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연평도 뱃터에서 바라본 연평도 전경. 사진 오른쪽 중간에 보이는 시설이 해수담수화시설이다. 서해5도에 8개월 째 가뭄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기료가 비싸서 가동을 안 하고 있다.
김갑봉
"연평도 포격 때 한국전력 배가 먼저 도착"인천 섬들 중에서도 생활여건 등이 가장 열악한 곳은 서해 5도(백령ㆍ대청ㆍ소청ㆍ대연평ㆍ소연평도)다. 서해 5도는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위치해있다.
이 섬들은 1999년과 2002년 발생한 국지전,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전쟁 발발에 따른 생존(生存)의 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생계(生計)의 위협, 외부와 고립된 생활(生活)의 어려움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서해 5도는 남한과 북한, 중국의 접경 지역이자 해상 자원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특히, '남한 주민의 실효적 지배로 영토 주권과 안보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어,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외교ㆍ정치적으로 중요한 전략지역이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에너지 자립 섬을 구축한 가파도 또는 구축 예정인 울릉도와 달리 서해 5도는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이 공존하고 있어, 주민들은 항상 블랙아웃(=정전) 위험 속에 생활하고 있다. 서해 5도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하는 것은 여기서 살아가는 주민과 군인들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 경제와 연결되는 '평화ㆍ안보 에너지 섬'을 구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력 또한 접경지역이라는 서해 5도의 특수성을 고려해 서해 5도부터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원영진 한전 전력계통처장은 "연평도 주민으로부터 당시 포격사건에 대해 듣기 전까지 만해도 서해 5도 사정을 잘 몰랐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천항에서 제일 먼저 연평도에 도착한 배가 한전의 행정선이다. 전력 공급이 가장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해 5도는 특수한 곳이다. 에너지 자립 섬 구축 또한 가장 시급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서해 5도, 풍력은 남해보다 좋고 사업성도 있어"인천의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은 지난해 9월 인천시와 옹진군, 한전이 덕적도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골자로 한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이어서 지난해 8월 인천경실련이 산자부와 한전, 인천지역 여야 국회의원에게 제안해 '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 뒤 옹진군과 한화S&C는 올해 2월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사업 협약'을 체결했고, 산자부는 지난달 '도서지역 에너지 자립 섬 구축 민간위탁 사업' 공모를 실시했다.
한전은 가파도와 가사도에서 성공을 거둔 뒤 한전이 관리하는 섬 63개에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기로 하고, '에너지 자립 섬'을 늘려가고 있다. 산자부 공모 또한 이 연장선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서해 5도 디젤발전기의 발전량은 약 8만MWh이고, 이중 약 7만 700MWh를 판매한다. 1KWh 당 평균 판매 원가는 약 578원인데, 한전은 이를 126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결손액은 연각 약 328억원이다.
서해 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 공모의 골자는 민간업체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서 사주는 것이다. 즉, 한전은 매해 328억 원을 지원해야하기에, 민간업체는 328억 원을 지원받고, 1KWh 당 판매 원가를 578원 이하로 낮추면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전은 탄소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 이점을 얻는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로 이어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기업이 수익창출에 성공할 경우 탄소배출권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해야하는 나라로 수출할 수 있다.
또한 사회 인프라가 열악해 대규모로 전력 생산설비와 송ㆍ배전설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중소형 규모의 '독립형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화S&C는 서해 5도 각 섬을 에너지 자립 섬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산자부에 제출했다. 이 계획은 올해 8월부터 4년간 약 4900억 원을 투자해 서해 5도에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ESS와 EMS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동준 한화S&C 기술위원은 "섬별로 계산해보니 백령도는 지금보다 1KWh 당 판매 원가를 99원 낮출 수 있고, 대청도는 84원 낮출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뒤 20년간 운영하면 약 280억 원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서해 5도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영진 한전 전력계통처장은 "서해 5도의 풍량이 풍부하고 풍력도 남해보다 좋았다. 신재생에너지를 구축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탄소배출권이 시행되기 때문에, 향후 신재생에너지 생산ㆍ저장ㆍ배전기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서해 5도의 경우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 논리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