시에  소담하고 아기자기 한 멋이 있는 제주 돌집에 대해 새로이 뜬 눈으로 바라본다.

전분공장을 리모델링한 이색까페 '앤트러사이트' ⓒ 정선애


돌집의 변신은 생활공간으로의 리모델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게스트 하우스, 커피 전문점, 식당 등 제주 전통가옥만이 줄 수 있는 건축구조를 그대로 살려 자가경제를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깨끗하고 모던한 느낌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옛것의 원형을 그대로 남겨 놓는 것, 그러면서도 각 집마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내놓는 매뉴얼이 서로 다르며 명확한 것은 최근 여행객들의 다양한 여행목적을 정확히 짚어내며 각광을 받고 있다.

돌집의 아름다움을 여행객들에게 알린 구좌읍 한동리의 함피디네 게스트 하우스, 현무암 돌 하나하나에 색깔을 입히고 슬레이트 지붕에는 연보랏물을 입힌 애월 곽지리에 위치한 비빔밥집 '꽃밥', 증조부가 제주의 매서운 바람에 맞서기 위해 조금은 지대 아래로 파고 내려가 지었던 초가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풍경이 맛있는 카페 '청춘다락', 조천 해안가 쪽 바다와 조천리 마을을 머금은 렌탈하우스 '눈먼고래' 등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한 다채로운 돌집들이 그 '제주스러움'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애월에 위치한 까페 '청춘다락' ⓒ 정선애


애월에 위치한 로컬 비빔밥집 '꽃밥' ⓒ 정선애


제주로 이주한 신제주민이 된 이들의 본능적인 지혜도 담겨있다.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이 충돌하며 생기는 문제 발생의 빈도를 최대한 줄이고 제주문화를 아낌없이 수용한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 거기다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우선적으로 활용해 요리를 내는 것도 쓸모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뇌리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이런 트렌드에 발 맞춰 마을의 옛 돌집과, 돌창고 등 고유 마을 자원을 활용해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핵심마을의 지오팜, 지오하우스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으니, 제주 돌집을 테마로 한 여행길에 오르는 것도 참다운 제주를 맛보는 영양제 역할을 할 것 같다.

건축물의 리모델링의 핵심은 추진하려는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선택과 판단과정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모양에 맞는 돌집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낮은 지붕 아래 켜켜이 쌓인다.

오랜 세월 빚 바랜 윗돌과 아랫돌의 결집, 그 사이를 메워주는 이끼 하나까지 한라산과 바다를 품은 제주 돌집들을 순방하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대표적인 것 하나를 깨치고 가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인터넷신문 제주시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제주생각여행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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