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한국인의 자존심

[암과 음식 ②]

등록 2015.06.17 16:52수정 2015.07.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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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은 한국인의 음식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이자 양념이다. 나물부터 고기류까지 마늘이 빠지면 제대로 맛이 나는 것이 없다. 한국인이라면 마늘 특유의 깊은 매운맛과 향이 음식을 타고 온 몸에 퍼져야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처럼 모든 음식에 친숙한 마늘이기에, 서양권 국가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일부 동양인들에게 '마늘 냄새 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는데...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식품과 발암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마늘은 일약 스타 식품이 되었다. 마늘은 2002년 미국 주간지 <타임즈>가 선정한 건강식품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국립암 연구소에서는 암 예방 효과가 있는 48가지 식품 중에서 첫 번째로 마늘을 선정했다.

마늘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효과를 인정받아 식용, 혹은 약의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기원전 이집트에서도 마늘을 암과 질병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항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1, 2차 세계대전 당시 항생제의 용도로 쓰이기도 하였다. 동양의학서인 '본초강목' 이나 '동의보감' 에도 마늘의 다양한 효용이 소개되고 있어, 오랫동안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에서도 약용으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여겨졌던 마늘은, 현대의 임상 연구에서 암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인정받고 있을까.

마늘은 파속 식물 (allium vegetables) 에 속하며, 이에 해당되는 식품으로는 마늘, 양파, 파 등이 있다.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의 보고서에서, 파속 식물은 위암 발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특히 그 중 마늘은 대장암 발병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인정받았다. 이들은 모두 암 예방 효과의 분류 등급 4단계 중 2번째 등급 (probable) 으로 분류되었다(항암효과를 인정받은 식품류는 대부분 2등급으로 분류되며, 아직까지 1등급으로 분류된 식품은 없다).

파속 식물의 섭취와 위암과의 관계에 대해서 실행된 연구들을 살펴보자. 두 개의 코호트 연구(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를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관찰 한 뒤 분석하는 연구)를 종합한 연구에서, 파속 식물 섭취를 하루 100g 늘릴 경우 위암 발병 위험률이 0.55배로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27개의 환자-대조군 연구(연구가 비교적 용이하나, 코호트 연구에 비해 신뢰도는 부족하다)에서도 20개의 연구에서 파속 식물 섭취의 위암 예방 효과가 보고되어 비교적 일관되게 마늘의 유익을 입증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동물 실험에서도 마늘의 유익성은 여러 차례 보고 되었다. 마늘 추출액은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축성 위염 (추후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병변이다.) 을 감소시켰고, 대장암, 피부암, 폐암, 식도암 등 다양한 암의 생장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마늘 안의 어떤 성분이 이런 강력한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걸까? 마늘에는 여러 유익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알리신 (Allicin)이다. 알리신은 그 전구체인 알린 (Allin) 이 효소인 알리네이즈 (Allinase)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주로 껍질을 까거나 마늘을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알리신과 그 화합물은 마늘의 특징적인 매운 냄새를 내는 성분이며, 여러 연구에서 항균,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알리신은 본래 마늘이 해충을 쫓기 위해 갖고 있는 천연 방어 성분이기도 하다).


알리네이즈는 열에 약하므로, 껍질을 까지 않고 마늘을 삶거나 가열하는 조리법은 알리네이즈를 파괴하여 알리신의 생성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암협회와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는 마늘 조리시, 마늘을 까거나 잘게 부수어 놓은 뒤 15-20분 정도 방치하여 알리신과 그 황화합물이 생성되도록 하여 유익한 성분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마늘 섭취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마늘 뿐 아니라 다른 파속 식물 (파, 양파 등)의 섭취량도 많은 편이다. 따라서, 보충제를 섭취하거나 억지로 통마늘을 섭취하려 하는 등의 시도보다는, 현재의 식이습관을 유지하며 마늘이나 파 등 유익한 파속 식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매운 생마늘을 과량 섭취하는 경우 위장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국가암정보센터의 질의, 답변에서도 생으로 마늘을 먹는 것 보다는 익혀 먹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흔히 먹는 반찬이나 찌개류 등에 마늘이나 양파 등을 충분히 넣어 조리하는 것도 좋겠고, 기름진 고기 등을 먹을 때 파나 양파 등을 곁들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이는 음식의 풍미를 더할 뿐 아니라, 식물성 섬유질의 섭취를 늘려 변비,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짠맛을 내는 소금이나 양념 대신 마늘, 생강, 양파 등으로 맛을 내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요리에 참조하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건국설화에도 등장하는 마늘. 마늘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의 식탁 위에서 음식의 맛을 더하고 건강을 지켜왔을 것이다. 매운 냄새가 좀 나면 어떤가. 우리는 마늘과 파가 풍성히 들어간 우리네 음식에 한층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
#마늘 #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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