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은 '평화와 안보' 구축

[기획연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⑧ 서해 5도의 에너지 자립

등록 2015.06.10 20:17수정 2015.06.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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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 대한민국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시사인천>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기자 말

대청도  대청도 내연발전소(디젤발전기) 전경.
대청도 대청도 내연발전소(디젤발전기) 전경.사진출처 옹진군청

육지에선 큰 불편 없는 전기, 섬에선 생존과 직결

인천시 옹진군은 백령ㆍ대청ㆍ연평ㆍ북도ㆍ덕적ㆍ자월ㆍ영흥면 등 면 7개로 구성돼있다. 이중 영흥면과 북도면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내연발전(=디젤발전기)에 의존해 전력을 사용한다.

뭍에서는 날이 더울 때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면 된다. 추울 땐 전기장판이라도 사용하고, 전기난로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섬사람들에게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는 사치다. 뭍에선 식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섬에선 식수를 얻으려면 지하수를 관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기를 사용해야한다. 가뭄이면 이마저도 제한한다.

인천 섬에 갈수기가 약 8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는 연평면과 대청면으로 식수를 실어 나르는 중이다. 하지만 옹진군에서 유일한 연평도 해수담수화시설은 설치한 지 7년이 됐어도 비싼 전기 때문에 가동하지 않는다. 육지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전기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섬에서 전기는 이처럼 생명과 직결돼있다.

그렇다고 청정지역인 섬에 화력발전소를 지을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전기를 송전하는 것 또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다. 그래서 섬과 산간지역에 태양광과 풍력, 소수력 등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전력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골자로 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제주도 서귀포시 가파도에서 1세대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해 성공을 거뒀고, 그 뒤 전남 진도군 가사도에서 2세대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성과를 토대로 울릉도에서는 민간 수익창출 모델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인천 섬의 경우 세 곳에서 소규모로 시행되고 있다. 우선 한국전력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덕적면 백아도에 태양광발전 250KW급 1기와 풍력발전 10KW급 4기, 1125KWh급 ESS 1기를 설치했다. 이를 수용하는 가구는 31개다.


그리고 인천시와 옹진군이 사업비를 절반씩 부담해 덕적면 굴업도와 지도에 신재생에너지를 구축했다. 굴업도에는 태양광발전 22.5KW급 1기, 지도에는 태양광발전 20KW급 1기를 각각 설치했다. 수용 가구는 각각 20개와 11개다.

옹진군은 지난해 융복합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올해 덕적도에 신재생에너지를 추가로 구축하기로 했다. 옹진군은 국비 11억원에 지방비 12억원(시ㆍ군 절반씩 부담)을 매칭해 덕적도 북리와 진리, 서포리에 신재생에너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구축 내역은 태양광발전 144KW, 풍력발전 33KW(3KW급 11기), 지열 10RT(=38.6KW), 500KWh급 ESS 1기다.

연평도 연평도 뱃터에서 바라본 연평도 전경. 사진 오른쪽 중간에 보이는 시설이 해수담수화시설이다. 서해5도에 8개월 째 가뭄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기료가 비싸서 가동을 안 하고 있다.
연평도연평도 뱃터에서 바라본 연평도 전경. 사진 오른쪽 중간에 보이는 시설이 해수담수화시설이다. 서해5도에 8개월 째 가뭄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기료가 비싸서 가동을 안 하고 있다.김갑봉

"연평도 포격 때 한국전력 배가 먼저 도착"

인천 섬들 중에서도 생활여건 등이 가장 열악한 곳은 서해 5도(백령ㆍ대청ㆍ소청ㆍ대연평ㆍ소연평도)다. 서해 5도는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위치해있다.

이 섬들은 1999년과 2002년 발생한 국지전,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전쟁 발발에 따른 생존(生存)의 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생계(生計)의 위협, 외부와 고립된 생활(生活)의 어려움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서해 5도는 남한과 북한, 중국의 접경 지역이자 해상 자원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특히, '남한 주민의 실효적 지배로 영토 주권과 안보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어,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외교ㆍ정치적으로 중요한 전략지역이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에너지 자립 섬을 구축한 가파도 또는 구축 예정인 울릉도와 달리 서해 5도는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이 공존하고 있어, 주민들은 항상 블랙아웃(=정전) 위험 속에 생활하고 있다. 서해 5도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하는 것은 여기서 살아가는 주민과 군인들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 경제와 연결되는 '평화ㆍ안보 에너지 섬'을 구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력 또한 접경지역이라는 서해 5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서해 5도부터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원영진 한전 전력계통처장은 "연평도 주민으로부터 당시 포격사건에 대해 듣기 전까지 만해도 서해 5도 사정을 잘 몰랐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천항에서 제일 먼저 연평도에 도착한 배가 한전의 행정선이다. 전력 공급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해 5도는 특수한 곳이다. 에너지 자립 섬 구축 또한 가장 시급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서해 5도, 풍력은 남해보다 좋고 사업성도 있어"

인천의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은 지난해 9월 인천시와 옹진군, 한전이 덕적도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골자로 한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이어서 지난해 8월 인천경실련이 산자부와 한전, 인천지역 여야 국회의원에게 제안해 '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 뒤 옹진군과 한화S&C는 올해 2월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사업 협약'을 체결했고, 산자부는 지난달 '도서지역 에너지 자립 섬 구축 민간위탁 사업' 공모를 실시했다.

한전은 가파도와 가사도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한전이 관리하는 섬 63개에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기로 하고, '에너지 자립 섬'을 늘려가고 있다. 산자부 공모 또한 이 연장선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서해 5도 디젤발전기의 발전량은 약 8만MWh이고, 이중 약 7만 700MWh를 판매한다. 1KWh 당 평균 판매 원가는 약 578원인데, 한전은 이를 126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결손액은 연각 약 328억원이다.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 공모의 골자는 민간업체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서 사주는 것이다. 즉, 한전은 매해 328억 원을 지원해야하기에, 민간업체는 328억 원을 지원받고, 1KWh 당 판매 원가를 578원 이하로 낮추면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전은 탄소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 이점을 얻는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로 이어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기업이 수익창출에 성공할 경우 탄소배출권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해야하는 나라로 수출할 수 있다.

또한 사회 인프라가 열악해 대규모로 전력 생산설비와 송ㆍ배전설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중소형 규모의 '독립형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화S&C는 서해 5도 각 섬을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산자부에 제출했다. 이 계획은 올해 8월부터 4년간 약 4900억 원을 투자해 서해 5도에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ESS와 EMS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동준 한화S&C 기술위원은 "섬별로 계산해보니 백령도는 지금보다 1KWh 당 판매 원가를 99원 낮출 수 있고, 대청도는 84원 낮출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뒤 20년간 운영하면 약 280억 원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서해 5도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영진 한전 전력계통처장은 "서해 5도의 풍량이 풍부하고 풍력도 남해보다 좋았다. 신재생에너지를 구축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탄소배출권이 시행되기 때문에, 향후 신재생에너지 생산ㆍ저장ㆍ배전기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서해 5도의 경우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청도 대청도 포구 전경.
대청도대청도 포구 전경.사진출처 옹진군청

풍력 뛰어난 데 풍력발전 비중이 낮은 이유

서해 5도는 풍력이 좋지만 신재생에너지원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연료전지의 비중이 크다. 연료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원리를 반대로 적용해,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산소는 공기 중에 있으니,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뽑아내 둘을 결합해 전기를 생산한다.

서해 5도가 가사도나 울릉도와 달리 연료전지가 많은 것은 군사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군사시설 탓에 풍력발전기의 규모와 입지가 제한된다.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신재생에너지는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군부대 역시 디젤발전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해 신재생에너지원 발전과 전력저장설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3월 해병과 해경, 옹진군, 한전이 전력설비 방호에 관해 협약했다. 서해 5도 전체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국방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방부의 협조가 이뤄지면 풍력발전을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또, "접경지역 특별법을 보면, 접경지역에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군사법이 우선된다. 이를 준용하면 의제 처리(=인허가 절차를 한 번에 해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 중요하다.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에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을 적용해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한 뒤 "현재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에 따라 노후주택을 개량하고 있는데, 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시 노후주택에 전기난방시설을 동시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해5도 #에너지자립섬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내연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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